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지금 당장 행동이 필요한 산호초 보호



 산호초 (Coral Reef) 파괴 문제는 최근 수년 간 전 세계적인 환경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산호초 파괴가 한 지역에서가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8 년 발표된 한 보고서에 의하면 전세계 산호초의 19% 정도가 이미 훼손되었고 향후 10 - 20 년간 나머지 15% 가 파괴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사실 연구 마다 차이는 있어도 이미 전세계 산호초의 10% 이상이 파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산호초는 전세계 바다에서 극히 일부만을 차지할 뿐이지만 수많은 생물종의 서식지로 생태학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면적으로는 전세계 바다의 0.1% 정도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다 생물종의 1/4 이 발견된 곳이 바로 산호초 입니다. 어업 뿐 아니라 관광 산업, 그리고 산호초의 여러가지 환경 보호 효과까지 생각하면 사실 그 경제적 가치도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호초는 다양한 바다 생물들의 보금자리로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A Blue Starfish (Linckia laevigata) resting on hard Acropora coral. Lighthouse, Ribbon Reefs, Great Barrier Reef. 15 August 2004 14:23:20. Credit : Richard Ling This file is licensed under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Share Alike 3.0 Unported license.http://en.wikipedia.org/wiki/File:Blue_Linckia_Starfish.JPG )


 하지만 지구의 다른 자연 환경과 마찬가지로 산호초 역시 인간 때문에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습니다. 어류 남획 (특히 폭탄물이나 약품을 이용하는 경우), 과도한 질소 및 인 화합물에 의한 부영양화, 해양 오염, 산호의 천적 등 여러가지 이유가 산호초 파괴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미래 산호초의 위기를 심각하게 우려하게 된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전지구적인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입니다. 


 이산화탄소는 사실 산호를 비롯한 바다 생명체들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분자이지만 그 농도가 높아지게 되면 산호초 군락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이산화탄소가 산호초에 위협이 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입니다.


 첫번째는 해양 산성화 입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바다에 녹은 이산화탄소의 양도 증가하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녹은 이산화탄소는 탄산 (Carbonic acid,  
CO2 + H2 H2CO3
  의 반응에 의해 발생) 이 되므로 바다를 산성화 시키게 됩니다. 물론 탄산 자체는 약한 산이지만 양이 많기 때문에 해양의 pH 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대기중으로 배출하는 막대한 이산화탄소 중 적어도 1/3 이상은 바다에 녹게 됩니다. 과학자들은 산업 시대 이후 바다의 pH 가 8.25 에서 8.14 정도로 이미 감소했다고 보고 있고 향후 0.3 - 0.4 정도 추가로 떨어지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해양 산성화는 수많은 바다 생물체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데 불행하게도 산호는 이런 산성 변화에 매우 민감합니다.


 산호초를 만드는데 필요한 탄산 칼슘 (CaCO3) 은 - 사실 산호뿐 아니라 조개류를 비롯 매우 다양한 해양 생물체의 딱딱한 껍질을 만드는데 사용됨 - 산에 매우 민감합니다. 만약 바다의 산성도가 증가할 경우 탄산칼슘을 원료로 석회화 (calcification) 을 해야 하는 해양 동물 (Oceanic Calcifying Organism) 은 필요한 골격이나 껍데기를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아예 만들지를 못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산호초가 결국 탄산칼슘으로 된 초석회암으로 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왜 산호초가 위기인지 쉽게 이해가 가능합니다. CO32− 의 농도가 감소하면 자연스럽게 탄산칼슘도 쉽게 용해됩니다.



