오랜 세월 컴퓨터 공학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사람처럼 생각을 하는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SF 영화나 소설에서는 이미 흔한 일처럼 되어 버렸지만 지난 수십년간 공학자들과 과학자들이 깨달은 진리가 있다면 인간의 뇌는 모방하거나 흉내내기에 너무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현대 과학으로도 인간의 뇌가 어떻게 기억을 저장하고 가공하며 '생각' 을 하는지 100%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인간의 뇌를 모방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든다는 것은 어쩌면 가능하지 않은 일일 수도 있을 것 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신경 세포 (뉴런) 와 시냅스 (한 뉴런의 축삭돌기 말단과 다른 뉴런의 수상 돌기가 만나는 부위로 정보 전달과 신경 활동의 중심 부위) 를 모방한 형태의 회로는 아주 일찍부터 연구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아직 인간의 뇌 전체에 대해서는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뉴런과 시냅스에 대해서 알아낸 지식을 바탕으로 뉴런을 모방한 프로세서를 만드려는 시도는 이전부터 있어왔습니다.
IBM 은 오래전 부터 뉴런과 시냅스를 모방한 형태의 칩을 개발해 왔는데 2011 년에는 256 개의 프로그램 가능한 인공 뉴런과 262,144 개의 시냅스를 가진 단순한 형태의 인공 두뇌 칩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3 년 사이 외계인을 고문 연구를 진행해서 이번에는 100 만개의 뉴런과 2억 5600 만개의 시냅스, 4096 개의 코어를 지닌 새로운 프로세서를 개발했습니다. 총 트랜지스터 집적도는 54억개에 달한다고 하네요. (흥미로운 점은 삼성의 28 nm 공정으로 제조 되었다는 것입니다. )
IBM 의 연구팀은 이를 neurosynaptic 칩이라 부르고 있는데 (특히 이번에 개발한 것은 TrueNorth 라고 명명) 이는 DARPA 의 SyNAPSE (Systems of Neuromorphic Adaptive Plastic Scalable Electronics) 계획의 일부로써 IBM 은 DARPA 로 부터 5300 만 달러 정도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고 합니다.
(IBM 의 새 뉴로시냅틱 칩 IBM's new neurosynaptic processor intergrates 1 million neurons and 256 million (414) synapses on a single chip. Credit: IBM )
(새 프로세서에 대한 설명 Infographic: A brain-inspired chip to transform mobility and Internet of Things through sensory perception. Credit: IBM)
IBM 의 연구팀에 의하면 이 새로운 뉴로시냅틱 칩은 인지 컴퓨팅 (cognitive computing) 으로 나가는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합니다. 전통적인 컴퓨터가 연산과 분석에 주로 사용되었다면 (마치 인간의 좌뇌와 같은 역할) 뉴로시냅틱 칩은 패턴을 인지하고 느끼는 능력을 지녀 인간의 우뇌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네요. 물론 궁극적으로 IBM 은 이 둘을 통합해 완전한 지성을 지닌 컴퓨터를 개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칩은 매우 에너지 효율적으로 작동이 가능해서 보청기 정도 에너지만을 필요로 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와트당 연산 능력은 초당 460 억 - 4000 억 시냅틱 연산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현존하는 가장 효율적인 슈퍼 컴퓨터는 초당 45 억번의 부동소수점 연산을 할 수 있는 것과 대조됩니다. 또 여러개의 뉴런이 반복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실제 인간의 뇌처럼 뉴런 한개가 죽더라도 전체 기능에는 별 지장이 없다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라고 하네요.
연구팀은 향후 이와 같은 뉴로시냅틱 칩이 현재의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할 수 없는 것 - 예를 들어 클라우드에 연결되지 않더라도 사물을 인지하고 위험을 감지하여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것, 예를 들어 자율 주행 자동차등 - 을 가능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매우 에너지 효율적인 특징으로 인해 미래에 100 억개의 뉴런과 100 조개의 시냅스를 가진 뉴로시냅틱 칩을 불과 1 kW 의 전력으로 작동시킬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전 부터 인간의 뇌를 모방한 컴퓨터의 이야기는 많았는데 과연 이제는 좀 실용화에 다가선 것인지 궁금합니다. 진짜 인간 같은 지성을 지닌 컴퓨터가 등장하는 날이 올지,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역시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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