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혐짤주의) 바다의 가시 촉수 (Spine Crawler) ? - 왕털갯지렁이 (Bobbit worm)




(스타크래프트 2 의 가시 촉수 (spine crawler) ) 


- 지금 소개할 환형동물은 다소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으니 원치 않으시면 뒤로 가기를 누르시기 바랍니다 - 


 바다 밑에는 아주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데 이중에는 바다의 진흙이나 모래 속에 매복했다가 지나가는 물고기등 먹이를 기습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지렁이와 같은 환형동물에 속하지만 일반적인 환형동물 하면 생각나는 작고 하등한 지렁이 같은 벌레가 아니라 매우 크고 공격적인 포식자로 왕털갯지렁이 (Bobbit Worm, Eunice aphroditois ) 가 있습니다.  


 왕털갯지렁이는 바다 및 10 - 40 미터 수심에 진흙이나 모래속에서 숨어사는 포식자로 다모강 털갯지렁목 털갯지렁이과에 속하는 동물가운데서 아주 큰 동물입니다. 몸길이는 대개 1 미터 이하이나 긴 것은 3 미터까지 보고되기도 합니다. 대개 굵기는 25 mm 정도입니다. 


 왕털갯지렁이는 수명이 긴 동물로 알려져 있으며 계속해서 자라기 때문에 크기가 매우 커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이 바다 바닥에서 숨어 지내기 때문에 인간의 눈에 띄는 부분은 머리 일부에 불과합니다. 수백개의 체절을 가지고 있으며 체절마다 옆다리가 있어 마치 왕지네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제 10 옆다리 부근부터 실모양 아가미가 있어 큰 몸통에 산소를 공급합니다. 



(왕털갯지렁이 Bobbit Worm, Eunice aphroditois  머리 부분을 꺼내놓고 있지만 사실 몸의 대부분은 바닥에 숨어 있음 http://en.wikipedia.org/wiki/File:Eunice_aphroditois.jpg  ) 



(왕털갯지렁이의 먹이를 잡는 모습. 동영상의 앞부분만 왕털갯지렁이에 대한 것  )


 왕털갯지렁이를 보고 든 생각은 게임을 많이해서 그런지 '스타2 에 나오는 가시 촉수가 아닌가 ?' 하는 생각이네요. 물론 그건 선입관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을 수도 있고 자세히 보면 사실 안 닮았습니다. 일단 왕털갯지렁이는 색깔이 훨씬 화려하고 더 징그럽게 생겼죠. 그리고 하나의 촉수가 아니라 5 개의 안테나로 물의 흐름을 감지하고 날카로운 아래턱으로 먹이를 잡아먹습니다. 왕털갯지렁이는 꽤 날카로운 턱을 가지고 있어 먹이를 두동강 낼 수 있다고 합니다. 


 한번 이 왕털갯지렁이가 국내 인터넷 뉴스에서 나온 적도 있었는데 영국의 콘웰에 있는 Newquay's Blue Reef Aquarium 에서 있었던 일이 화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2009 년 이 수족관 내에서 갑자기 물고기가 사라지거나 혹은 상처를 입은 채로 돌아다니기도 하고 산호가 반으로 잘린채 파괴되어 있어 직원들이 모두 이를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어느날 수조를 청소하기 위해 물을 뺀 상태에서 약 1.2 미터 길이의 왕털갯지렁이가 발견되어 이 궁금증이 해소되었다고 합니다.


 워낙 안보이는 위치에 몸을 숨기고 있어 심지어 수족관 직원들도 이를 오랫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이 왕털갯지렁이는 배리 (Barry) 라는 이름까지 얻었다고 합니다. 이후 이 왕털갯지렁이는 다른 수조로 옮겨졌는데 인간에게 영구적인 감각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조 이전시 매우 조심스럽게 다뤘다고 합니다. 아마도 아주 작은 개체였을 때 모래에 섞여 들어왔다가 수조 안의 물고기를 먹어가며 크기를 키웠겠죠. 징그럽게 생긴 벌레지만 아무튼 재미있는 녀석인 것 같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