(pH 감소에 따른 바다의 탄산 환경 변화  Bjerrum plot: Change in carbonate system of seawater from ocean acidification. public domain image. Source : wikipedia )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로 인한 두번째 문제는 바로 지구 온난화 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산호는 따듯한 바다에서 자라기 때문에 지구 온나화가 산호 성장에 도움이 될 듯 하지만 실제로는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서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산호가 생각보다 수온에 민감하다는 사실은 1998 년에서 2004 년 사이 있었던 엘니뇨 (El Nino) 때 밝혀졌습니다. 이 엘니뇨 동안 해수면의 수온이 평균 이상으로 크게 상승했는데 이어서 산호 탈색 (Coral bleaching) 현상이 관찰되었던 것입니다. 이후 산호 탈색 현상은 전세계의 산호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산호 탈색 현상이 나타난 호주의 대보초 Great Barrier Reef 의 사진. Bleached branching coral (Acropora sp.) at Heron Island, Great Barrier Reef (21st January 2005). Author: J. Roff.  This work is licensed under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ShareAlike 3.0 License. http://en.wikipedia.org/wiki/File:Bleachedcoral.jpg ) 



 산호는 나무나 광물처럼 생기긴 했지만 사실은 자포동물에 속하는 동물로 각각의 산호충들은 플랑크톤 따위의 먹이를 포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군체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에너지 (약 90%) 는 사실 공생 조류로 부터 공급받고 있습니다. 황록 공생 조류 (zoosanthellae) 는 산호의 몸속에서 공생하며 천적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댓가로 광합성으로 만든 영양분의 일부를 산호에 제공합니다. 


 하지만 수온이 상승하고 주변 환경이 나빠지면 황록공생 조류가 산호로부터 빠져나오게 되는데 이 때 산화의 색깔이 사라지며 마치 탈색한 것 처럼 변합니다. 왜냐하면 사실 산호에 다채로운 색깔을 부여하는 것은 이들 황록공생 조류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들이 빠져나가면 산호는 혼자서 살아가기 매우 버거운 상황에 놓입니다. 


 여기에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장기적으로 보면 산호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를 낮출 가능성이 있으며 상승하는 온도는 산호에 유행하는 질병을 창궐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산호초는 온도에 민감해서 현재 존재하는 위치에 있는 대부분의 산호초는 수온이 크게 상승하면 사멸할 수 밖에 없으며 아마도 이보다 위도가 높은 지역에 새롭게 형성될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앞서 설명한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산호초가 재생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최근 Current Biology 에 실린 한 논문에서 엠마 케네디 Emma V. Kennedy 를 비롯한 저자들은 생태학적 모델링을 기반으로 산호초 파괴가 앞으로 심각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 산호초 보호 구역에서의 보존도 중요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IPCC 배출 시나리오에서 제시한 가장 적극적인 수준으로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Climate policy should aim for the most aggressive IPCC emission scenario (RCP2.6)


 연구팀이 300 개 이상의 연관 과학 문헌를 기반으로 시행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는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기후 변화가 계속될 경우 21 세기 중반에 카리브 해의 산호초는 자라는 속도보다 파괴되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며 이 속도는 21 세기 말로 갈수록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런데 아주 적극적인 온실가스 배출 억제 시나리오는 가장 가능성 없어 보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주요 대량 배출국들은 물론 일부 국가를 빼놓고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서로의 핑게를 대면서 온실 가스 배출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점은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이전 정부에서 주장한 '녹색 성장' 은 거의 립 서비스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실제 6 차 전력 수급기본계획을 보면 앞으로 한국은 화석 연료 전성 시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향후 발전 설비 증설을 주도하는 것은 화석 연료 (주로는 석탄 + 천연가스) 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사실 온실 가스 배출 역시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안타까운 시나리오가 산호초를 기다리고 있는 셈인데 지금 당장 행동에 들어가지 않으면 21 세기 말에는 지금같은 산호초 군락은 보기 힘들어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것이 바다 생태계 전체에 미칠 파급력은 결코 적지 않을 것입니다. 




Reference

1. Wilkinson, Clive (2008) Status of Coral Reefs of the World: Executive Summary. Global Coral Reef Monitoring Network.

2. Kennedy EV, Perry CT, Halloran PR, Preito-Iglesias R, Schonberg CHL, Wisshak M, Form AU, Carricart-Ganivet JP, Fine M, Eakin CM, Mumby PJ, Avoiding Coral Reef Functional Collapse Requires Local and Global Action, 2013, Current Biology. DOI: dx.doi.org/10.1016/j.cub.2013.04.020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