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162 - 혜성의 무덤 ? 소행성대 혜성들

 


 1996 년 천문학자 에릭 엘스트 Eric Elst 와 귀도 피자로 Guido Pizzaro 는 소행성대 (main asteroid belt) 에서 특이한 혜성 하나를 발견합니다. 나중에 133P/Eist-Pizzaro 라고 명명된 이 혜성은 단주기 혜성도 아니고 장주기 혜성도 아닌 소행성대를 공전하는 혜성 같은 천체였습니다. 이 천체는 소행성으로는 7968 Elst–Pizarro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일점은 2.65 AU, 원일점은 3.67 AU, 궤도 장반경 3.16 AU 인 천체로 태양에 근접하기 보다는 주로 소행성대에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공전 궤도는 일반적인 혜성의 공전궤도와는 많이 틀린 것입니다. 단주기 혜성 (공전 주기 200 년 미만인 혜성으로 오르트 구름에서 태양계 안쪽으로 진입한 혜성이 목성 등의 중력으로 짧은 주기의 공전 궤도를 가지게 된 경우. 헬리혜성이 대표적) 이든 장주기 혜성 (공전 주기 200 년 이상. 오르트 구름에서 유래. 아이손 혜성 같은 경우) 이든 간에 일단 태양에 근접하는 궤도를 돌면서 태양에 가까워질 때마다 많은 물질을 증발시켜 거대한 꼬리를 만들게 되는데 이 혜성은 그런 것 없이 근일점에서 망원경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꼬리를 만들면서 태양 주위를 공전했습니다. 




(1996 년 발견된  133P/Eist-Pizzaro.  꼬리를 확인할 수 있어 소행성 같은 공전 궤도에도 불구하고 혜성임을 알 수 있음  On August 7, 1996, Eric W. Elst (Royal Observatory, Uccle, Belgium) reported his discovery of a cometary image on mid-July exposures by Guido Pizarro with the 1.0-m ESO Schmidt telescope at the La Silla Observatory. Further ESO Schmidt plates were then obtained, and on August 19, with the help of orbital computations by Brian Marsden (IAU Central Bureau for Astronomical Telegrams, Cambridge, Mass., USA), Elst was able to identify the object on them. The comet can easily be identified in the frame. No coma is seen, only the pronounced, extremely narrow dust tail which points towards position angle p.a. = 252 deg (about 2 deg away from the direction towards the Sun). The overall length of the tail in the frame is about 7.6 arcmin (= 555,000 km at the comet), but actually it is longer than 8.5 arcmin, since it extends beyond the edge of the field of view of the original image.  Credit : ESO )



 이후 천문학자들은 지난 10 년간 소행성 같은 궤도를 도는 혜성들을 12 개 정도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들은 Main-belt comet 이나 혹은 Lazarus Comet 이라고 불리는데 제트 추진 연구소 (JPL) 의 기준에 따르면 궤도 장반경이 2 AU 이상, 3.2 AU 이하 여야 하며 근일점이 1.6 AU 보다 더 멀어야 합니다. 즉 소행성대 혜성이란 혜성같은 천체로 태양에 가까워지면 꼬리를 만들지만 그래도 소행성대에 걸쳐있는 천체를 의미합니다.


 페린 교수 (Anitoquia astronomer Prof. Ignacio Ferrin) 및 그의 동료들이 최근 옥스퍼드 대학의 저널인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에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100 만개 이상의 물체 (지름 1 미터에서 1000 km 까지) 가 존재하는 소행성대에는 과거 수천개의 혜성들이 존재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그 잔해들로 일종의 혜성의 무덤이라고 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혜성은 태양에 다가올 수록 물질을 점점 잃어 나중에는 태양에 흡수되거나 다른 행성에 충돌 하기도 하고 일부는 더 이상 증발시킬 물질이 없는 죽은 혜성 (dormant comet) 이 되어 그냥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도 합니다. 이들 중 일부는 사실 증발시킬 물질이 더 남아 있어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되면 다시 큰 꼬리를 만들 수 있는 것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죽은 혜성들은 현재 주 소행성대에 몸을 숨기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인 페린 교수와 동료들의 생각입니다. 혜성 중 일부는 결국 행성과 태양의 중력의 영향으로 궤도가 소행성과 비슷하게 변할 수도 있겠죠. 한때 태양계에 혜성이 많았을 때는 더 많은 소행성대 혜성들이 존재했을 지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과거에 있었던 영광의 잔해 일지 모른다고 연구팀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제안된 소행성대 혜성의 모습. 이는 과거 영광의 잔해들입니다. 가장 위가 기존의 소행성대 모델, 그리고 그 아래는 일부 혜성 들이 활동하고 있고 잔해들이 널린 소행성대. 맨 아래는 수많은 소행성대 혜성이 존재했던 과거.   These illustrations show the asteroid belt in the present day and in the early Solar System, located between the Sun (at centre) and four terrestrial planets (near the Sun) and Jupiter (at bottom left). The top image shows the conventional model for the asteroid belt; largely composed of rocky material. The middle image shows the proposed model, with a small number of active comets and a dormant cometary population. The lower diagram shows how the asteroid belt might have looked in the early Solar System, with vigorous cometary activity. (Credit: Ignacio Ferrin / University of Anitoquia)  )     



 이것이 맞다면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듯 한데 미래 소행성대에 암석 행성 뿐 아니라 혜성의 잔해에서 물과 이산화탄소등 여러가지 자원을 찾아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소행성은 아니라는 이야기죠. 물론 실제 탐사선을 보내 그 구성 성분을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100% 확신할 수는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말이죠. 아무튼 전통적인 단주기 혜성과 장주기 혜성외에도 태양계에는 흥미로운 천체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이전에 소개한 켄타우로스의 ( http://jjy0501.blogspot.kr/2013/07/160-centaurs.html 참조) 소행성대 버전인 것 같은 느낌도 드네요. 


 참고 



 Journal Reference:

  1. Ignacio Ferrin, Jorge Zuluaga, Pablo Cuartas. The location of Asteroidal Belt Comets (ABCs), in a comets' evolutionary diagram: The Lazarus Comets.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2013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R 패키지 설치 및 업데이트 오류 (1)

 R 패키지를 설치하거나 업데이트 하다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아예 R을 재설치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렇게해도 해결이 안되고 계속해서 사용자는 괴롭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새로운 패키지를 설치, 혹은 업데이트 하는 과정에서 같이 설치하는 패키지 중 하나가 설치가 되지 않는다는 메세지가 계속 나왔는데, 사실은 백신 프로그램 때문이었던 경우입니다.   dplyr 패키지를 업데이트 하려고 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설치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패키지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는다는 메세지가 나왔습니다.  > install.packages("dplyr") Error in install.packages : Updating loaded packages > install.packages("dplyr") Installing package into ‘C:/Users/jjy05_000/Documents/R/win-library/3.4’ (as ‘lib’ is unspecified) also installing the dependencies ‘bindr’, ‘bindrcpp’, ‘Rcpp’, ‘rlang’, ‘plogr’ trying URL ' https://cran.rstudio.com/bin/windows/contrib/3.4/bindr_0.1.1.zip ' Content type 'application/zip' length 15285 bytes (14 KB) downloaded 14 KB trying URL ' https://cran.rstudio.com/bin/windows/contrib/3.4/bindrcpp_0.2.2.zip ' Content type 'application/zip' length 620344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