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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도 숙주를 찾는다



(Model for host-seeking behavior in H. polygyrus. Credit: Ruiz F, et al. (2017))


 대개 기생충은 게으른 생물로 여겨집니다. 스스로 사냥을 하거나 광합성을 통해 먹거리를 마련하는 대신 남의 체내에 들어가 영양분을 가로채는 생물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상당수의 기생충에서 운동 기관이나 소화기관은 작아진 반면 기생충을 퍼트리기 위한 생식기관은 크게 발달해 엄청난 양의 알을 낳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로 대변과 함께 배설된 기생충 알은 다른 숙주를 기다리며 물과 토양을 오염시킵니다. 


 하지만 기생충 알과 유충의 경우에도 당연히 숙주에 잘 감염되려고하는 선택압을 받기 마련입니다. 최근 연구들은 기생충이 생각보다 능동적으로 숙주에 감염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엘리사 할렘(Elissa Hallem of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을 비롯한 연구자들은 쥐의 기생충인 Heligmosomoides polygyrus의 감염 방식을 연구했습니다. 


 H. polygyrus는 숙주의 피부를 뚫는 등 능동적으로 감염을 일으키기보다는 오염된 물과 토양을 통해서 음식과 함께 흡수되어 숙주로 침입하는 기생충입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들은 숙주가 배설한 분변에서 알을 깨고 부화해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진화시켰습니다. 연구팀은 왜 그런지를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기생충은 신선한 대변에 끌리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즉 오래된 대변에서 부화했어도 새로운 대변을 찾아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이는 쥐가 과거 다녔던 지역보다 지금 다니는 지역으로 이동해 감염의 기회를 높이는 것입니다. 


 반면 이전 연구에서 반추동물의 기생충인 Haemonchus contortus는 대변에서 부화해도 대변을 피하고 대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새로운 숙주가 있는 장소를 선호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기생충은 염소와 양이 주된 숙주이기 때문에 쥐의 기생충과 다른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기생충이 알의 형태로 환경에 잘 보호받고 있다가 숙주의 몸 밖에서 부화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한 모험입니다. 그러나 숙주에 더 잘 감염되어 더 많은 후손을 남길 수 있다면 이런 방향으로 진화하려는 충분한 이유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생각보다 게으르지 않은 기생충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런 연구를 수행하는 이유는 기생충이 생각보다 부지런하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 기생충 가운데 일부는 사람과 가축에 감염되므로 이들의 감염 전략을 이해하는 것은 기생충 감염을 막는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참고 


 Ruiz F, Castelletto ML, Gang SS, Hallem EA (2017) Experience-dependent olfactory behaviors of the parasitic nematode Heligmosomoides polygyrus. PLoS Pathog 13(11): e1006709. doi.org/10.1371/journal.ppat.1006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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