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umping tongue nectar-feeding bat Lonchophylla robusta visiting a bromeliad flower. Credit: M. Tschapka/University of Ulm )
일반적으로 꿀을 빨아먹는 생물이라고 하면 나비나 벌 같은 곤충부터 떠오르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식물은 자신의 화분을 수정시킬 수 있는 생물체라면 포유류나 조류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벌새는 익히 알려져 있지만, 사실 박쥐도 여기에 속한다는 것은 의외의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전에도 한번 소개한 바 있듯이, 꿀을 먹기 위해 특수하게 진화된 혀를 지닌 박쥐들이 존재합니다.
독을 울름 대학(University of Ulm in Germany)과 파나마의 스미소니언 열대 연구소(Smithsonian Tropical Research Institute)의 과학자들은 코스타리카 오렌지 꿀박쥐(Costa Rican Orange Nectar Bats, Lonchophylla robusta)가 어떻게 꿀을 먹는지를 고속 카메라를 이용해서 연구했습니다.
사실 우아하게 꿀을 먹는 벌새도 안에서는 혀를 날름거리면서 꿀을 먹습니다. 그런데 이 박쥐는 혀를 날름거리지 않아도 꿀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일이 가능할까요. 카메라가 포착한 장면에 그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동영상)
이 박쥐의 혀는 독특하게 생긴 홈이 파여져 있습니다. 우선 혀를 꿀속에 담그면 모세관 현상에 의해 꿀이 일부 빨려올라오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긴 혀를 이용해서 꿀을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혀를 날름거리는 것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에너지 소모가 큰 편입니다. 이 박쥐의 놀라운 재능은 혀의 근육이 꿀을 컨베이어 벨트처럼 위로 끌어올린다는 것입니다.
즉, 아예 빨대처럼 꿀을 빨아먹는 셈인데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빨대에 컨베이어 벨트가 달린 셈이죠. 덕분에 이 박쥐는 짧은 시간 꽃에서 꿀을 빨아도 충분히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놀라운 메카니즘은 진화의 산물일 것입니다.
보통 박쥐라고 하면 징그럽게 생겼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긴 혀를 가진 박쥐는 더 징그럽습니다. 하지만 외모와는 달리 꿀을 먹으며 사는 평화로운 박쥐로 인간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무튼 외모와는 달리 좋은 녀석이라는 것이죠.
참고
Nectar uptake in bats using a pumping-tongue mechanism, Science Advances 25 Sep 2015: Vol. 1, no. 8, e1500525, DOI: 10.1126/sciadv.15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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