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bon in 4.1 billion year old zircon. Credit: Stanford/UCLA.)
지구상에 최초의 생명체가 등장한 것이 언제였는지 밝히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일단 당시 살았던 박테리아 같은 생명체가 화석으로 남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현재까지 연구는 적어도 38억년 이전에 생명체가 탄생했을 것이라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빨리 생명체가 등장했는지 아닌지는 사실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이 41억년 전의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소식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화석 자체를 발견한 것은 아니지만, 생명체의 흔적이라는 주장은 앞으로 학계에서 꽤 갑론을박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연구를 진행한 것은 ULCA의 마크 해리슨 교수(Mark Harrison, co-author of the research and a professor of geochemistry at UCLA)와 패트릭 보엔케(Patrick Boehnke), 엘리자베스 벨(Elizabeth Bell) 등입니다. 이들은 오랜 세월 존재할 수 있는 타임 캡슐의 역할을 하는 1만 개의 지르콘(Zircon)을 연구했습니다.
이 지르콘들은 녹은 마그마가 식으면서 형성된 것으로 그 내부에는 오래전 삼켜진 물질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연구팀은 역사상 가장 오래된 육지가 있는 서부 호주에서 이 지르콘 암석을 구해 연대를 측정하고 내부 구조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656개의 지르콘 결정이 내부에 검은 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시 이들 가운데 79개를 라만 분광기(Raman spectroscopy)로 화학 조성을 분석한 결과 탄소로 구성된 두 개의 점을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탄소 결정의 구성 (탄소 12/13)을 볼때 아마도 이것이 박테리아 같은 생명체가 내부에서 흔적으로 남게 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는 사실 41억년 전 생명체라고 주장하기에 아주 좋은 증거는 아니지만, 최초의 생명체의 화석이 온전하게 남을 가능성은 별로 없기 때문에 어쩌면 이들의 주장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 부부은 학계에서 논쟁이 좀 있을 것 같네요.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지구와 달은 39억년 전 후기 대폭격기라고 하는 시절을 거쳤습니다. 태양계의 수많은 소행성과 혜성들이 내행성 궤도로 쏟아지면서 그야말로 불지옥이 된 것이죠. 아마도 41억 년 전 생명체가 있었다면 이 때 모두 사라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명체가 적당한 환경에서 쉽게 생성된다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즉 1세대 생명체가 사라져도 2세대, 3세대 생명체가 다시 생성된다는 것이죠. 따라서 지구에서 생명체가 탄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주장이 옳은지는 좀 더 연구를 해봐야 하겠지만, 사실이라면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구에 최초 등장했던 생명체는 후손없이 사라진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 연구는 PNAS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Elizabeth A. Bell, Patrick Boehnke, T. Mark Harrison, and Wendy L. Mao. Potentially biogenic carbon preserved in a 4.1 billion-year-old zircon. PNAS, October 19, 2015 DOI:10.1073/pnas.1517557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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