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174 - X 선이 밝힌 은하 충돌



 X 선의 발견은 의학 분야에서는 아주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1895 년 빌헬름 뢴트겐 (Wilhelm Rontgen) 이 신비로운 미지의 방사선을 발견하고 X 라는 (잘 모른다는 뜻) 명칭을 붙였는데 이제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방사선이 되었습니다. 의학에서는 일반 X 선 촬영에서 CT, Fluoroscopy 에 이르기 까지 치료와 진단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잡았습니다. 


 X 선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뼈와 장기를 볼수 있게 도와주는 편리한 도구로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이것이 꼭 의학 분야에서만 이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비파괴 검사는 물론이고 우주를 탐사하는데 있어서도 X 선 영역 관측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천문학자들은 X 선 영역 관측을 통해 가시광선 영역 관측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은하 충돌을 밝혀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지난 1999 년 발사되어 지금까지 X 선 천문학에 선두에서 활약하고 있는 나사의 찬드라 X 선 관측 위성 (Chandra X-ray Observatory)은 지구에서 약 6000 만 광년 정도 떨어진 외부 은하 NGC 1232 를 관측했습니다. 이 은하는 우리 은하와 비슷한 10 만 광년 너비의 나선은하로 최근 다른 은하와 충돌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가시광 영역 (아래 사진에서 위) 는 평범한 나선 은하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지만 X 선 관측 영역 (중간) 에서는 거대한 은하 충돌로 인한 섭씨 580 만도의 뜨거운 가스의 정체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NGC 1232 는 수백만에서 1000 만년 정도 전에 자신보다 훨씬 작은 왜소 은하와 충돌한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발생한 뜨거운 가스는 X 선 영역 (0.01 - 10 nm 파장과 30 petahertz 에서 30 exahertz 주파수, 그리고 100 eV 에서 100 KeV 정도 에너지) 에서 활발하게 에너지를 내놓고 있습니다. 따라서 X 선 관측으로 그 전모를 밝힐 수 있는 것입니다.








(과거 왜소 은하와 충돌한 NGC 1232. 가장 위는 ESO 의 VLT 의 가시광 영역 관측 사진, 중간은 찬드라의 X 선 관측 사진, 가장 아래는 두 영역 관측 사진 합성. X-ray (Purple); Optical (Red, Green, Blue)  Credit :   X-ray: NASA/CXC/Huntingdon Inst. for X-ray Astronomy/G.Garmire, Optical: ESO/VLT  ) 




(설명 영상 ) 


 가시광 영역 관측과 더불어 X 선 관측 결과는 은하 충돌로 인한 충격파로 인해 별들이 생성된 흔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충돌 충격에 의해 가스의 밀도가 높아지면 자체 중력으로 모이기 시작해서 새로운 별을 형성하게 됩니다. 일부 X 선 영역의 밝은 점들은 이런 역사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섭씨 580 만도 (5.8 MK) 에 이르는 뜨거운 가스들은 사실 그 밀도는 매우 낮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범위가 넓기 때문에 (대략 7.25 kpc) 만약 팬케이크 처럼 골고루 넓게 퍼져 있다고 가정할 때 (2D 사진으로는 3차원적인 분포를 알기 어려워 정확한 크기와 질량을 추정하기 곤란) 그 질량은 태양 질량의 40000 배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은하에 과거 충돌한 왜소 은하가 아마도 우리 은하계가 속한 국부 은하단에 있는 평균적인 왜소 은하와 비슷한 정도 크기였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은하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서로 멀어지긴 하지만 가까이 있는 은하들은 서로 충돌하면서 크기를 키워나가게 됩니다. 과거 우리 은하에도 여러 왜소 은하가 삼켜졌던 것 같은데 과학자들은 6000 만년전 NGC 1232 가 다른 왜소 은하를 삼켰던 (충돌이라곤 해도 사실상 질량 차이를 생각하면 삼켜지는 수준) 역사를 X 선 관측을 통해 생생하게 재구성한 셈입니다. 


 X 선은 인간 사회에서 필요한 진단 검사나 비파괴 검사, 과학 연구 등에도 필요하지만 우주 스케일의 관측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겉보기로 알 수 없는 속사정을 들여다보는 도구라는 점은 천문학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 같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Gordon P. Garmire. X-ray discovery of a dwarf-galaxy galaxy collisionThe Astrophysical Journal, June 10th, 2013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벨 V-280 Valor 시험 비행 성공

( The V-280 Valor flew for the first time at Bell Helicopter's Amarillo Assembly Center in Texas(Credit: Bell Helicopter/YouTube) )  앞서 소개드린 V-280 발러가 첫 번째 비행 테스트에 성공했다는 소식입니다. V-22 오스프리의 소형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V-280 발러는  미 육군의 차세대 헬기 사업인 Future Vertical Lift (FVL)에 입찰을 시도하는 틸트로터기로 현재 미 육군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블랙호크 헬기와 비슷한 체급입니다. 다만 틸트로터기인 만큼 최고 속도나 항속 거리면에서 더 유리합니다. 스펙은 이전 포스트를 참조해 주시기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1115245986  (동영상)   V-280 발러는 틸트로터기의 더 대중화 될 수 있을지를 검증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입니다. V-22 오스프리의 경우 복잡한 구조로 인해 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사실 미국은 몰라도 그 동맹국에 널리 도입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V-280 역시 가격이 아주 저렴할 것 같지는 않지만, 좀 더 합리적인 대안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면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에서 도입을 검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bell-v-280-valor-maiden-flight/52663/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