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미 심장협회 학회의 역학, 예방, 생활 습관 세션 (American Heart Association’s Epidemiology and Prevention / Lifestyle and Cardiometabolic Health 2017 Scientific Sessions)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그것은 글루텐 섭취가 적은 그룹에서 당뇨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199,794명의 대상자 (88,610명은 간호사 건강연구 (NHS I/II), 나머지는 의료 전문가 추적연구 (HPFS))를 대상으로 424만 인년간 연구를 진행해 15,947케이스의 2형 당뇨 발생건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가장 글루템 섭취가 많은 20% 그룹이 가장 낮은 글루텐을 섭취하는 그룹과 비교해서 당뇨 발생 위험이 13%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낮은 글루텐 섭취 그룹은 하루 4g 미만으로 섭취했습니다.
연구의 리더인 젱 종 (Geng Zong, Ph.D., a research fellow in the Department of Nutrition at Harvard University’s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은 이 연구가 확실한 이유없이 글루텐 섭취를 피하는 사람에게 건강상의 영향이 있을 수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 책인 과학으로 먹는 3대 영양소에서도 언급했듯이 글루텐은 밀과 그 근연 관계에 있는 보리, 호밀, 귀리 등에 있는 단백질로 하나의 단백질이 아니라 다양한 단백질을 합쳐 부르는 용어입니다. 밀가루 반죽의 경우 글루텐 함량에 따라서 점성, 찰기, 식감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강력분/중력분/박력분 등으로 나눠서 판매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글루텐은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무해하지만, 일부 사람에서는 면역학적 반응을 유발해 셀리악 병 혹은 글루텐 과민성 장염을 일으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글루텐 프리 식품을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전혀 의학적 필요가 없음에도 마치 건강식처럼 사용되고 있어 우려된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했죠. 특히 한국인처럼 셀리악 병 자체가 극히 드문 인구 집단에서는 글루텐 프리 식사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실 글루텐 자체가 당뇨 예방효과가 있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글루텐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식이섬유 및 여러 가지 영양성분이 빠지는데서 비롯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Gluten-free foods often have less dietary fiber and other micronutrients") 쉽게 말해 글루텐을 비롯한 여러 성분을 제외하고 먹는 것보다 통곡물 (whole grain)을 섭취하는 쪽이 당뇨 예방을 위해서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통곡물이 당뇨병 및 여러 가지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상당히 많습니다. 따라서 미국에서도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 가이드라인에서 전체 곡물 섭취의 절반 이상을 통곡물로 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우리 나라의 경우 통곡물에 가까운 현미나 혹은 여러 잡곡을 섞은 잡곡밥을 오래전부터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책에서도 언급했던 이야기지만, 잡곡밥이 건강에 유리할 수 있다는 증거가 나오기 한참 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잡곡밥을 먹어왔습니다. 지금처럼 순도 높은 탄수화물인 흰 쌀밥이 주식이 된 것은 상당히 최근의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음식은 사실 인류가 본래 먹던 식사와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열량은 높으면서 식이섬유와 비타민, 미네랄을 포함 영양소가 상당 부분 빠져있는 식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구에서는 잘 정제된 밀가루와 글루텐 프리 식단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할 것입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가능하면 이것저것 빼지 않은 통곡물이 더 유리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글루텐을 먹으려고 노력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보다는 다양하게 혼합한 잡곡밥이 더 우리 현실에 맞고 먹기도 편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글루텐 프리 음식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없는 가운데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증거가 나온점도 주목할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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