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뇌가 크면 IQ 높을까?


 이전에 학교 다닐 때 '머리 크다고 공부 잘하는 것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확실히 이 말은 사실이죠. 머리가 큰 것보다는 열심히 공부하는 게 공부 잘하는 비결아닌 비결이었습니다. 아마 이 점은 시대가 흘러도 절대 변하지 않을 명제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IQ와 뇌의 크기는 연관이 있을까요? 아니면 없을까요? 이 문제는 150년 이상 논쟁이 된 주제였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연구는 현대에 들어서 MRI나 CT 등으로 뇌의 용적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졌습니다. 여러 연구들이 뇌의 크기와 IQ와의 상관 관계를 연구했는데, 미약하게나마 연관성이 있다는 보고들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뇌가 큰 것과 머리가 큰 것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두개골과 주변 조직이 큰 것일수도 있으니까요. 여기서는 뇌 자체의 용적과의 연관성을 이야기합니다.)  
 비엔나 대학의 야콥 피에츠크닝(Jakob Pietschnig from the Institute of Applied Psychology of the University of Vienna) 및 그의 동료들은 88개의 연구에서 분석된 8000명 이상의 데이터를 메타 분석한 결과를 저널 Neuroscience and Biobehavioral Reviews에 발표했습니다.
 이들에 의하면 뇌의 크기와 IQ는 미약하지만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IQ의 차이를 설명하는데 뇌의 크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약했습니다. (brain volume plays only a minor role in explaining IQ test performance in humans) 연구팀은 뇌의 용적보다는 뇌의 구조나 다른 요인들이 IQ를 결정하는데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사실 뇌의 용적이 지능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인류의 진화를 보면 추정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뇌 용적은 현생 인류의 1/3 수준에 불과했는데, 이는 침팬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지능도 아주 큰 차이는 없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인류의 조상이 진화하면서 점차 뇌의 크기가 커졌다는 것은 뇌가 커질 수록 지능이 높아진다는 강력한 증거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다른 동물과의 비교를 해보면 뇌의 크기만이 결정적인 요인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고래는 엄청나게 큰 뇌를 가지고 있지만, 이는 거대한 몸을 컨트롤함과 동시에 몇 가지 다른 이유 때문으로 뇌가 크기 때문에 인간보다 지능이 더 높지는 않습니다. 또 비슷한 크기의 뇌를 가진 동물들도 지능의 정도는 천차 만별입니다.
 따라서 효율적인 두뇌구조와 고등한 지능을 담당하는 부위의 발달이 지능과 더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남성의 뇌가 여성보다 약간 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한 IQ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 역시 뇌의 크기가 미세한 영향밖에는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또 뇌가 커지는 질환인 거대뇌증(megalencephaly syndrome) 환자 역시 낮은 지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내용을 종합하면 뇌의 용적이 커지면 약간 IQ가 높아지는 것 같지만, 뇌의 크기가 IQ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물론 병적인 상태로 뇌의 크기가 크거나 작아지는 경우는 예외입니다.
 이전에 알려졌듯이 IQ는 교육 수준, 환경 및 부모의 소득, 학력, 지능들과 연관성이 높습니다. 이는 뇌의 크기같은 선천적인 요인보다는 환경적인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단, 뇌의 구조나 유전자 같은 선천적인 요인이 얼마나 작용하는지는 아직도 논란이 많은 연구 주제입니다.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점은 IQ 테스트가 지능을 측정하는 완벽한 도구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인간의 지능은 매우 복잡해서 이를 쉽게 측정할 수 있는 간단한 측정 도구는 사실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간접적인 측정은 가능하다는 것이겠죠.
 아무튼 지능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대한 연구는 항상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Jakob Pietschnig, Lars Penke, Jelte M. Wicherts, Michael Zeiler, Martin Voracek. Meta-analysis of associations between human brain volume and intelligence differences: How strong are they and what do they mean? Neuroscience and Biobehavioral Reviews, 2015; DOI: 10.1016/j.neubiorev.2015.09.017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