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괴담의 탄생 - 어떻게 사실은 괴담이 되는가




 최근 있었던 재미있는 일 하나 때문에 다소 거창한 제목의 포스트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수일 전 작성한 '태양계 이야기 167 - 태양 폭풍이 지구를 위협 ?' 포스트에 재미있는 댓글들이 달렸기 때문이죠. 




 사실 '초대형 태양폭풍' 이라는 검색어가 네이버 상위 검색어로 나오기에 무슨 일인가 검색한 후 위의 글을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8월 25 일) 이 키워드로 네이버 검색을 해보겠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지구 방향 코로나 물질 방출 (CME) 은 본래 이전에 섰던 포스트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8월 20일 태양에서 생긴 CME 가 지구로 시속 330 만 km 로 돌진하면 적어도 50 시간 안에 지구 궤도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쯤이면 가장 빨리 움직이는 고에너지 입자는 화성 궤도도 넘어 소행성 궤도에 도달했겠죠. 그러나 지금까지 휴대전화가 먹통이 되었다든지 블랙 아웃이 되었다든지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뉴스는 없습니다. 심지어 언론에서 위의 기사를 내놓았을 때 20 일 태양에서 만들어진 고에너지 입자는 지구를 통과했거나 통과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재미있는 부분은 언론의 오보가 아니라 갑자기 초대형 태양폭풍이 지구를 위협하게된 과정입니다. 이것은 몇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1 단계 : 나사 및 외신 보도 -> 국내 언론 보도로 바뀌는 과정

 일단 제일 처음 이를 보도한 NBC 뉴스 등 외신 기사와 나사의 공식 보도 자료를 보겠습니다. 





 여기서는 여기서 나온 고에너지 입자들이 지구로 2-3 일 내로 도달할 것이며 (그리고 지금 시점에는 지나갔을 것이고) 지자기 폭풍 (Geomagnetic storm) 을 을이켜 GPS 신호를 교란하거나 무선 통신, 전력망 교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덧붙여 이날 (20일) 방출된 입자들은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들은 과거에 이정도 CME 로 인해 생겼던 지자기 폭풍은 대부분은 매우 경미했다 "In the past, geomagnetic storms caused by CMEs of this strength have usually been mild," NASA officials wrote. 라고 보도했습니다. 나사 보도자료에 나온 내용이기도 하고 비슷한 언급이 야후 뉴스나 과학 포탈인 Phys.org 등 주요 외신에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언론 보도에서는 이 내용은 빠지고 CME 가 무선 통신 교란, 전력망 손상, GPS 및 위성 신호 교란을 일으켜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는 일반적인 언급만 부각되서 보도만 나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것은 CME 를 모니터링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지 이번 CME 가 그런 문제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가 전혀 아니었음) 

 참조 






 국내 언론들이 새로운 내용을 첨가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내용을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생략하므로써 8월 20일 발생한 지구방향 CME 는 완전히 다른 내용의 기사로 변하게 됩니다. 즉 1단계를 거치면서 지구에 심각한 지자기 폭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없는 통상적인 태양 폭풍이 아니라 지구를 위협하는 수준의 태양폭풍 (이 명칭도 사실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 된 것입니다. 


 2 단계 : 국내 언론 보도 - > 네티즌 (블로그/SNS/게시판 등 )



 대략 이 보도가 나간 22 일에서 24 일 사이 (사실은 이 시기에 이 때 만들어진 고에너지 입자는 지구를 통과했거나 통과하는 중)   이제 네티즌 사이에서는 (일부 저 처럼 아니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초대형 태양폭풍으로 인한 불안을 조장하는 내용이 언론보도보다 더 과장되어 등장하게 됩니다. 




 네이버 지식인에는 



 이렇게 되면 이제 인터넷 전문가들이 등장합니다. 


