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언론에는 공룡과 살았던 역대 가장 큰 15 m 급 물고기 리드시크티스 (Leedsichthys problematicus) 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사실 리드시크티스가 역사상 지구에 존재한 물고기 중 가장 큰 물고기 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크기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었던 멸종 어류인 점은 분명합니다.
기사 참조
최초 이 화석 어류가 발견된 것은 19 중후반 이었습니다. 1888 년 리드 목장 (Leed's farm) 에서 화석을 발굴하던 미국의 공룡 전문가 마쉬 교수 ( Professor Othniel Charles Marsh) 는 자신이 발견한 대형 공룡의 화석이 사실은 어류의 화석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를 영국의 어류 화석 전문가 우즈워드 (Arthur Smith Woodward ) 에게 보냈습니다.
1889 년 우즈워드는 이 화석이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없는 대형 어류의 화석이라고 결론 내리고 리드의 물고기라는 뜻의 리드시크티스 (Leedsichthys) 라는 속명을 붙였습니다. 그러나 남아 있는 화석의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분석이 매우 어려웠으므로 problematicus 라는 종명을 붙여 Leedsichthys problematicus 라는 명칭이 탄생했습니다.
( Leedsichthys problematicus 의 복원도 가운데 하나. 이 멸종 어류도 연구에 따라 복원도가 자꾸 바뀌곤 함. http://en.wikipedia.org/wiki/File:Leedsichtys092.jpg)
사실 이 중생대 어류의 화석은 19 세기 후반에 다른 사람들도 발견했지만 스테고사우루스과 공룡의 화석으로 잘못 분류하는 등 한동안 해석에 혼란이 있어 제대로 된 연구가 진행된 것은 한참 후였습니다. 이 거대 어류의 기준 표본 ( holotype specimen, 새로운 종을 기술할 때 대표가 되는 표본) 은 BMNH P.6921 으로 1억 6500 만년 전의 화석이며 1133 개의 조각난 파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표본을 비롯해 이 멸종 경골 어류 (Osteichthyes or bony fishes) 의 화석은 하나 같이 크기가 거대함은 짐작하게 만들었지만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정확한 크기를 측정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분류상 경골 어류임에도 불구하고 골격의 상당 부분이 연골로 구성되었을 뿐 아니라 더 결정적으로 크기를 측정하는데 중요한 전체 척추 (vertebral column) 의 잘 보존된 화석이 없어 그 크기를 추정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은 것입니다.
1889 년 이를 처음 보고한 우즈워드는 BMNH P.10000 라는 표본으로 부터 9 미터라는 추정치를 내놨습니다. 그러나 이후 여러 연구자들이 다양한 표본으로 부터 얻은 추정치는 13.5 미터에서 27.6 미터 라는 어마어마한 크기를 제시하는 등 (심지어 30 미터급으로 묘사된 적도 있음) 크기에 상당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2007 년 스코틀랜드 국립 박물관의 제프 리슨 교수 (Professor Jeff Liston of National Museums Scotland) 이 L. problematicus 의 표본 대부분의 크기는 7 m 에서 12 m 사이 크기라고 추정했습니다. 비교적 잘 남아 있는 아가미 바구니 (gill basket) 의 비교 연구와 성장판에 대한 연구를 통해 리슨 교수는 이 어류가 이 정도 크기에 도달하는데 21 - 25 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추정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2013 년에 리슨과 여러 다기관 연구팀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이 중생대 어류가 최대 16.5 미터 까지는 자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는 아가미 바구니가 매우 잘 보존된 표본 NHM P.10156 의 연구를 통한 것으로 이 거대한 아가미 바구니는 폭이 114 cm, 높이가 154.5 cm 에 달한다고 합니다. 리슨 교수와 동료들은 이 물고기가 8-9 미터까지 자라는데 20 년 정도가 필요했을 것이며 16.5 미터 까지 자라려면 38 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새로운 연구 결과에 의해 12 미터로 복원된 L. problematicus 옆의 사람과 크기 비교
그런데 사실 연구자들이 이 물고기가 얼마나 크게 자랐는지 궁금해 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 물고기는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현대의 대형 고래와 고래 상어가 그러하듯이 가장 풍부한 먹이인 플랑크톤을 여과해서 먹는 여과 섭식자 (suspension feeder) 였을 것입니다. 따라서 각 시대별로 최대 여과 섭식자의 크기를 비교해 본다면 그 시대의 해양 환경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이 어류가 살았던 시기에서 1 억년 후인 6600 만년 전의 후기 백악기에는 가장 큰 표본도 4-6 미터 정도로 쥐라기의 L. problematicus 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았습니다. 연구팀은 이 어류의 정확한 크기 추정이 당시 쥐라기 중기의 해양 생태계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공룡 및 다양한 해양 파충류와 더불어 당시 해양과 육상 생태계에서 거대화 (gigantism) 을 일으킨 요소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화석 어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그렇다면 이 물고기가 일부 국내 언론 보도대로 역사상 가장 큰 어류인 건 맞을까요. 일단 16.5 미터라면 현재의 고래 상어보다는 더 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상 가장 큰 어류의 왕관을 씌우기에 앞서 다른 경쟁자인 멸종 상어 Carcharodon megalodon (메갈로돈으로 알려진) 와 크기를 비교해 봐야 합니다.
C. megalodon 역시 그 크기가 매우 논란이 되었던 멸종 어류 중 하나입니다. 한때 24 - 30 미터 설이 나오기도 했던 이 어류는 최근에는 그 추정 크기가 처음보다는 줄어들었으나 가장 큰 표본은 적어도 16 미터는 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사실 가장 큰 표본은 20 미터를 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L. problematicus 는 사실 역사상 가장 큰 어류의 후보에 올리기는 약간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역사상 가장 큰 경골 어류 (메갈로돈이든 고래상어든 연골 어류) 의 후보로 올리는 것은 가능합니다. 물론 내일이라도 고생물학자들이 20 미터급 표본을 새로 발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렇다는 이야기죠.
참고
Journal Reference
1. Liston, J., Newbrey, M., Challands, T., and Adams, C., 2013, "Growth, age and size of the Jurassic pachycormid Leedsichthys problematicus (Osteichthyes: Actinopterygii) in: Arratia, G., Schultze, H. and Wilson, M. (eds.) Mesozoic Fishes 5 – Global Diversity and Evolution. Verlag Dr. Friedrich Pfeil, Munchen, Germany, pp. 145-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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