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대선 박근혜 후보 공약 집 156 페이지 중 캡처)
(주 : 이글을 쓰는 시점에서 국민 행복 기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 바 없기 때문에 아래 내용은 참고로만 보시기를 바랍니다. 현재까지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고 나중에 변경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합니다)
사실 2012 년 대선 기간 중에도 논란이 된 바 있는 국민 행복 기금이 2013 년 초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사실 다른 여러가지 정부 시책들과 비슷하게 국민 행복 기금도 의도는 좋습니다. 문제는 형평성 논란 및 이로 인한 도덕적 해이, 그리고 결국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궁극적으로는 다른 국민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점 등입니다. 다만 이 방식이 저소득 신용 불량자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일부 서민층의 부채 문제는 이전 정권 때부터 문제가 되어 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 저런 대책들이 나왔습니다. 프리워크아웃 (사전 채무 조정) 제도라든지 미소론,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여러가지 다중 채무자 구제 대책이 나왔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지만 사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힘든 상태입니다. 사실 부채 문제의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채무자가 부채를 상환할 충분한 능력이 되는 것입니다.
즉 다중 채무를 진 저소득층 소득이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더 확실한 해결책이지만 현실적으로 단시일내로 힘든 일이죠. 현실에서는 채무 자체 때문에 실질 수입이 감소하고 자꾸 신용 등급이 떨어져 더 높은 고금리 (대부 업체등) 상품을 이용하면서 더 심각한 빚과 고금리에 시달리다보면 결국 더 많은 빚을 지게 되고 결국은 개인 파산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겪게 되므로 이를 사전에 차단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습니다.
앞서 나온 대책들도 다 같은 맥락이지만 국민 행복 기금은 아예 부채를 정부에서 탕감해주고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타게 해준다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대책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잘만 되면 서민층 -> 고금리 -> 다중 채무 -> 신용불량 -> 극빈층 으로 굴러 떨어지는 길을 차단할 방패가 되 줄수 있겠지만 결국은 부채를 탕감해 준다는 의미여서 도덕적 해이 논란과 형평성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필요한 자금 18 조원은 자산 관리 공사 (캠코) 의 자산 1.8 조원을 종잣돈으로 10 배의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인데 사실상의 공적 기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자금의 회수가 여의치 않을 때는 진짜 공적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지금 당장에는 빚을 얻어 운용해도 언젠가는 누군가 그 비용을 부담하긴 해야 합니다. 세상에 꽁짜는 없게 마련이고 특히 18 조원이라는 돈이 어디선가 갑자기 생겨날 순 없는 법이니까요.
사실 기금보다 더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누구를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본래 공약집에는 322 만명이 채무불이행자라고 언급되어 있지만 그 근거가 무엇인지는 언급되어 있지 않고 현재로써는 정부도 구체적인 수혜 대상이 얼마나 될지 추측만 할 뿐입니다. 이전에도 몇번 언급했듯이 공약집이라는 것 자체가 상세하게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두리뭉실하게 진단을 내리고 역시 애매한 방법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어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이는 판타지 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현재 이글을 쓰는 시점에서 언급되는 6개월 이상 연체자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은행연합회에 등록된 사람이 112 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캠코로 넘어간 65 만명의 상각 채권 및 대부 업체 연체자를 합치면 더 많을 듯 하지만 이 중에는 다중 채무자가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한편 한국 금융 연구원이 잠재 위험 채무자로 보는 소득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 (DSR) 이 40% 가 넘으면서 3 곳 이상의 다중 채무를 진 사람의 수는 173 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를 구제할 순 없고 그 중 일부가 구제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구제 대상은 아직도 논의 중이나 6 개월이상 연체자이고 1 억 미만 부채를 가진 경우만 포함하는 안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부채를 50 - 70% 정도 원금 감면을 해주고 나머지를 장기 저리로 바꿔 신용을 회복시키는 것이 이 계획의 골자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도덕적 해이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형평성 논란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일단 도덕적 해이 문제는 빚을 탕감해주면 '지금 갚을 필요가 없지 않나'라는 심리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연체자 중심으로 빚을 감면해준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실제 금융권에서는 연체율이 높아지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국민 행복기금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캠코의 저금리 전환 대출인 '바꿔드림론' 의 경우 연체율이 2011 년 말에는 5.9% 였는데 2012 년 말에는 8.5%, 2013 년 1월에는 9.6% 로 갑자기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국민행복기금이 등장하기 전 채무만 조정하는 방식으로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고 나서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러나 정부에서 빚을 탕감해 주는 전례를 만든 만큼 앞으로도 비슷한 요구와 민원들이 나올 수 있고 또 선거가 다가오면 표를 의식해 새로운 빚 탕감 계획을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면 오히려 연체를 할 수록 유리해지는 모순이 나타나 '갚는 것을 전제로한 빚' 이라는 금융 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릴 우려가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 형평성 논란도 비켜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2012 년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현대 경제 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저소득 가구는 412.1 만 가구이고 이중에 대출을 받았던 156.4 만 가구 중 연체 경험이 있는 가구는 49.7 만 가구라고 조사되었습니다. 이들을 구제할 경우 나머지 대출을 받았는데 성실하게 원리금을 상환해온 저소득층 106.7 만 가구는 오히려 역차별을 당할 우려가 있습니다. 보고서에 의하면 연체가구의 DSR 은 106%, 비연체가구의 DSR 은 99.3 % 로 연체를 하지 않은 저소득층 가구도 (애시당초 중산층 이상은 처음부터 논의에서 제외됨) 사실 부채에 허덕이긴 마찬가지인데 성실하게 상환한 가구만 역차별 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사실 이보다 더 형평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부분은 예시당초 빚도 빌릴 수 없는 저소득층은 외면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체 저소득층 가구 중 대출이 없는 것으로 조사된 255 만 가구 중 상당수인 204 만 가구 정도가 가처분 소득이 최저 생계비에도 미달하는 데 부채가 없습니다. 이들 가운데는 빚을 빌리려고 해도 금융 기관에서 거절당할 수 밖에 없는 극빈층들이 섞여 있습니다. 막대한 자금을 조성해서 이들보다 더 나은 계층에게 지원이 집중된다면 이 역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계속해서 문제점을 나열하긴 했지만 아무튼 저소득 신용 불량자와 다중 채무자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하는 문제인 건 사실입니다. 국민 행복 기금이 의도대로 좋은 기능을 해서 본래 목적한 대로 서민층의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목표까지는 꽤 험난한 길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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