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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이야기 382 - 행성을 파괴하는 죽음의 별



(In this artist's conception, a Ceres-like asteroid is slowly disintegrating as it orbits a white dwarf star. Astronomers have spotted telltales signs of such an object using data from the Kepler K2 mission. It is the first planetary object detected transiting a white dwarf. Within about a million years the object will be destroyed, leaving a thin dusting of metals on the surface of the white dwarf. Credit: Mark A. Garlick )
 
 영화 스타워즈에는 행성도 파괴시킬 수 있는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무기인 죽음의 별(Death Star)이 등장합니다. 물론 이는 가공의 존재지만, 실제로 우주에는 행성을 파괴할 수 있는 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학자들은 별이 타고 남은 잔해가 뭉친 백색왜성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태양 같은 별이 최후를 맞이하면 나머지 물질들이 모여 백색왜성을 형성합니다. 대개 크기는 지구보다 약간 큰 정도지만, 항성급의 중량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표면 중력은 엄청나죠. 그런데 과학자들은 이 백색 왜성이 '금속' 같은 물질로 표면이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가 백색왜성이 행성을 파괴시켜 흡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지금까지 그 증거는 없었습니다.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 물리학 센터의 앤드류 밴더버그(Andrew Vanderburg of the Harvard-Smithsonian Center for Astrophysics (CfA))와 그의 동료들은 나사의 케플러 우주 망원경의 K2 임무 데이터를 이용해서 백색 왜성 주변에서 파괴되는 행성의 증거를 처음으로 확인해 이를 저널 네이처에 발표했습니다.  

 나사의 케플러 우주 망원경은 3년 반의 목표 임무 기간을 채운 후 연장 임무에 들어간 상태에서 자세를 고정하는 플라이 휠의 고장으로 임무가 중단되었죠. 하지만 나사는 남아 있는 두 개의 플라이휠을 이용해서 K2 임무라는 새로운 관측 임무를 진행 중입니다.

 K2 데이터를 분석한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570 광년 떨어진 백색왜성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케플러 망원경에서 바라봤을 때 행성이 백색왜성 앞을 지나면서 주기적으로 밝기가 변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백색왜성 주변의 행성은 드물지 않습니다. 먼 미래 우리 태양 역시 백색왜성이 되면 그 주변에 행성이 공전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행성은 공전 주기가 4.5시간에 불과합니다. 즉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공전한다는 이야기인데, 그 거리는 지구-달 거리의 대략 두 배인 87만km 정도입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켁 망원경을 비롯한 지상 망원경의 관측으로 다시 확인되었습니다.

 백색왜성의 밝기 변화를 관측한 과학자들은 더 놀랄만한 사실을 밝혀냈는데, 이 행성이 현재 파괴되고 있다는 증거가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온전한 행성이 백색 왜성 주변을 공전하면 밝기 변화는 그 앞을 지나는 짧은 순간만 발생할 것입니다.

 반면 행성이 중력에 의해 파괴되어 파편이 나눠지고 있다면 마치 혜성처럼 밝기 변화가 순간적이 아니라 더 긴 시간에 걸쳐 나타날 것입니다. 주변의 파편들에 의해 가려지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관측한 것은 후자입니다. (아래 그래프) 



(검은 점은 관측된 밝기, 붉은 실선은 행성이 앞을 가릴 경우, 파란 실선은 파괴되는 행성이 백색왜성을 가리는 경우를 나타낸 것. The diagram depicts a model of light curve shapes. The red line indicates the symmetric shape of a typical planet transit while the blue line is the asymmetric shape of a disintegrating planet. The black dots are measurements recorded by the K2 mission of WD 1145+017. Credit: CfA/A. Vanderburg )


 백색왜성이 형성되면 철이나 실리콘 같은 무거운 원소들은 중심부로 가라앉고 수소나 헬륨처럼 가벼운 원소들은 표면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따라서 본래 표면에는 무거운 금속 원소는 존재하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실제로는 무거운 원소들이 표면에 존재한다는 것이 스펙트럼 분석결과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것이 예상했던 것처럼 백색왜성이 행성을 갈아서 흡수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시켰습니다.


 현재 우리가 관측한 이 행성의 모습은 어쩌면 아주 먼 미래의 지구의 모습일수도 있겠죠. 그런일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60억 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태양도 지구도 영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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