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ientists examined 6,000 Daphnia, waterflea, as part of the study. Credit: University of Stirling)
성의 진화는 진화 생물학에서 가장 흥미로운 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실 암수 성별이 존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합니다. 짝짓기 자체에 상당한 에너지를 투입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할 뿐 아니라 100% 대신 50%정도 유전자를 남긴다는 점에서 상당히 손해보는 장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성의 진화가 이뤄진 것은 다양한 변이를 지닌 후손을 만들어서 환경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염성 질환에 대한 면역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예를 들어 모두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로 이뤄진 집단은 한 개체가 감염되면 다른 개체로 쉽게 전이되어 집단 전체가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다양한 유전적 특징을 가진 개체로 이뤄진 집단은 상대적으로 전파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 이는 마치 비밀 번호가 다 같은 문을 여는 것과 각각 다른 비밀 번호를 가진 문을 여는 것에 비유됩니다.
하지만 사실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생물학자들은 성의 진화에서 매우 다양한 사례를 발견했을 뿐 아니라 비교적 단순한 생물체에서도 이점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야생 상태에서 정말 성의 유무가 질병에 대한 저항력에 차이가 있는지 검증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스털링 대학(University of Stirling)의 연구자들은 이 차이를 검증하기 위해서 물벼룩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 대상이 된 물벼룩은 유성 생식과 무성 생식이 가능한 종으로 작은 물벼룩이지만, 여기에 기생하는 기생충이 존재합니다.
연구팀은 야생 상태에서 잡은 물벼룩 중 암컷을 골라 무성 생식 세대를 만들고 야생 생태의 유성 생식 개체와 기생충에 대한 저항력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실제로 유성 생식으로 태어난 개체가 무성 생식 개체보다 두 배 정도 질병 저항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수많은 생물들이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유성 생식을 통한 다양성을 획득하려는 이유는 아마도 질병 저항력을 포함한 환경 적응력에 있을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더 구체적인 메카니즘과 유성 생식 방식의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더 연구를 진행할 것입니다. 아마도 이런 다양성이 인간 같이 복잡한 생물체가 탄생할 수 있는 배경 가운데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고
Sex as a strategy against rapidly evolving parasite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rspb.royalsocietypublishing.org/lookup/doi/10.1098/rspb.2016.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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