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illustration of the tidal disruption ASASSN-14li.
Credits: NASA/CXC/U. Michigan/J. Miller et al.; Illustration: NASA/CXC/M. Weiss)
블랙홀은 다가가는 것은 무엇이든지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별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은하 중심 블랙홀들은 주변에 있는 별 가운데 상당수를 흡수한 증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인간의 척도로 보면 매우 드물게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100년에 한 번은 인간의 척도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지만, 천문학적 시간 척도에서는 매우 흔한 일이기 때문이죠.
과학자들은 별이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얻었습니다. 지구에서 약 2억 9,000만 광년 떨어진 PGC 043234 라는 은하가 바로 그 장소로 이 은하 중심에도 역시 별을 삼킬 수 있을 만큼 거대한 블랙홀이 존재합니다.
나사의 찬드라 X선 망원경, 스위프트 감마선 망원경, 유럽 우주국의 XMM 뉴튼 망원경 (NASA’s Chandra X-ray Observatory, Swift Gamma-ray Burst Explorer, and ESA/NASA’s XMM-Newton)은 2014년 11월 ASASSN-14li라는 독특한 현상을 이 블랙홀에서 발견했습니다.
보통 별 같은 물체가 블랙홀에 다가가면 중력의 차이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게 됩니다. 왜냐하면 블랙홀에 가까운 쪽과 먼쪽 사이에 중력이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결국 이 차이는 별을 잡아당겨 국수처럼 만듭니다. (위의 개념도)
이렇게 빨려들어간 가스는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엄청난 속도로 가속되어 섭씨 수천만도의 고온으로 달궈집니다. 결국 여기서 X선이 방출되면 우리가 관측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이론적으로는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지만, 사실 앞서 말했듯이 이를 직접 관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주적 척도에서는 흔한 일이라도 인간의 척도에서는 드문 일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주에는 워낙 많은 은하가 있다보니 관측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연구의 주저자인 미시간 대학의 존 밀러(Jon Miller of the University of Michigan in Ann Arbor)와 그의 동료들은 이번 관측으로 아주 좋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별이 국수처럼 늘어나서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과정에서 변하는 X 선의 스펙트럼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물론 현재 이 별은 블랙홀로 다 흡수되고 난 이후임) 행운을 누렸습니다.
이들에 의하면 아마도 블랙홀로 빨려들어간 물질은 강착 원반을 이루기 전에 일부 밖으로 빠져나오는 가스도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먹다가 흘리는 셈인데, 사실 블랙홀의 중력권을 벗어날 정도는 아니지만 이 역시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위의 개념도 참조)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블랙홀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슈바르츠실트 반경이 흡수하려는 물질에 비해 매우 작기 때문입니다. 결국 모두 흡수되지 못하고 일부는 빠져나오는 셈이죠.
이를 비롯해 과학자들은 이번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서 여러가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만약 태양과 지구가 블랙홀로 빨려들어간다면 우리에겐 비극이겠지만, 저 멀리 있는 외계인 과학자는 흥미로운 관측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드네요.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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