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있었던 대규모 인수 합병 건 가운데 가장 놀라운 소식이 발표되었습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영국의 ARM을 35조원 (234억 파운드)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인수 금액은 15일 종가 기준 43%의 프리미엄이 붙은 주당 17파운드로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ARM은 2015년 매출이 14억 8900만 달러 수준인 점을 생각하면 엄청난 가격의 인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ARM은 영국의 애플이라고 불리던 아콘 컴퓨터에서 CPU부분을 독립시킨데서 시작한 회사입니다. IT 에 대한 지식이 있으신 분들은 이 회사의 CPU 아키텍처가 이제 임베디드, 모바일, 사물인터넷, 그리고 기타 IT 관련 장비에 널리 사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삼성, 퀄컴, 애플의 모바일 칩이 모두 ARM의 라이센스로 제작됩니다. 그런만큼 매출은 크지 않더라도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ARM 인수설은 계속해서 나왔는데, 유력한 대상으로 인텔이나 삼성 등이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이 경우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볼 회사는 인텔입니다. 반도체 설계 회사와 생산 회사의 조합인데다 x86이에 ARM이라는 주요 아키텍처를 같이 소유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인텔이 ARM을 인수하게 되면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CPU 아키텍처 두 개를 한 회사가 소유하게 되는 셈이라서 즉시 유럽과 미국에서 반독점 혐의를 받을 만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x86 시장은 이미 인텔의 독점상태이라 (일반 소비자용은 80% 이상, 서버용은 95% 이상) 만약 인텔이 ARM을 인수하려고 시도한다면 AMD를 인수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인텔의 ARM 인수는 비용 문제를 떠나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소프트뱅크는 다소 의외의 조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 반도체 생산 회사도 아니고 통신 서비스 부분이 중심인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사물 인터넷 부분에 집중한다는 전략은 그럴듯하지만, 과연 이런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고 ARM을 인수하는 것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은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삼성처럼 ARM과의 전략적 제휴만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막대한 비용이 든 만큼 대규모 베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신의 한수였는지 악수였는지는 몇 년 후에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개인적인 의견은 너무 비싸게 인수했다는 것입니다. 과연 어떻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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