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과세라는 전례없는 조치를 담은 키프로스의 구제 금융 협상안이 결국 의회를 통과하는데 실패했습니다. (현지 시각 2013 년 3월 19일) 애시당초 러시아등 키프로스에 많은 예금을 가지고 있는 외국의 반발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들의 반발도 극심했고 한 정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반대의사를 밝혔던 만큼 부결 소식이 놀랍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반대 36 표에 19 표 기권이라면 사실상 모든 정당이 찬성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키프로스 국내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겠죠.
아무튼 적어도 이 결과로 인해 향후 예금 과세라는 위험헌 선례는 남기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앞서 포스트에서 ( http://blog.naver.com/jjy0501/100183352695 참조) 언급했듯이 240 억 달러 정도되는 GDP 를 가진 지중해의 소국 키프로스 공화국 (남키프로스) 는 국가 GDP 의 거의 3 배 정도 되는 거대한 예금을 가지고 있는데 (이중 1/3 은 러시아 돈) 유럽, 특히 그리스 위기로 인해 자금을 상당히 잃고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결국 대략 170 억 유로 정도의 막대한 구제 금융을 요청한 상태인데 IMF 및 ECB (유럽 중앙은행) 등과 재협상이 사실상 불가피한 상태입니다. 내부적으로 예금 과세를 통해 58 억 유로를 마련하고 100 억 유로 규모의 구제 금융을 받기로 합의했던 내용은 적어도 예금 과세는 불가능해 진만큼 다른 방법으로 58 억 유로를 조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니코스 아나스타시데아스 (Nicos Anastasiades ) 키프로스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 플랜 B 를 가지고 있다고 암시한 바 있습니다. 이 조치는 모든 사회 보장 기금의 국유화 및 EU 와 러시아등이 참여하는 국영 자산회사 설립등을 포함한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다만 이런 방법으로 어떻게 58 억 유로 정도를 조달할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만약 사회 보장 기금에 과제하는 방식이라고 해도 예금 과세 만큼 큰 반발이 예상되는데 말이죠. 이미 긴축 재정이나 담배, 연료, 복권 등등에 추가 과세는 다 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자국내 은행들의 손실의 규모가 국가 GDP 에 비해 워낙 큰 편이라 이것만으로는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사실 키프로스 내부적인 문제 때문에 구제 금융 위기가 왔다기 보단 외풍에 약한 형태의 경제 구조가 화근이 된 경우라 결국은 국제 사회의 도움없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긴 힘들어 보입니다.
현재로써는 ECB 가 계속해서 유동성 공급을 지속할 의사를 밝혔고 키프로스의 유로존 탈퇴 등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아 당장에 파국이 다가올 것 같지는 않지만 아무튼 재협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재협상 내용이나 향후 결과는 지금으로썬 전혀 알 수가 없어 키프로스 구제 금융 사태는 한동안 불확실성이 지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키프로스 구제 금융 협상을 두고서 키프로스에 가장 많은 예금 (약 200 억 달러 규모) 를 넣은 러시아와 구제 금융시 가장 큰 부담을 해야 하는 독일 사이에 상당한 의견차이가 보이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경우 일단 키프로스의 디폴트는 용인하기 힘든 사항이라 이미 차관을 제공하는 등 키프로스 구제의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예금 과세에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데 사실상 러시아 예금자의 돈으로 구제 금융을 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죠.
반면 독일의 경우 자국 국민들에게 다른 나라를 구제하기 위해 또 돈을 내야 한다고 설득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키프로스 내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희망하고 있습니다. 상당 부분 구제 금융 자금을 키프로스 내에서 마련하는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어차피 100% 는 불가능하다는 건 독일도 잘 알고 있을 것임) 자국내 여론이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겠죠. 따라서 독일 내에는 예금 과세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는데 이는 사실상 러시아에서 돈을 일부 내라는 의미와 같습니다.
이렇듯 키프로스를 둘러싼 주요국들의 의견이 꽤 차이나긴 해도 키프로스 경제 규모가 아주 큰 편이 아니라 합의만 이룰 수 있다면 구제 금융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문제는 합의인데 너무 키프로스에 유리한 조건이면 이전에 상당한 긴축안을 통해 구제 금융을 받은 그리스 등이 반발할 것이고 자금을 대부분 대야 하는 독일을 비롯한 북유럽 유로존 국가들도 동의하기 힘들 것입니다. 키프로스에 한가지 풍부한 것이 있다면 예금이지만 - 그래서 예금 과세 이야기가 나온 것이겠지만 - 예금에 과세하는 방안은 러시아가 반대할 가능성이 높고 자국내 반대도 엄청날 수 밖에 없겠죠.
이런 점을 감안하면 사실 부실 규모 자체는 기존의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등 유로존 취약 국가들 보다 크지 않은데 은근히 합의는 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여러 집단의 이해가 다르니 말이죠. 그러면 이게 또 한동안 국제 시장을 뒤흔드는 이슈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내가 손실을 떠안겠다'고 누군가 나서기엔 액수가 적지는 않아서 합의까지 험난한 과정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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