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인류의 조상과 함께 진화한 장내 미생물



(An artist's rendition of bacteria that live in the gut of people and their closest relatives. A new study finds that these microbes have lived -- and evolved -- with us since before we were human. Credit: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 Jenna Luecke)​
 우리 몸에는 막대한 수의 장내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이 미생물은 장내에서 음식물을 소화시키는데 도움을 주거나 혹은 필수 영양소를 생성하기도 합니다. 동시에 다른 미생물이 침투하는 것을 최대한 막아 우리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모든 초식 동물은 장내 미생물의 도움으로 셀룰로오스를 분해할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장내 미생물의 생존을 가르는 중요한 존재이죠.
 침팬치나 고릴라를 비롯한 우리와 유연관계에 있는 유인원 역시 모두 장내 미생물을 지니고 있으며 이들은 생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장 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이 과연 우리 인간의 뱃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과 유연관계가 있을까요?
 텍사스 대학의 하워드 오치만 교수(Howard Ochman, a professor of integrative biology at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렇게 인간과 그 유연관계에 있는 유인원들의 장내 미생물을 조사했습니다.


 과거 연구에서는 비슷한 종류의 장내 미생물이 각 유인원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거나 혹은 유입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일부 미생물이 공통 조상을 가진 점이 밝혀졌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는 1560만년전 분리된 것도 있었고 530만년 전 분리된 것도 있었습니다. 이는 우리의 장내 미생물의 기원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오래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장내 미생물의 기원은 수억 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포유류로 진화하기도 전에 존재했던 미생물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들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시간동안 우리 안에서 우리와 함께 진화해온 우리의 동반자입니다. 사실 우리는 이들과 공생 관계를 유지하면서 여러 가지를 빚지고 있지만, 우리가 인식을 하지 못해왔던 것이죠.



 최근 연구를 통해서 장내 미생물이 영양 및 면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내분비 및 행동에 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지만, 이들이 눈에 보이지 않게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습니다.
 참고
​"Cospeciation of gut microbiota with hominids," Science,science.sciencemag.org/cgi/doi/10.1126/science.aaf3951                                        

http://phys.org/news/2016-07-bacteria-human-gut.html#jCp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