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치료는 모든 병을 치료하는 만능 도구는 아니지만, 특정 유전자의 결합으로 발생하는 유전 질환의 치료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유전 질환 가운데 혈우병이 있습니다. 피를 굳게하는 응고 인자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혈우병은 가족에서 유전되는 병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돌연변이에 의해서 가족력 없이도 생길 수 있습니다. 다행히 드문 질환이지만, 사실상 완치가 불가능하고 계속해서 혈액 응고인자를 투여받아야하는 불행한 질환입니다.
따라서 최근 혈우병을 치료하기 위해 유전자 치료가 시도되고 있습니다. adeno-associated virus (AAV)를 벡터 (운반체)로 삼아 factor IX에 대한 임상 시험이 성공적인 결과를 보였고 최근에 다시 factor VIII에 대한 유전자 치료가 성공적인 초기 결과를 보였습니다.
factor VIII이 부족한 혈우병 A (haemophilia A)는 더 흔하지만, 이 응고인자를 만드는 데 여러 유전자가 관여하기 때문에 유전자 치료에 있어 더 까다로운 대상이었습니다. 런던 퀸메리 대학 및 여러 기관의 연구자들은 AAV5-hFVIII-SQ (valoctocogene roxaparvovec) 벡터를 이용해서 이와 관련된 유전자를 환자의 몸에 삽입했습니다.
13명의 심한 혈우병 A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치료를 진행한 결과 11명에서 19개월이 지나도 factor VIII의 정상이거나 거의 정상 수준으로 유지되었는데, 이는 혈우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로 혁신적인 결과입니다.
이 임상 시험에 참여한 환자인 제이크 오메르(Jake Omer)는 유전자 치료를 받은 후 헬스장에서 팔꿈치를 심하게 부딪혔으나 출혈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유전자 치료가 진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I started to panic thinking this is going to be really bad, but after icing it that night I woke up and it looked normal. That was the moment I saw proof and knew that the gene therapy had worked.")
혈우병은 지금까지 완치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비용이 많이들기로도 유명한 질환이었습니다. 의료비가 비싼 선진국에서는 연간 치료비가 무려 10만 달러를 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비용을 들어도 환자는 항상 출혈 위험성을 걱정하면서 살아야 했습니다. 만약 한 번의 유전자 치료로 장기간 증상없이 유지된다면 환자의 삶의 질은 물론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됩니다.
앞으로 더 큰 규모의 임상 시험을 통해서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한다면 앞으로 유전자 치료가 혈우병 같은 유전 질환의 치료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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