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2013년 세법개정안 확정 - 월급쟁이 중심 증세 ?




 정부가 예정대로 2013 년 8 월 8일 '2013 년 세법 개정안' 및 '중장기 조세 정책 방향' 을 확정했습니다. 이전 포스트 (  http://jjy0501.blogspot.kr/2013/07/blog-post_1931.html 참조) 로 전해드린 것 처럼 여기에는 대기업 위주의 법인세 증액과 더불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는 '월급쟁이 중심 증세' 안이 포함되어 있어 국회 통과 과정은 물론 앞으로 실행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2013 년 세법 개정안 (정부 안이고 앞으로 국회에서 통과해야 함. 따라서 일부 내용이 실제 적용되는 시점에서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것. 특히 여론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태에서 진짜 관철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정) 의 특징은 바로 전체 근로자의 상위 28% 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는 연 근로소득 3450 만원 이상 근로자의 세부담을 늘렸다는 점입니다. 


 소득 공제에서 세액 공제로 (이부분은 이전 포스트들을 참조) 변경하면서 증세 없이도 (?) 소득 구간을 더 상위로 이동시켜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다는 정부의 계산인데, 이를 숫자로 따지면 434 만명이나 되는 사람이 세금을 더 내게 되 증세 범위가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2011 년 귀속분 소득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 한 것이므로 실제로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음. 왜냐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명목 소득이 증가하기 때문) 


 사실 2012 년 대선에서 지금까지 보면 '증세는 없다 (선거 전)' -> '부유층/대기업 중심 증세 (선거 후)' -> '중상위층 봉급 생활자 + 법인세 위주 증세 (집권 초반)' 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집권 전후에 말이 바뀌는 경우는 그다지 드문 일도 아니라서 놀랍지는 않지만 아무튼 증세는 없다고 하다가 부유층 위주 증세라고 말을 바꾼 후 결과적으로는 중산층도 증세 범위에 포함시킨 셈이 되어서 강력한 반발이 예상됩니다. 핵심은 말을 바꾼 것 보다 봉급 생활자 중심으로 434 만명이나 되는 사람에게 세금을 더 거둔다는 점이죠. 일단 자기 일이 되면 사람은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니까요.


 물론 일부에서는 바람직한 부분도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단 중하위 근로 소득에 대해서는 소소하나마 세금을 줄여준다는 점입니다.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에 의하면 새로 세금을 내게되는 면세자 그룹 170 만명을 포함한 1189 만명의 근로자가 2 만원에서 18 만원 정도 세부담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2011 년 귀속분 세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이므로 실제로 세부담 감소 혜택은 이보다 더 적을 가능성이 높지만.... ) 


 비록 감세 혜택은 1 인당으로 환산하면 매우 적긴 한데 소득 재분배에는 약간 기여하지 않겠나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부는 중장기 조세 정책 방향에 근거해 인적/특별 공제 항목의 소득 공제를 세액 공제 방식으로 바꿔 고소득층과 중산층의 세부담을 늘리고 이를 저소득층에 지원했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이전 포스트에서 '2011 년 국세 통계 연보 및 2012 년 국정 감사 자료' 에 의하면 2011 년 신고 (2010 년 소득분) 기준 상위 10% 근로자가 부담한 세액은 68.1% 이었고 상위 20% 가 부담한 금액은 84.4% 입니다. 즉 상위 20% 정도에 해당하는 연봉 6000 만원 이상 근로자가 근로 소득세의 대부분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3/06/blog-post_30.html 참고) '  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은 세법 개편은 결국 상위 근로자가 대부분의 근로 소득세를 내는 현상을 더 강화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항상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는 바로 유리 지갑인 봉급 쟁이들만 '봉' 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이번 증세 대상에서 자영업자는 사실상 거의 취급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실질적으로는 거의 상위 1/3 정도 되는 봉급 생활자들만 '봉' 이 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봉급 증가 속도보다 세금 증가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소득층 감세 혜택은 폭이 적어 사실상 생색내기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2011 년 소득분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보면 


 연봉 4000 - 7000 만원 구간 : 연평균 16 만원
 연봉 7000 - 8000 만원 구간 : 연평균 33 만원
 연봉 8000 - 9000 만원 구간 : 연평균 98 만원
 연봉 9000 - 1 억원 구간 : 연평균 113 만원
 연봉 3 억원 초과 : 연평균 865 만원


 정도 세부담이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일단 중위 그룹의 반발을 최소화 하기 위해 세율 인상을 중간 그룹까지는 낮추긴 했지만 정부가 처음 호언 장담한 것 처럼 부유층 위주 증세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근본목적이 저소득층 세부담 감면 보다는 전반적인 증세에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정부는 이미 이전에 발표한 계획에 따라 2013 - 2017 년 사이 세율을 늘리지 않는 대신 비과세 감면 제도 정비를 통해 17 조 9919 억원의 세금을 더 거둘 생각입니다. 


(정부 계획안 ) 


 정부안대로 되면 내년에 상위 근로 소득자 및 대기업은 2조 9700 정도 세금을 더 내게 되고 서민층과 중소기업은 6200 억원 정도 줄어들게 됩니다. 이런 저런 효과를 합치면 세수 효과는 2조 4900 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지만 앞서 언급한데로 심각한 세수 결손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 정도로는 줄어드는 세금도 벌충하기 힘든 형편입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3/07/2013.html 참조) 나름 정부도 고육 지책이라는 것이죠.


 현재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부분은 사실 기업들이 증세의 주역이라는 점입니다. 세법 개정에 따른 세부담은 


중소 기업      + 0.37 조원
대기업          + 1 조원
서민/중산층  - 0.99 조원
고소득자       + 1.97 조원 
기타              + 0.14 조원

 합계            + 2.49 조원


 으로 봉급생활자 + 기업의 세부담 인상이 주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상위 28% 봉급 생활자 세 부담이 첫 시행년도에 1.97 조원 증가하게 되어 역시 만만한게 봉급쟁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키고 있습니다.


 한편 이번 세법 개정안에는 종교인 과세가 처음으로 통과되어 오랜 논란이 종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그 세액은 얼마 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은 일부에서 계속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저출산 대책으로 자녀 1 인당 50 만원을 지원하는 자녀 장려세제 (CTC) 가 새로 도입되는 점 등 여러가지 세법 변화가 있을 예정입니다.


 현재로써는 세금이 안 걷히는 판이라 어쩔 수 없이 증세는 해야겠고 그러면 역시 만만한게 봉급쟁이와 대기업이긴 한데 여론의 반발 (물론 기업들도 반발하는 중) 이 만만치 않아서 과연 원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순조롭게 세금을 더 거둘 수 있을 지는 역시 두고봐야 알 것 같습니다. 사실 문제는 경기가 생각처럼 호전되지 않는 경우 2014 년과 2015 년도 세수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겠죠.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