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언젠가는 이런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역시나 2013 년 세법 개정안이 발표 된 후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일단 정치권은 앞으로 10월 재보선 선거와 내년 6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유리지갑 봉급 생활자 증세 논란을 부담스러워하는 여당과 중산층 봉급생활자 세금 폭탄을 주장하는 야당 사이에 정치 공세가 예상됩니다.
일반 직장인의 경우 아직 연봉 3450 만원 미만인 연차가 낮은 직장인과 비정규직, 저소득층은 큰 반발이 없을지는 몰라도 그렇다고 환영할 만한 이슈도 아니라고 할 수 있는 반면 - 감세나 혜택이 큰 것도 아니기 때문 - 이 구간에 드는 직장인들은 아주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정상 2013 년 세법 개정안은 지금쯤 발표하는 것이 맞지만 나름 선거 일정을 고려해 지금 발표한게 아닌 가 생각이 들만큼 일단 선거와는 좀 시간 간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꾸 이슈화 할 경우 여당으로써는 꽤 부담되는 일일 수 밖에 없겠죠. 따라서 9월 이후 국회에서 실제 통과되는 시점에서 본래 세법 개정안이 상당히 난도질을 당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증세 부분을 줄이게 되면 다시 근본적인 문제인 세수 부족 문제가 심해집니다. 집권 여당으로써는 이래저래 고민되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야당으로써는 좋은 기회로 생각될 이슈입니다.
아무튼 8월 8일 세법 개정안이 윤곽을 드러내고 ( 이 내용은 이전 포스트 참조 http://jjy0501.blogspot.kr/2013/08/2013_8.html ) 생각보다 더 많은 봉급 생활자가 세금이 늘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여론의 반발은 매우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에는 연봉이 3450 만원 이하인 사람이라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이 선을 넘을 가능성이 있고 그 이하인 경우 낮아지는 세금 혜택도 사실 별로 크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대부분 반발이 생길 수 밖에 없는게 당연하겠죠.
특히 한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높고 평소 봉급 생활자들이 '유리 지갑' 인 태생적 한계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 소득세의 상당 부분은 근로 소득세인게 사실임) 인식이 깊어서 봉급 생활자 중심으로 증세를 하게 될 경우 형평성 문제와 더불어 반발이 강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비록 신용 카드 사용 증가로 인해 과거에 비해 이런 문제가 감소했다고는 해도 아직도 없다곤 말할 수 없는 게 명백한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번 세제 개정안을 두고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도 반발이 적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에 대해서 정부는 세금은 더 걷지만 '증세는 아니다' 라면서 비판적 여론 확산 차단에 진땀을 빼는 모습니다. 조동원 청와대 경제 수석은 '총급여가 3450 만원 - 7000 만원 사이에 계신 분들은 세금이 증가되는 것은 사실이다. 연 16 만원으로 월 1만 3 천원 정도' 라면서 '저도 16 만원 빼가면 싫어하지만 그 정도는 어느 정도 감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비판 여론을 인식한듯 유리 지갑인 봉급 생활자가 손해 본다는 지적에 '그 부분은 참 최송스러운 부분이고 입이 열개라도 다른 설명은 못드리겠다' 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선거 공약과는 반대로 증세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소득이 그 위로 올라갈수록 굉장히 부담이 많이 올라가 사실상 부자증세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지만, 증세라는 건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하는 명시적인 거란 점에서 분명히 증세는 아니다' 라고 반박했습니다. 즉 정부에서 보는 증세란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하는 경우를 의미하며 비과세 감면 혜택을 줄여 세금을 더 거두는 건 증세가 아니라는 견해입니다.
하지만 대선 기간 중 '증세는 없다' 를 공약으로 내건 덕에 이와 같은 주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궤변으로 들리고 있고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선 공약집에도 비과세 감면 혜택을 줄이는 내용이 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 입니다.
차라리 현재의 세수 결손 및 향후 재정 문제로 인해 부득이 세금을 더 거두게 되었다고 솔직하게 다가서는 것만 못한 해명이라고 생각됩니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 (Honesty is the best policy)' 이라는 것은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는 속담이 아니라 종종 진실인 경우도 있는데 지금이 그런 상황으로 보입니다. 모두가 뻔히 아는 사실에 대해서 정직하게 이야기 하지 않고 궤변을 늘어놓으면 사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8월 9일 조 경제 수석이 밝힌 거위와 루이 14 세의 이야기는 제게는 더 궤변처럼 느껴집니다. 조 수석은 루이 14 세 당시 세금 정책을 거론하면서 ('세금을 걷는다는 건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것' 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출처는 모르겠네요.) '명백한 세목증가, 세율인상은 경제활력을 저해시키는 것으로 보고 그런 것이 아닌 마치 거위에서 고통 없이 털을 뽑는 방식으로 해보려고 했던 게 세제개편안 정신' 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래 링크 기사 참조)
루이 14 세가 자신의 백성들을 거위로 봤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프랑스 국민들은 거위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프랑스 국민들은 루이 14 세가 일으킨 전쟁 비용을 대느라 허리가 휘도록 세금을 내야 했기 때문에 적지 않은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었고, 심지어 루이 14 세가 죽고난 후 에도 막대한 국가 부채를 해결하느라 루이 15 세 시절까지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거위가 깃털을 살짝 뽑으면 정말 고통없이 못느끼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한 민국 국민들은 분명히 거위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월급 통장에서 세금이 더 나가면 (혹은 급여가 덜 들어오면) 고통을 느낄 것입니다.
정부는 구차한 설명이나 궤변에 가까운 변명 대신 '이러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부득이 세금을 더 내야 하니 양해해 달라. 그리고 형평성 부분에서 (즉 유리지갑 논란) 최대한 보완하겠다' 라고 직설적으로 대국민 설득에 나서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그게 아니라면 결국 여론의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국회에서 세제 개정안이 난도질 당해 본래 목적인 증세는 사라져 버릴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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