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술과 암의 연관성은?


 술은 일부 종교 및 국가를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료입니다. 문화권은 서로 달라도 각기 독자적인 방법으로 술을 빚고 마셔온 점을 생각하면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과도한 음주는 여러 가지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음주와 간경화, 심장 질환, 알콜 중독 등의 연관성은 잘 알려져 있지만, 암과의 연관성은 일반 대중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역학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음주량과 암은 양적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저널 Addiction에 올라온 리뷰를 보면 음주량과 적어도 7가지 종류의 암 - 중인두, 후두, 식도, 간, 대장, 직장, 유방암 (oropharynx, larynx, oesophagus, liver, colon, rectum and breast)​ - 이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러 역학 연구 및 메타 분석을 종합하면 하루 50g 이상의 알코올을 장기간 섭취하는 경우 구강, 인후두, 식도​암의 상대 위험도는 4배에서 7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하루 소주 한병이상을 꾸준히 마시는 경우로 음주량이 상당히 많은 편에 속합니다. (20% 도수 기준으로 250ml, 5% 기준으로 1리터 수준)
 대장, 직장, 유방암의 경우에는 이보다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나 하루 50g 이상 섭취시 상대 위험도가 1.5배 정도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식도, 인후두 암의 경우 흡연과 동반될 경우 더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음주와 흡연을 동시에 할 경우 위험도가 단순히 더하기가 아닌 상승 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둘 중 하나를 끊기 어렵다면 흡연 만이라도 중단하는 것이 (담배가 더 확실한 암의 원인임)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반면 음주량이 많다고하더라도 술을 끊거나 줄이면 암의 위험도가 줄어든다는 것도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식도암의 경우 20년 정도 금주하면 전혀 술을 마시지 않은 수준으로 위험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인후두암에 있어서도 금주후 5년간 15% 정도의 위험도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 논란이 되었던 부분 가운데 하나는 과도한 음주 이외에 적당한 음주도 암과 연관성이 있느냐입니다. 영국의 밀리언 여성 코호트 연구(Million Women cohort study)에서는 주당 70-140g의 알코올 (하루 10-20g 정도)을 섭취하는 여성이 주당 20g 미만으로 섭취하는 여성에 비해서 전체 암 발생율이 5%, 유방암 발생율은 13%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가벼운 음주 (대략 주당 70-140g 이하)는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과거 연구와는 달리 가벼운 음주가 과연 사망률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는지는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분명한 점은 과도한 수준의 음주는 매우 좋지 않은 건강 습관이라는 것이죠. 과량의 지속적인 음주는 암은 물론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됩니다.




 참고



Connor J (2016) Alcohol consumption as a cause of cancer. Addiction 111: DOI: 10.1111/add.13477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