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항상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산소라는 반응성이 큰 물질을 사용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댓가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런 산화 스트레스가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항산화제를 사용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습니다.
실제로 비타민 C나 비타민 E 같이 항산화효과를 지닌 물질을 이용한 임상 시험에서 이 물질들이 부족하면 문제가 생기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더 보충하면 도움이 되기 보다는 해가 된다는 보고들이 있어왔습니다.
과거 메타 분석에서 고농도의 비타민 E 같은 경우는 오히려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항산화 보충제의 경우 대장암의 가능성을 높이고 베타 케로틴 같은 경우는 폐암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일부 연구들은 항산화제를 투여받은 암환자가 더 빨리 죽는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하지만 왜 그런지는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텍사스 대학 사우스이스턴 메디컬 센터(UT Southwestern Medical Center)의 신 모리슨 박사(Dr. Sean Morrison, CRI Director and Mary McDermott Cook Chair in Pediatric Genetics at UT Southwestern Medical Center)와 그의 동료들은 항산화제가 어쩌면 암세포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도울 수 있다는 내용을 저널 네이처에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동물 모델(NOD-SCID-Il2rg−/− (NSG) mice)을 이용해서 흑색종(melanoma)의 전이 속도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항산화제를 투여받은 쥐가 훨씬 빠르고 멀리 전이가 일어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보통 암세포는 빠르게 증식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할 뿐 아니라 산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게 됩니다. 특히 본래 있던 장소에서 떨어져서 전이를 할 때는 이로 인해 대부분 사멸하게 됩니다. 전이에 성공하는 암세포는 극히 일부인데, 워낙 많은 세포가 떨어져 나가면 결국 전이가 되는 것이죠.
이번 연구에서는 항산화제 보충제 투여가 이렇게 산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암세포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산화 스트레스가 암세포의 전이를 막는 셈이죠.
모리스 박사는 이전에 몇몇 연구에서 항산화제를 투여받은 암환자가 더 빨리 죽었는데, 어쩌면 암세포가 정상 세포보다 항산화제에 더 도움을 받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언급했습니다. (.....because the patients getting the antioxidants were dying faster. Our data suggest the reason for this: cancer cells benefit more from antioxidants than normal cells do)
이와 같은 연구 결과들은 어쩌면 산화촉진제(pro-oxidant)가 암세포의 전이를 막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Elena Piskounova, Michalis Agathocleous, Malea M. Murphy, Zeping Hu, Sara E. Huddlestun, Zhiyu Zhao, A. Marilyn Leitch, Timothy M. Johnson, Ralph J. DeBerardinis, Sean J. Morrison. Oxidative stress inhibits distant metastasis by human melanoma cells. Nature, 2015; DOI: 10.1038/nature1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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