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grove killifish or mangrove rivulus, Kryptolebias marmoratus (syn. Rivulus marmoratus), 출처: 위키피디아)
세상에는 별의별 희안한 생물들이 존재하지만, 맹그로브 킬리피쉬(mangrove killifish)는 아마도 척추 동물 가운데서 가장 독특한 생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 물고기는 염도 변화가 심한 해안가와 민물에서 사는 소형 어류로 대개 1-3.8cm 정도 몸길이를 지닌 흔한 어류 같지만, 몇 가지 독특한 재주가 있습니다.
맹그로브 킬리피쉬는 염도 변화에 매우 강해 소금기가 거의 없는 민물은 물론이고 바닷물보다 2배의 염도를 지닌 짠물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피부를 통해 호흡을 하는 능력도 지녀 심지어 육지에서도 거의 두 달을 버틸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극심한 염도 변화와 수분 증발이 일어나는 맹그로브 숲의 환경에 적응한 결과일 것입니다.
이것만해도 놀랍긴 하지만, 진짜 놀라운 재주는 제목처럼 자가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정자와 난자 모두를 생산 가능한 자웅동체형 생물로 혼자서도 수정이 가능합니다. (fertilizes its own egg with its own sperm) 이런 능력은 무척추동물에서는 흔하지만, 척추동물에서는 맹그로브 킬리피쉬를 포함 두 종밖에 보고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맹그로브 킬리피쉬는 염도 변화가 크고 물이 증발할 위험도가 높은 극한 환경에서 진화하면서 만약 생존에 좋은 조건을 발견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증식하기 위해서 이런 능력을 진화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무성 생식 방법은 유전적 다양성을 줄여 전염병에 취약해지고 환경 변화에 빠르게 진화하기 어려운 문제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워싱턴 주립 대학의 생물학자들은 이 문제점을 확인하기 위해 15개의 다른 킬리피쉬 계통 (lineage)의 DNA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예상외로 유전적 다양성이 풍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맹그로브 킬리피쉬가 무성 생식은 물론 유성 생식도 매우 선호한다는 의미입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일부 킬리피쉬는 아예 수컷으로 역할을 전담해서 자력 갱생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합니다. 이는 후손을 남긴다는 전략에서 보면 남의 몫을 가로채는 전략이 될 수 있으나 결국 이것이 전체 집단의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는 무성 생식에서 유성 생식으로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시하는 결과입니다.
물론 척추 동물인 킬리피쉬의 경우 사실은 유성 생식에서 무성 생식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진화의 방향이 매우 다양하게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 같습니다. 아마도 짝을 구하기 힘든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게 진화된 결과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라도 유성 생식의 이점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사실 성의 진화나 킬리피쉬의 진화에 대해서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물고기는 아니지만, 맹그로브 킬리피쉬는 생물학자들을 놀라게 만들 많은 이야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
More information: Luana S. F. Lins et al, Whole-genome sequencing reveals the extent of heterozygosity in a preferentially self-fertilizing hermaphroditic vertebrate, Genome (2017). DOI: 10.1139/gen-2017-0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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