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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누명을 쓴 인공 감미료 - 사카린 이야기



(사카린의 초기 포장. 출처: 위키피디아) 


 오늘날 식품에는 여러 가지 첨가제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첨가제에 대한 우려도 같이 높아지고 있지만, 사실 몇몇 첨가제는 억울한 누명을 쓴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도 사카린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일 것입니다. 


 제 책인 과학으로 먹는 3대 영양소에서는 분량 관계로 사카린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블로그를 통해서는 문제 없이 소개가 가능할 것입니다. 




 사카린은 이름 때문에 일본에서 개발된 물질처럼 생각되기도 하지만, 사실은 러시아 태생의 독일 화학자 콘스탄틴 팔베르크(Constantin Fahlberg)가 존스홉킨스 대학의 이라 렘센(Ira Remsen)의 연구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물질입니다. 


 실험실에서 일하고 난 후 집으로 와서 음식을 먹는데 먹는 음식마다 매우 달게 느껴졌던 것이 사카린 탄생의 비화입니다. 이 때가 1879년이었으니 꽤 오래된 인공 감미료인 셈입니다. 아무튼 사카린을 발견한 후 람센과 팔베르크는 이를 상용화하고 특허를 받기 위해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팔베르크는 설탕을 의미하는 라틴어인 사카룸에서 이름을 딴 사카린이라는 물질의 특허를 등록하고 1885년에는 사카린의 상업적 생산법에 대한 특허도 등록했습니다. 이후 독일로 돌아온 팔베르크는 공장을 지어 사카린을 생산해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렘센이 배제되었기 때문에 둘의 사이는 매우 나빠졌다고 하네요. 역시 돈 문제가 결합되면 쉽지만은 않은 것이 세상일인 것 같습니다. 


 사카린은 설탕에 비해서 300-400배 정도 단맛이 강하며 열에 안정한 특징이 있어 여러 요리에 쉽게 첨가할 수 있습니다. 19세기에는 기적의 인공 감미료였던 셈이지만, 사실 초창기에는 아주 널리 사용된 건 아니었습니다. 사카린이 큰 인기를 끌게 된 계기는 세계 1차 대전으로 당시 설탕 공급이 부족해지자 그 대체품으로 큰 인기를 끈 것이죠. 


 사카린이 논란의 대상이 된 계기는 20세기 와서 합성된 또 다른 인공 감미료인 사이클라메이트 (sodium cyclamate)입니다. (1) 이 물질은 미국외 다른 국가에서는 인공 감미료로 인정되고 있으나 FDA가 1970년에 금지하면서 논란이 되었던 물질입니다. 이 물질은 아직도 미국에서 금지 물질입니다. 아무튼 인공 감미료 가운데 일부가 유해할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제기되자 사카린을 포함한 광범위한 인공 감미료가 조사 대상이 되었습니다. 


 흔히 사카린이 쥐(rat)를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 방광암을 일으켜서 사용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상세한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에 대한 내용입니다. 


 Weihrauch 등이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사카린을 이용한 동물모델 중 1세대에서 방광암을 유발했던 것은 20개 연구 가운데 한 개에 불과했습니다. 더구나 실험에 사용된 ACI rats은 방광암을 일으키는 기생충 감염비율이 높아 신빙성에 다소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2) 


 2세대 동물 모형 연구에서는 사카린을 다량으로 섭취한 동물의 2세대 후손에서 방광암의 증가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먹이의 7.5% 사카린으로 섭취한 경우 30% 정도 증가가 관찰되었다고 합니다. (3) 물론 사카린을 이렇게 많이 먹는다는 것은 동물 실험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밥대신 사카린을 먹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말이죠. 


 그런데 과연 사카린이 방광암을 일으키는 기전은 어떤 것일까요? 그 기전은 비교적 최근에야 알려졌습니다. 설치류의 소변의 높은 pH와 calcium phosphate 및 단백질 농도로 인해 다른 동물에서와는 달리 마이크로 결정이 형성되어 이것이 방광 및 요도 벽을 자극해 만성 염증에 의한 요로 질환과 암을 유발하는 것이 기전입니다. (4,5) 


 따라서 사람과 그 근연관계에 있는 동물에서는 장기간 사카린을 복용해도 암이 유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한 동물실험이 일본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타카야마 (Takayama) 등은 3종의 원숭이 20마리를 실험군으로 삼아 kg당 25mg의 사카린을 주 5회씩 24년간 투여하는 상당히 장기간에 걸친 드문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16마리가 대조군으로 실험군과 대조군 합쳐 36마리이기 때문에 숫자가 많지 않다는 단점은 있어도 연구자로써 상당히 하기 어려운 연구를 오랜 시간 참고 한 셈인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방광암이 생긴 원숭이는 없었습니다. (6) 


 동시에 영국 등에서는 사카린 소비와 실제 방광암이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역학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영국에서 사카린 소비는 2차 대전에 크게 증가했는데, 만약 사카린이 발암성이 있다면 시기적으로 10년 - 20년 후에는 방광암 발생이 증가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일반 인구 집단은 물론 당뇨병 환자처럼 사카린 섭취가 높은 그룹 모두에서 방광암 증가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7,8)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결국 사카린에 대한 금지 조치가 풀린 것은 매우 당연한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누명을 뒤집어쓴 사카린은 현재 그렇게 많이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그 사이 사카린을 대신할 수많은 인공 감미료가 개발되었기 때문이죠. 


 제 책에서 언급했던 부분이지만, 설탕이나 액상 과당은 그 자체로는 위험한 물질이 아니라도 남용하면 건강을 해치는 물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남용되면서 심각한 보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사카린은 정말 억울해 보입니다. 


 다만 새로운 인공 감미료가 대량으로 개발된 점을 고려하면 억울한 유해성 논쟁 없이도 지금은 사카린 사용이 어차피 줄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들지만 말이죠. 



 참고 


1. Weihrauch MR, Diehl V (2004). "Artificial sweeteners—do they bear a carcinogenic risk?". Ann Oncol. 15 (10): 1460–5.

2. Fukushima S, Arai M, Nakanowatari J et al. Differences in susceptibility to sodium saccharin among various strains of rats and other animal species. Gann 1983; 74: 8–20

3. Taylor JM, Weinberger MA, Friedman L. Chronic toxicity and carcinogenicity to the urinary bladder of sodium saccharin in the in utero-exposed rat. Toxicol Appl Pharmacol 1980; 54: 57–75.

4. Whysner, J.; Williams, GM. (1996). "Saccharin mechanistic data and risk assessment: urine composition, enhanced cell proliferation, and tumor promotion". Pharmacol Ther. 71 (1–2): 225–52. doi:10.1016/0163-7258(96)00069-1. PMID 8910956.

5.  Dybing, E. (Dec 2002). "Development and implementation of the IPCS conceptual framework for evaluating mode of action of chemical carcinogens". Toxicology. 181-182: 121–5. doi:10.1016/S0300-483X(02)00266-4. PMID 12505296.

6. Takayama S, Sieber SM, Adamson RH et al. Long-term feeding of sodium saccharin to nonhuman primates: implications for urinary tract cancer. J Natl Cancer Inst 1998; 90: 19–25.

7. Armstrong B, Doll R. Bladder cancer mortality in England and Wales in relation to cigarette smoking and saccharin consumption. Br J Prev Soc Med 1974; 28: 233–240.

8. Armstrong B, Doll R. Bladder cancer mortality in diabetics in relation to saccharin consumption and smoking habits. Br J Prev Soc Med 1975; 29: 7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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