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비만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등 서구 국가에서 심각한 수준의 고도 비만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비만이 적은 아시아 등 신흥국에서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점차 육체 노동이 줄어들고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하는 등 환경의 변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여러 증거들은 비만의 발생에서 유전적인 요인 역시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비슷한 환경에 노출되어도 모두 비만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유전적인 요인이 존재한다는 증거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과연 최근 수십 년간 비만이 폭증하는데 유전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을까요?
캘리포니아 대학의 마리아 글리머(Maria Glymour) 교수와 그녀의 동료들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1900년에서 1958년 사이 태어난 8788명의 대상자의 유전정보 및 BMI 변화를 연구했습니다. 이는 미 국립 건강 및 은퇴자 연구 (US national Health and Retirement Study)의 일부입니다.
연구팀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체질량지수(BMI)의 변화를 추적했고 유전적인 특징에 따른 차이도 같이 분석했습니다. 체질량 변화에 따른 유전 위험 지수(multilocus genetic risk score for BMI (GRS-BMI))를 통해 비만과 연관된 29개 유전자의 변이와 시간에 따른 체질량 지수 변화를 추적한 것이죠.
그 결과 연구팀은 비록 비만에 취약한 유전적인 소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비만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주로 환경적인 요인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점차 육체 활동이 줄어들고 고칼로리 식사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은 심지어 비만의 유전적 소인을 적게 가진 사람의 체질량 지수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했습니다.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보더라도 유전적 변이의 차이는 BMI 변화의 1% 정도 (백인)에서 1.4% (흑인) 정도만을 설명할 뿐이었습니다. 반면 나이는 시간적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쳐 4.3%~4.5% 정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유전자 차이가 BMI 변화를 설명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결국 비만이 이렇게 흔해진 것은 주로는 환경적 요인이었습니다. 물론 미국 뿐 아니라 아시아, 유럽 등 다른 국가 및 인종과의 비교 연구가 더 필요하긴 하겠지만, 실제로 인간의 유전적 변화는 별로 없었던 짧은 시기에 비만은 폭발적으로 증가한 점 역시 비만의 유병률이 크게 증가한 것이 주로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는 이전부터 예상되었던 결과이기는 하지만, 과학적인 증거를 통해 검증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추정만으로 과학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동시에 비만의 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운동 부족이나 고칼로리 식이 같은 환경적인 요인을 컨트롤하는 것이라는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JAMA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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