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 (Spleen, 우리말로는 '지라'라고도 함) 은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림프 기관으로 성인에서는 약 11 cm 정도 되는 크기에 무게는 150 - 200 gram 정도 되는 장기입니다. 사실은 제거해도 생존에는 지장이 없기는 하지만 인체에서 여러가지 중요한 일을 담당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비장은 노화된 적혈구를 제거하고 출혈성 쇼크에 대비해서 혈액과 여러가지 혈구 세포의 보존 등 여러가지 역할을 합니다. 또 가장 중요하게는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에서 옵소닌 및 항체로 둘러쌓인 박테리아나 세포를 제거해서 인체의 면역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비장이 제거된 환자들은 패혈증에 걸리기 쉽습니다.
비록 그렇기는 해도 비장 자체가 심장이나 간 처럼 없으면 생존이 안되는 장기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인공 비장 (artificial spleen) 을 만든다는 것은 언뜻 생각하기에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DARPA (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미국 방위 고등연구계획국 ) 은 하버드 대학에 Wyss 연구소 (Wyss Institute for Biologically Inspired Engineering at Harvard University ) 에 향후 인공 비장을 만든데 필요한 925 만 달러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인공 비장은 혈액에서 여러가지 병원체 -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독소 - 들을 제거하는 기능을 가진 필터입니다.
비장이 역시 상당히 복잡한 기능을 하는 장기이기 때문에 이 기능을 그대로 모방한 인공 장기를 만들기는 힘듭니다. 그 대신 비장이 하는 중요한 기능인 혈액에서 병원체를 제거하는 기능을 모방하는 필터인데 그 방식이 독특합니다. 실제 비장 처럼 항체를 생산하거나 항체에 둘러쌓인 세포나 박테리아를 제거할 수는 없으므로 일종의 옵소닌 (Opsonin) 인 자기 나노비드 (Magentic nanobead) + 유전 공학적으로 만들어진 단백질을 만들어 이를 혈액과 섞은 후 작은 마이크로 채널로 흘려보내 여기서 자기 나노비드와 결합된 병원체만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합니다.
(Wyss 연구소에서 공개한 인공 비장 The Spleen-on-a-chip, developed at the Wyss Institute, will be used to treat bloodstream infections that are the leading cause of death in critically ill patients and soldiers injured in combat. (Credit: Wyss Institute) )
인공 비장이라곤 해도 실제 체내에 이식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장치인데 이를 연구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향후 패혈증 (Sepsis) 치료에 새로운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 겠지만 아마도 비장이 없는 환자에서 사용되는 인공 장기라기 보단 균혈증 (Bacteremia) 과 이로 인한 패혈증이 동반될 경우 혈액에서 직접 미생물을 제거하는 형식의 치료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감염에 의한 패혈증은 결국 원인을 제거해 주지 않는 이상은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이는 아마도 패혈증 환자의 중환자실 관리 중 보조적인 치료에 국한될 것으로 생각되긴 합니다. (개인적인 사견입니다) 아무튼 꽤 재미있는 컨셉의 장치로 생각되는데 현재는 동물 실험 단계이며 실제 임상에서 적용은 그 이후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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