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175 - 8.5 시간 마다 공전하는 행성 발견




 외계 행성들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늘어나면서 아주 극단적인 조건을 가진 외계행성들이 하나 씩 우리에게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MIT 의 연구자들은 자고 일어나면 새해가 시작될 외계 행성을 보고했습니다. 왜냐하면 공전 주기가 8.5 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지구 식으로 이야기 하면 자정에 잠들었다가 8 시반에 기상하면 새해 아침이 되어 있는 셈입니다. 물론 생명체가 살 것 같은 환경의 행성은 아니지만 비유를 하면 그렇다는 이야기죠.


 새로 발견된 외계 행성 케플러 78b (Kepler - 78b) 는 과거 KIC 8435766 b 라고 알려진 외계 행성으로 2013 년 케플러 우주 망원경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그 존재가 알려졌습니다. 모성인 KIC 8435766  은 태양보다 약간 작은 별로 표면 온도는 5100 K 수준입니다. 그런데 케플러 78b 의 공전 궤도는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보다 100 배 정도 가깝기 때문에 이 행성의 표면 온도는 2300 - 3100 K (섭씨로 최고 3000  도에 가까운 수준) 으로 추정됩니다. 



(케플러 78b 의 상상도  
Artist's illustration. Researchers have discovered an Earth-sized exoplanet named Kepler 78b that whips around its host star in a mere 8.5 hours -- one of the shortest orbital periods ever detected. (Credit: Image courtesy of Cristina Sanchis Ojeda))    


 케플러 78b 는 이른바 '슈퍼 지구' 형 행성입니다. 질량은 지구의 8 배 수준으로 생각되며 지름은 지구의 1.12 배 정도입니다. 생각보다 밀도가 높은 행성으로 단단한 표면이 있기는 하겠지만 사실 모항성과 접하는 부분은 3000 K 까지 온도가 상승해서 사실상 표면에 용암이 흐르는 상태일 것입니다. 이 행성에는 물대신 용암으로 된 바다가 존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기는 이미 증발되었겠지만 대신 녹은 표면에서 여러 성분들이 증발해 일종의 대기를 형성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물리학자 사울 라파포트 (Saul Rappaport) 가 이끄는 MIT 팀의 분석에 의하면 이 행성은 마치 거의 철로 된 것 처럼 밀도가 높다고 합니다. 이 행성의 위치상 강력한 조석력에 의해 내부의 온도 역시 매우 높을 것으로 생각되므로 (목성의 위성 이오처럼) 사실 이 행성은 슈퍼 지구라기 보단 완전히 다른 타입의 액체 금속 행성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표면은 철이 증발 (철의 끓는점은 섭씨 2862 도) 할 만큼 높은 온도이기 때문에 (꼭 끓는점 보다 낮다고 해도 증발은 가능. 지구의 기온이 섭씨 100 도가 넘지 않아도 물이 수증기로 증발하는 점을 참고) 사실 이미 가벼운 물질은 다 증발한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증발이 이 행성이 이렇게 밀도가 높은 원인인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공전주기가 극도로 짧은 점을 제외하고도 높은 밀도 역시 과학자들을 놀라게 만들고 있습니다. 


 케플러 78b 는 공전 주기는 물론 정확한 크기와 밀도까지 운좋게 알아낸 경우입니다. 케플러 우주 망원경의 관측과 이후 이어진 지상의 대형 망원경의 관측 결과에서는 이 행성에서 나오는 빛을 분리해내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알베도 (bond albedo) 가 대략 20 - 60% 정도이며 표면 온도가 2300 - 3100K 사이라는 점을 알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역시 높은 밀도는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탐구 과제를 던진 셈입니다. 


 또 한가지 궁금한 점은 과연 행성이 모항성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서도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2009 년에 극단적인 외계 행성에 대한 글을 작성하면서 ( http://jjy0501.blogspot.kr/2012/06/40.html 참조) 당시에 가장 공전 주기가 짧은 외계 행성이 20.5 시간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연구가 진행되면서 이보다 공전 주기가 짧은 외계 행성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번 케플러 78b 를 비롯해서 MIT 의 과학자들은 이보다 더 공전 주기가 짧은 KOI 1843.03 라는 외계행성을 보고했습니다. 후자는 공전 주기가 4.2 시간에 불과할 만큼 짧습니다. 


 과연 공전 주기가 이보다 더 짧고 모항성에서 더 가까운 외계 행성도 존재할 까요. 아마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무한정 공전 주기가 짧아지고 더 모항성에 가까워질 수만은 없는 법이겠죠. 사실 가까이 갈 수 있는 한계는 모항성이 어떤 상태인지 (예를 들어 작은 적색 왜성인지 아니면 거대한 적색거성인지) 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무튼 케플러 78b 는 이렇게 모항성에 가까이 다가서면 더 이상 우리에게 친숙한 형태의 행성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결과가 보고되는지 기다려 볼만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s:

  1. Roberto Sanchis-Ojeda, Saul Rappaport, Joshua N. Winn, Alan Levine, Michael C. Kotson, David W. Latham, Lars A. Buchhave. Transits and Occultations of an Earth-sized Planet in an 8.5 hr OrbitThe Astrophysical Journal, 2013; 774 (1): 54 DOI: 10.1088/0004-637X/774/1/54
  2. Saul Rappaport, Roberto Sanchis-Ojeda, Leslie A. Rogers, Alan Levine, Joshua N. Winn. The Roche Limit for Close-orbiting Planets: Minimum Density, Composition Constraints, and Application to the 4.2 hr Planet KOI 1843.03The Astrophysical Journal, 2013; 773 (1): L15 DOI:10.1088/2041-8205/773/1/L15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R 패키지 설치 및 업데이트 오류 (1)

 R 패키지를 설치하거나 업데이트 하다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아예 R을 재설치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렇게해도 해결이 안되고 계속해서 사용자는 괴롭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새로운 패키지를 설치, 혹은 업데이트 하는 과정에서 같이 설치하는 패키지 중 하나가 설치가 되지 않는다는 메세지가 계속 나왔는데, 사실은 백신 프로그램 때문이었던 경우입니다.   dplyr 패키지를 업데이트 하려고 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설치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패키지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는다는 메세지가 나왔습니다.  > install.packages("dplyr") Error in install.packages : Updating loaded packages > install.packages("dplyr") Installing package into ‘C:/Users/jjy05_000/Documents/R/win-library/3.4’ (as ‘lib’ is unspecified) also installing the dependencies ‘bindr’, ‘bindrcpp’, ‘Rcpp’, ‘rlang’, ‘plogr’ trying URL ' https://cran.rstudio.com/bin/windows/contrib/3.4/bindr_0.1.1.zip ' Content type 'application/zip' length 15285 bytes (14 KB) downloaded 14 KB trying URL ' https://cran.rstudio.com/bin/windows/contrib/3.4/bindrcpp_0.2.2.zip ' Content type 'application/zip' length 620344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