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ian flu vaccine development by reverse genetics techniques. This image is a work of the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part of the United State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백신의 개발은 근대 의학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아무리 위생이 좋아지고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가 잘 개발된다고 해도 아예 걸리지 않게 면역이 생기는 것만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현대 사회는 인구의 대부분이 거대 도시에 몰려있고 세계 각지에서 인적 교류가 활발하기 때문에 전염성 질환이 매우 쉽게 전파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몇몇 심각한 전염성 질환에서 안전한 것은 백신 덕분입니다. 백신 없이 현대 사회는 유지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백신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대부분의 백신은 개발에서 임상에 응용되는 데 까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위의 그림은 최신의 reverse genetics 기술을 이용해서 조류 독감 백신을 개발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는데, 아무리 빨라도 개발에만 몇 달, 그리고 양산에도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큰 이슈가 된 메르스나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된 에볼라 등 여러 신종 바이러스 감염 백신 개발은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이 시간과 비용을 단축시키는 것이 이제 신종 감염병에 대응해야 하는 현대 의학의 과제입니다.
이를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로 제안되는 것이 RNA 백신입니다. MIT의 다니엘 앤더슨 (Daniel Anderson)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원하는 형태의 항원을 인식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블 RNA 백신 (programmable RNA vaccines)을 개발 중입니다. 메신저 RNA를 이용해서 원하는 형태의 항원과 유사한 단백질을 만드는 방식으로 약독화 백신에 비해서 안전할 뿐 아니라 제작 시간이 일주일 이내로 이전의 방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릅니다.
메신저 RNA를 백신으로 사용하려는 시도는 사실 그전부터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이를 체내로 침투시켜 원하는 면역을 획득하게 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연구팀은 나뭇가지 모양의 고분자 화합물인 덴드리머 (dendrimer)를 이용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덴드리머는 일시적으로 양전하를 띄고 RNA는 음전하를 띄기 때문에 쉽게 결합하며 이들을 뭉치게 만들면 바이러스와 거의 비슷한 크기인 150nm의 나노 입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근육 등에 주사해서 세포 속으로 침투시키면 원하는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을 생산하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이를 인식해 항체를 생산 면역을 획득하는 방식입니다.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연구팀은 에볼라, 인플루엔자 및 톡소포자충에 대한 100% 면역을 획득하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저널 PNAS에 발표했습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이긴 하지만, 아직 사람에서 테스트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널리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인지는 더 기다려봐야 할 것입니다.
신종 감염병의 등장은 자연 서식지 파괴로 인한 바이러스 및 병원체의 우연 감염 기회 증가, 그리고 전 세계적인 교류 확대로 인해 빠른 전염병 전파 등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인간 역시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새롭게 진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 역시 더 발전하게 마련이죠. 이들의 노력이 성공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고
Dendrimer-RNA nanoparticles generate protective immunity against lethal Ebola, H1N1 influenza, and Toxoplasma gondii challenges with a single dose, PNAS,www.pnas.org/cgi/doi/10.1073/pnas.1600299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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