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 dunes and mega-yardangs on Titan. Credit: NASA/JPL-Caltech/ASI/ESA )
(Sand dunes and mega-yardangs on Earth. Credit: ESA/DLR )
태양계에서 지구와 아주 유사한 지형을 가진 천체라고 하면 우선은 화성을 먼저 생각하게 마련입니다. 과거 물이 풍부한 따뜻한 행성이었던 적도 있었고 현재도 지구의 건조한 사막 지형과 비슷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화성 말고도 지구 비슷한 지형이 펼쳐진 천체가 있습니다. 바로 토성의 위성 타이탄입니다.
물론 타이탄은 지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추운 장소입니다. 덕분에 끓는점이 -164℃인 메탄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죠. 그런데 이 점이 타이탄을 지구와 비슷한 지형으로 만듭니다. 액화 메탄을 비롯한 액화 탄화수소가 비처럼 쏟아지고 강과 호수를 만들기 때문에 표면에는 지구처럼 복잡한 강과 해안선을 가진 호수가 형성됩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타이탄 전체가 그렇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타이탄의 적도 지방은 액체 메탄의 비가 내리기에는 다소 더운(?) 기후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지역에는 마치 사막같은 사구 지형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프랑스의 필리페 파일로(Philippe Paillou of the Université de Bordeaux, France)와 그의 동료들은 카시니에 탑재되었던 RADAR의 2.2 cm (Ku-band) 파장의 레이더 관측 결과와 TerraSAR-X 인공 위성의 3.1cm X-band 레이더 관측 결과를 비교했습니다.
타이탄은 짙은 안개 같은 탄화수소 때문에 표면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런 안개를 뚫을 수 있는 레이더를 이용해서 표면의 지형을 정밀하게 관측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과학자들은 타이탄의 표면에 대해서 비교적 상세한 지형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두 관측기기의 데이터를 통해 두 천체의 사막 지형을 서로 비교했습니다. 왜냐하면 지구의 사막 지형은 연구가 많이 되어 있어 이를 서로 비교한다면 타이탄의 사막 지형 (대략 타이탄 전체의 17% 정도를 차지함) 의 생성 원인과 변화 과정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는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었습니다. 일단 타이탄의 얼음 사막에는 1-2km 폭과 100km 이상 길이의 사구 지형이 물결 모양으로 1-4km 정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물론 사실 이보다 더 작은 지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카시니가 타이탄을 스쳐지나가는 문제 때문에 해상도가 300m 수준이라 이정도 밖에는 확인할 수 없는 상태죠.
아무튼 이를 지구의 사막과 비교해보면 타이탄의 적도 지형에 일정한 방향으로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2008년 카시니의 플라이바이 때 확인한 Belet Sand Sea에 나미비아의 사막에서 볼 수 있는 형태와 이집트 사막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의 사구 지형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야르당(Yardang - 사막에서 풍식에 의해 나타나는 지형)으로 보이는 지형이 있었는데, 이런 메가 야르당이라고 할 만한 지형은 과거 이 지역에 호수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았습니다.
비록 지금은 메탄의 비가 내리지 않는 얼음 사막이지만, 과거에는 탄화수소의 비가 내려 호수를 형성했을수도 있다는 것이죠. 타이탄의 기후를 생각하면 계절 (대략 30년 정도 주기)에 상관없이 탄화수소의 비가 내릴 수 있는 지역은 극지방 뿐입니다. 어쩌면 적도의 사막 지대는 가끔씩 탄화수소의 비가 내렸을수도 있습니다. 또는 더 오랜 주기로 일종의 빙하기와 간빙기가 존재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타이탄은 태양계에서 지구이외에 아주 다양한 기후대와 계절적 변화를 가진 천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액화 천연가스가 액체 상태로도 존재하는 극한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기후적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다만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사실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타이탄의 위성이 되어 정밀 관측을 장시간 할 수 있는 탐사선이 발사되면 타이탄의 기후와 계절, 지형에 대한 많은 사실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알수 없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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