 3 단계 : 괴담의 탄생 







 사실 기사가 나온지 수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서서히 인터넷 상에서는 자칭 전문가들이 등장해서 온갖 이상한 '진실' 들을 유포합니다. 만약 CME 가 무엇인지 지자기 폭풍이 무엇이고 왜 모니터링 하는지 약간의 정확한 지식만 있다면 이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더 이상한 괴담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검색을 해서 댓글들을 보면 알겠지만 위의 답변은 양반에 속합니다. 인터넷에는 이상한 괴담을 남들이 모르는 지식을 아는 것처럼 자랑하면서 유포하는데 취미를 들린 사람들이 꽤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읽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일부는 사실이 아닐까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경우에는 실제 2-3 일 후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괴담이 아주 널리 퍼지지 않았고 이것이 괴담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습니다. NOAA 우주 기상 예보 센터를 접속해서 보게 되면 지난 수일간 지구에는 가장 경미한 정도의 지자기 폭풍조차 생기지 않았습니다. 








 나사, NOAA 등 미국의 주요 정부 기관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연관 기관들이 이를 모니터링 하고 있으므로 진짜 심각한 지자기 폭풍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미리 이를 알 수 있는 경보 시스템이 현재 갖춰져 있습니다. 과거 있었던 퀘벡 정전 사태로 인해서 특히 위험 지대에 위치한 국가들 (북극권에 가까운 국가들, 캐나다, 북유럽, 북미 일부 지역에 영향권이 있는 미국) 은 이를 상시 모니터링 하고 있죠. 한국은 이런 고위도 국가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위치상 안전하기 때문에 사실 더 안심해도 됩니다.


 결론


 이런 사건의 경우는 허무맹랑한 괴담이라는 사실이 곧 증명됩니다. 수일 후 아무 문제도 없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렇게 빨리 밝혀지지 않는 류의 괴담이라면 어떨까요. 이 경우에는 꽤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남게 됩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그런 이야기를 볼 수 있죠. 물론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 역시 괴담을 믿는 이유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사회가 전문화 고도화 되면서 자기 분야가 아닌 데 정확하고 상세한 지식을 가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분야는 전문가인데 다른 분야에 대한 지식은 없는 경우도 적지 않죠. 하지만 사실 그런점을 제외하고 생각해도 일반 대중들은 과학적인 내용보다는 괴담류의 내용을 더 좋아합니다. 괴담을 이해하는데는 전문적인 과학 지식이나 혹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필요없다는 점도 오히려 대중에게 쉽게 다가설수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


 아무튼 이와 같은 일의 교훈은 분명합니다. 


 1. 언론 보도를 100% 신뢰해서는 안된다. 특히 외신을 인용한 경우 외신 보도를 직접 검색해서 읽어보면 생각보다 국내 언론들이 편집을 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들은 편집을 통해 본래 내용과 완전히 다른 기사를 만들어 내는 재주가 있다. 한국 언론만 그런건 아니겠지만.... 


 2. 인터넷 (SNS/블로그/지식인이나 비슷한 게시판이나 여러 사이트) 에서 나오는 지식은 해당 글이 확실한 지식 기반 위에 쓰여진 것이 아니라면 가급적 무시하는 것이 좋다. 아무나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열린 공간이지만 대신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없이 글을 쓰는 경우가 너무 많다. 필자도 블로그를 운용하면서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참고하라고 경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실 전문가도 100% 모른다. 다만 신뢰할 수 있을 만한 레퍼런스를 다는 경우 어느 정도 믿을 만한 소스라고 할 수 있다.  


 3.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이야기는 실제로도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과거 의학사를 다룬 교과서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한 의사가 사이비 치료를 하는 데 자신보다 더 많은 환자가 찾는 무허가 치료사를 찾아가 정확한 의학적 지식도 없으면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끌어모으는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반문했다. '당신이 길을 가다가 정확한 의학적 지식을 가진 사람을 마주칠 확률은 얼만큼 됩니까?' 

 의사는 '아마도 100 명중 한명도 안되겠죠' 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 사람이 웃으면서 답했다. '그럼 100 명중 99 명이 넘는 사람 중 상당수는 나에게 오지 않겠소' 


 사실 태양 폭발이 무엇이고 코로나 물질 방출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자기 폭풍이 무엇이고 어디서 예보를 볼 수 있는지 이미 책이나 인터넷 상에는 정확한 지식이 무궁무진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정확한 지식에 이렇게 쉽게 접근이 가능한데도 온갖 괴담이 판을 치는 이유는 아마도 위의 일화로 설명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런 저런 괴담이 쉽게 없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공부는 하기 힘들지만 괴담은 만들거나 믿기 쉽기 때문이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