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대표적 언론사들의 매각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각각 주간지와 일간 신문의 대표주자들의 매각 소식이라 종이 미디어의 몰락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때 미국에서 타임지에 이어 두번째로 큰 시사주간지이자 사실 세계 정상급 시사 주간지 였던 뉴스위크 (Newsweek) 의 재매각 소식과 워터 게이트 보도로 유명한 136 년 전통의 워싱턴 포스트 (The Washington Post) 의 매각 소식이기 때문입니다.
뉴스위크는 1933 년 2월 17일 발행되어 지금까지 80 년 역사를 자랑하는 시사주간지로 한때 세계 각국 12 개 언어 (한국어도 포함) 판이 나올 만큼 세계적인 시사 주간지 중 하나였습니다. 전성기였던 2003 년에는 전세계 발행 부수가 매주 400 만부 이상이었고 미국에서만 주당 270 만부 이상 발행되던 잡지로 한때 뉴스위크의 몰락이라는 주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0 년대 들어와 온라인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점차 종이 잡지를 보는 사람의 수는 시간이 지날 수록 감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위기 의식을 느낀 뉴스위크는 2008 년에서 2009 년 사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시대의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2008 년 초 발행 부수는 310 만부에서 260 만부로 감소했고, 2009 년 7월에는 190 만부, 2010 년 1 월에는 150 만부라는 수직 낙하를 기록한 뉴스위크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발생부수 감소로 수익은 반토막이 나고 광고 수익 역시 50% 이상 감소하는 위기 속에서 뉴스위크의 2009 년 매거진 부서의 영업 손실은 2930 만 달러에 달했고 2010 년 첫분기 순손실만 1100 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사실상 파산 직전에 몰린 뉴스위크는 1961 년 부터 이를 소유한 워싱턴 포스트 컴퍼니 (The Washington Post Company) 에 의해 오디오 재벌인 고(故) 시드니 하먼 (Sidney Harman) 에게 부채를 떠맡는 조건으로 단돈 1 달러에 팔리는 굴욕을 겪습니다. (2010 년 8월 2일)
그러나 뉴스위크의 굴욕은 사실 시작이었습니다. 다시 IAC/InterActiveCorp 로 넘어간 뉴스위크는 2010 년 말 신생 온라인 잡지인 데일리 비스트 (The Daily Beast) 에 합병되는 굴욕을 겪었습니다. (하먼과 IAC 가 50% 씩 지분을 갖는 조건으로 합의) 하지만 종이 미디어 뉴스위크 몰락을 상징하는 사건은 2012 년 말에 있었습니다. 2012 년 12월 31일 인쇄본을 끝으로 더 이상 종이 잡지를 만들지 않고 온라인 잡지로 변경하기로 한 것이 그 사건이었습니다.
(뉴스위크의 마지막 인쇄판 버전 표지. Credit : Neewsweek )
당시 이 사건은 이제 '종이 미디어' 의 시대는 결국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뉴스위크는 2013 년 8월 3일 다시 IAC 에서 IBT Media 로 '알 수 없는 가격' 에 매각됩니다. 이 전에 IAC 의 회장 바리 딜러 (Barry Diller) 는 뉴스위크를 매입한 것은 '실수 이자 헛고생 ( "mistake" and a "fool's errand.") ' 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사실 IAC 는 뉴스 위크로 인해 막대한 손실만 입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2013 년까지 뉴스위크는 이미 여러차례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온라인 잡지로 변경되었지만 앞으로 온라인 환경에서 다시 이전의 영광을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편 이 이상으로 미 언론계에 충격을 주는 사건은 1877 년 설립되어 136 년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던 워싱턴 포스트 (WP) 의 매각 소식입니다. 워터 게이트 특종을 비롯해 NSA 기밀 감시 프로그램인 프리즘 폭로까지 굵직 굵직한 특종을 터트리며 뉴욕 타임즈 (NYT) 와 더불어 미국 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신문으로 알려진 워싱턴 포스트는 2013 년 8월 5일 원소유주인 워싱턴 포스트 컴퍼니 (The Washington Post Company) 에서 아마존의 창업자 겸 최고 경영자 제프 베조스 (Jeff Bezos) 에 매각되었습니다. 매각 합의금은 현찰 2억 5000 만 달러라고 합니다.
제프 베조스가 이를 매입한 이유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아마존의 킨들 (Kindle) 태블릿 및 아마존의 컨텐츠와 연동하려는 목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결국 그렇게 되면 종이 신문으로써 워싱턴 포스트의 위상은 점차 축소되거나 가장 극단적인 경우 아예 종이 신문 버전은 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운용 방안이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결국 온라인/ 전자 출판을 선호하는 아마존이기에 종이 신문을 계속 만드려고 매입한 건 아니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미국 최고 신문이자 수준 높은 기사로 유명했던 워싱턴 포스트 역시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시대의 변화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인력 감축과 본사 매각등의 노력도 이 오래된 종이 신문의 쇠락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비록 온라인 판이 새로운 수익을 내긴 했지만 종이 신문의 몰락을 감당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결국 워싱턴 포스트 컴퍼니는 차라리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 팔기로 결정했는데 뉴스위크의 전례를 보면 현명한 조치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향후 종이 신문이나 잡지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역시나 손을 들고 보기는 종이가 편하기 때문에 한동안 살아남을 수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결국 시대의 흐름에 사라진 과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상당수는 온라인이나 태블릿에 적합한 버전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종이 신문 안본지가 꽤 오래되었기 때문에 종이 신문이 없어진다고 해서 그다지 아쉬움을 느끼지는 않지만 그래도 신문에 익숙하신 분들은 아쉽게 생각하시는 경우도 많을 것 같습니다. 매일 같이 나오고 있는 주요 종이 신문이 사라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 상조이지만 2000 년대 초반만 해도 '종이 미디어' 의 몰락을 예측하기 힘들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앞으로 10 년 후의 세상은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참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