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소바인의 어금니 화석. Denisova 4 molar. Credit: Bence Viola )
지금으로부터 10만 년 전에는 지구상에 적어도 세 가지 이상의 호미닌(Hominin)이 존재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네안데르탈시스, 그리고 데니소바인이 그것이죠. 이들은 대략 100만년 전쯤 갈라진 것 같은데, 실제적으로는 상호 이종 교배가 가능할 정도의 가까운 사이었습니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이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과 아시아로 진출할 때 이들과 이종 교배를 한 증거가 발견되었습니다.
데니소바인에 대한 이전 포스트 : http://blog.naver.com/jjy0501/100170684065
사실 데니소바인에 대해서 발견된 화석이라곤 손가락뼈 화석 몇 개와 이빨 화석 몇개가 현재까지 전부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여기서 DNA를 추출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DNA 정보는 화석 속에 남기가 매우 어렵지만, 일단 확보만 할 수 있다면 화석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매우 귀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앞서 포스트에서 설명했듯이 과학자들은 데니소바인의 미토콘드리아 DNA 및 핵 DNA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비록 전체 DNA는 아니지만, 여기서 얻은 정보는 매우 놀라운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줬습니다. 즉, 현생인류 집단 중 이들과 이종교배를 한 집단이 있다는 것이죠. 특히 멜라네시아인과의 이종 교배가 과거 있었음이 분명해졌습니다.
(최근까지의 연구를 토대로한 하이델베르겐인,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의 이동 경로 추정. 단 데니소바인의 분포와 이동 경로는 확실치 않은 부분도 있으니 참조만 하시기 바랍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Denisovan#/media/File:Spread_and_evolution_of_Denisovans.jpg )
독일, 캐나다, 러시아의 국제 과학자팀은 데니소바인의 어금니 두 개 (각각 데니소바 4와 데니소바 8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으며 다른 사람의 것) 에서 mtDNA와 핵 DNA를 추출하는 데 성공해 이를 분석했습니다. 이들이 저널 PNAS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전에 보고된 데니소바인의 DNA와 더불어 생각보다 데니소바인의 DNA가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데니소바인이 아주 작은 호미닌 그룹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데니소바인이 개체수도 매우 적고 사는 지역도 좁았다면 이들은 유전적으로 서로 매우 비슷했을 것입니다. 반대로 이들이 넓은 지역을 활보하고 숫자도 많았다면 유전적 다양성이 크게 나타났을 것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후자를 지지하는 내용입니다. 6명의 네안데르탈인과 3명의 데니소바인의 DNA 분석 결과는 데니소바인이 유럽과 중앙아시아까지 넓게 분포했던 네안데르탈인 만큼 유전적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단 이 둘은 현생인류보다는 다양성이 적습니다. 현생 인류가 훨씬 표본이 많고 널리 분포할 뿐 아니라 개체수가 많은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다만 아직 발견된 화석의 갯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데니소바인의 유전적 다양성을 단정지어 말하기는 곤란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데니소바인이 어디에 살았는지의 정보 역시 현재로써는 극도로 부족합니다. 화석이 단 한군데서만 발견이 되었기 때문이죠. 더 다양한 장소에서 더 많은 화석이 발견되어야 우리는 데니소바인이 어디까지 분포했고 어떻게 살았는지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현생 인류의 진화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했다는 것입니다. 각기 분리되었던 호미닌 집단들이 중간에 서로 교배를 하면서 유전자가 섞였고 그 유전자가 우리에게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흔히 생각하듯 A->B->C->D 식으로 진화가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인류의 진화에서만 나타나는 일이 아닙니다. 더 다양한 사례를 인류이외에 종들에서도 찾을 수 있으니까요.
데니소바인은 세상일이 그렇듯이 진화 역시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참고
S. Sawyer et al. Nuclear and mitochondrial DNA sequences from two Denisovan individuals,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15). DOI: 10.1073/pnas.1519905112
http://phys.org/news/2015-11-dna-analysis-denisovan-molars-clues.html#jCp
http://phys.org/news/2015-11-dna-analysis-denisovan-molars-clues.html#j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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