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라는 사회 조직이 들어서고 난 이후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세금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행정 조직을 유지하고 국정을 수행하기 위해서 화폐의 형태든 노동력의 형태든 아니면 현물의 형태이든지 간에 국가는 세금을 거둘 수 밖에 없습니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로 세외 수입이 아주 짭짤해서 세금을 거두지 않아도 되는 운이 좋은 경우를 제외하곤 말이죠. 우리들에게는 불행하게도 한국은 그 운이 좋은 예외에 속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납세는 한국 국민이라면 본래 피해서는 안되는 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글을 쓰는 시점에서) 최근 이 세금 문제로 아주 시끄럽습니다. 물론 그 이유는 월급쟁이 중심 증세라는 비판을 받은 '2013 년 세법 개정안' ( http://jjy0501.blogspot.kr/2013/08/2013_8.html 참고) 때문입니다. 이전부터 비판을 받아온 비과세 감면 제도를 축소한다는 점에서는 환영을 받을만 하지만 정부에서 손쉽게 유리지갑 봉급 생활자만 털어서 세금을 더 거두려한다는 비판이 일면서 새 세제 개정안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버린 자식' 으로 돌변했습니다.
분명히 만들 때는 공청회도 거치고 당/정/청이 협력해서 내놓은 안인데 정작 내놓고 나서는 대통령도, 경제 부총리도, 기재부도, 새누리당도 원하지 않는 듯 한 세법 개정안이 된 건 물론 여론이 너무 나빴기 때문입니다. 434 만명 (2011 년 소득 신고 기준으로 시뮬레이션 한 것) 이나 되는 봉급 생활자의 세금을 올린다는 사실 때문에 여론이 급속도로 흉흉해진 것이 결국 대통령이 4일도 못가 원점에서 재검토를 지시하기에 이른 원인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 여기엔 당연히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분명 대선 때는 '증세는 없다' 고 했는데 이제는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쉽게 받아들일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 여기에 세금 부담이 봉급 생활자 중심으로 이뤄진 탓에 (물론 세법 개정안 자체는 대기업의 세부담을 첫 시행 연도부터 1 조원 더 늘린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기는 합니다. 그래서 2013 세법 개정안은 발표되기도 전부터 기업들의 반발을 샀는데 워낙 일반 대중의 여론이 좋지 않다 보니 이 부분은 그냥 뭍히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형평성 문제가 거론될 수 밖에 없습니다. 즉 봉급 생활자 입장에서는 자신만 '봉' 이 된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결국 기재부는 한발 물러서서 세 부담 증가선 기준을 기존의 연봉 3450 만원에서 5500 만원 (OECD 중산층 기준선인 중위 소득 150% 이상) 으로 올리고 연봉 5500 - 6000 만원 구간은 연간 2 만원, 6000 만원 - 7000 만원 구간은 연간 3 만원 정도 세부담을 더 늘리는 선에서 조정해 일단 중산층 중과세라는 비난 여론을 벗어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면 증세 대상이 434 만명에서 229 만명 가량 줄어든 205 만명으로 줄게 됩니다. 여기에 연봉 5500 만원 이하 봉급 생활자는 근로소득세액 공제도 50 만원에서 66 만원으로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다만 이 안은 기재부 안이고 실제 국회에서 통과될 때는 어떻게 변할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
하지만 이전 포스트에서 지적했던 것 처럼 ( http://jjy0501.blogspot.kr/2013/08/2013-Tax.html ) 이번에는 증세라는 2013 년 세법 개정안의 본래 목적이 희석되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로 적어도 4400 억원 정도의 증세 효과가 사라지게 되는데 기재부는 이를 고소득 자영업자 과세 강화 세금 탈루 단속, 대기업 투자 세액 공제 손실로 메꾼다는 주장입니다. 다만 이전에도 나온 대책의 재탕이라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주 회의적인 반응입니다. 솔직히 제가 뉴스를 본 이래 탈세 단속 안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말이죠.
한편 진짜 세금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실제로 소득신고를 하고 연말 정산을 받아봐야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재부의 주장은 약간 꼼수가 들어가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두 2011 년 귀속 소득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 한 것이기 때문에 2013 년 귀속 소득을 기준으로 2014 년 소득 신고를 하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갑자기 연말 정산 이후 세금을 더 내거나 환급을 적게 받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원안 대비 세금을 덜 내는 형태로 세법 개정안이 손질 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결국 증세안은 시작도 해보기전에 좌초 위기에 빠져 있는데 지금은 상대적으로 잠잠한 상태라도 대기업 역시 이번 세법 개정안에 대해서 불만을 품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국회에서 꽤 난항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현재의 혼란상은 이미 2012 년 대선 때부터 그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대선 후보들은 터무니없는 공약들을 내세우면서 지출은 과소 평가하고 세수 확보는 아주 쉽게 생각했습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는 없다' 라고 공약을 내세워 현재는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입니다. 여기에다 사실 2013 년에는 세금까지 잘 걷히지 않는 상태라 ( http://jjy0501.blogspot.kr/2013/05/2013.html 참조) 더 사면 초가의 상황으로 빠지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으로썬 증세가 문제가 아니라 줄어드는 세수라도 보전하는 게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실질세율을 올리는 방식의 증세를 해도 결국 '본전 치기' 에 지나지 않을 만큼 국가 재정의 미래는 당분간 어두워 보입니다. 이제라도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이야기하고 공약을 뒤집더라도 실현 가능한 재정 계획을 수립하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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