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행성들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늘어나면서 아주 극단적인 조건을 가진 외계행성들이 하나 씩 우리에게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MIT 의 연구자들은 자고 일어나면 새해가 시작될 외계 행성을 보고했습니다. 왜냐하면 공전 주기가 8.5 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지구 식으로 이야기 하면 자정에 잠들었다가 8 시반에 기상하면 새해 아침이 되어 있는 셈입니다. 물론 생명체가 살 것 같은 환경의 행성은 아니지만 비유를 하면 그렇다는 이야기죠.
새로 발견된 외계 행성 케플러 78b (Kepler - 78b) 는 과거 KIC 8435766 b 라고 알려진 외계 행성으로 2013 년 케플러 우주 망원경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그 존재가 알려졌습니다. 모성인 KIC 8435766 은 태양보다 약간 작은 별로 표면 온도는 5100 K 수준입니다. 그런데 케플러 78b 의 공전 궤도는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보다 100 배 정도 가깝기 때문에 이 행성의 표면 온도는 2300 - 3100 K (섭씨로 최고 3000 도에 가까운 수준) 으로 추정됩니다.
(케플러 78b 의 상상도
케플러 78b 는 이른바 '슈퍼 지구' 형 행성입니다. 질량은 지구의 8 배 수준으로 생각되며 지름은 지구의 1.12 배 정도입니다. 생각보다 밀도가 높은 행성으로 단단한 표면이 있기는 하겠지만 사실 모항성과 접하는 부분은 3000 K 까지 온도가 상승해서 사실상 표면에 용암이 흐르는 상태일 것입니다. 이 행성에는 물대신 용암으로 된 바다가 존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기는 이미 증발되었겠지만 대신 녹은 표면에서 여러 성분들이 증발해 일종의 대기를 형성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물리학자 사울 라파포트 (Saul Rappaport) 가 이끄는 MIT 팀의 분석에 의하면 이 행성은 마치 거의 철로 된 것 처럼 밀도가 높다고 합니다. 이 행성의 위치상 강력한 조석력에 의해 내부의 온도 역시 매우 높을 것으로 생각되므로 (목성의 위성 이오처럼) 사실 이 행성은 슈퍼 지구라기 보단 완전히 다른 타입의 액체 금속 행성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표면은 철이 증발 (철의 끓는점은 섭씨 2862 도) 할 만큼 높은 온도이기 때문에 (꼭 끓는점 보다 낮다고 해도 증발은 가능. 지구의 기온이 섭씨 100 도가 넘지 않아도 물이 수증기로 증발하는 점을 참고) 사실 이미 가벼운 물질은 다 증발한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증발이 이 행성이 이렇게 밀도가 높은 원인인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공전주기가 극도로 짧은 점을 제외하고도 높은 밀도 역시 과학자들을 놀라게 만들고 있습니다.
케플러 78b 는 공전 주기는 물론 정확한 크기와 밀도까지 운좋게 알아낸 경우입니다. 케플러 우주 망원경의 관측과 이후 이어진 지상의 대형 망원경의 관측 결과에서는 이 행성에서 나오는 빛을 분리해내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알베도 (bond albedo) 가 대략 20 - 60% 정도이며 표면 온도가 2300 - 3100K 사이라는 점을 알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역시 높은 밀도는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탐구 과제를 던진 셈입니다.
또 한가지 궁금한 점은 과연 행성이 모항성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서도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2009 년에 극단적인 외계 행성에 대한 글을 작성하면서 ( http://jjy0501.blogspot.kr/2012/06/40.html 참조) 당시에 가장 공전 주기가 짧은 외계 행성이 20.5 시간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연구가 진행되면서 이보다 공전 주기가 짧은 외계 행성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번 케플러 78b 를 비롯해서 MIT 의 과학자들은 이보다 더 공전 주기가 짧은 KOI 1843.03 라는 외계행성을 보고했습니다. 후자는 공전 주기가 4.2 시간에 불과할 만큼 짧습니다.
과연 공전 주기가 이보다 더 짧고 모항성에서 더 가까운 외계 행성도 존재할 까요. 아마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무한정 공전 주기가 짧아지고 더 모항성에 가까워질 수만은 없는 법이겠죠. 사실 가까이 갈 수 있는 한계는 모항성이 어떤 상태인지 (예를 들어 작은 적색 왜성인지 아니면 거대한 적색거성인지) 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무튼 케플러 78b 는 이렇게 모항성에 가까이 다가서면 더 이상 우리에게 친숙한 형태의 행성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결과가 보고되는지 기다려 볼만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s:
- Roberto Sanchis-Ojeda, Saul Rappaport, Joshua N. Winn, Alan Levine, Michael C. Kotson, David W. Latham, Lars A. Buchhave. Transits and Occultations of an Earth-sized Planet in an 8.5 hr Orbit. The Astrophysical Journal, 2013; 774 (1): 54 DOI: 10.1088/0004-637X/774/1/54
- Saul Rappaport, Roberto Sanchis-Ojeda, Leslie A. Rogers, Alan Levine, Joshua N. Winn. The Roche Limit for Close-orbiting Planets: Minimum Density, Composition Constraints, and Application to the 4.2 hr Planet KOI 1843.03. The Astrophysical Journal, 2013; 773 (1): L15 DOI:10.1088/2041-8205/773/1/L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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