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wave 의 양자 컴퓨터 This is the temperature-controlled, magnetically shielded box housing the D-Wave chip. Credit: USC Viterbi)
지난 2011 년 캐나다에 본사를 둔 D-Wave Systems 는 최초의 상용 양자 컴퓨터인 D-wave one 을 공개했습니다. 무려 1000 만 달러의 가격표를 달고 나온 이 컴퓨터는 128 큐빗 (qubit) 양자 컴퓨터로 컴퓨터 역사에 한획을 그은 기기처럼 보였지만 그 시점부터 논란에 휩싸이게 됩니다.
양자 컴퓨터는 양자 역학 현상을 이용한 컴퓨터로 기존의 컴퓨터의 bit 단위 대신 큐빗 (qubit) 이라는 양자 정보 단위를 사용합니다. 비트는 0 과 1 의 상태만 가지지만 큐빗은 양자 역학에 의한 중첩 (superposition) 으로 동시에 여러 상태를 가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0, 1 그리고 둘다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큐빗이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비트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합니다. 양자 역학에 의한 연산 방식의 원리는 이해하기 매우 난해하지만 이런 특징으로 인해 양자 컴퓨터는 일반 컴퓨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질 수 있습니다.
D-Wave one 의 외형은 거대하지만 사실은 칩 한개 만이 내부에 존재하고 있으며 컴퓨터 부피의 대부분은 이를 절대 영도에 가깝게 냉각 시키는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D-wave 양자 컴퓨터의 내부 구조. 이것은 냉각 장치를 포함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사진 Credit : google )
( D-Wave Systems 128 qubit processor - "Inside the chip")
이 컴퓨터가 진짜 양자 컴퓨터인지 논란에 휩싸인 이유는 2011 년 당시 구체적인 작동 원리에 대해서 세부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이 컴퓨터 자체가 단 한대만 팔렸기 때문에 (록히드 마틴이 그 고객) 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적었던 것도 이유였습니다. 진짜 양자 컴퓨터를 개발한 것이라면 기존의 슈퍼 컴퓨터를 다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을 텐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라는 의문이 제기되었던 것이죠.
이후 이런 저런 테스트와 논문들이 발표되었지만 2014 년까지도 D-wave 의 양자 컴퓨터에 대해서 의혹의 눈길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2014 년 1월 IBM 과 캘리포니아 대학 (University of California) 연구자들은 실제로 이 컴퓨터가 양자 컴퓨팅을 할 수 있는지 다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2011 년 최초 공개된 D-wave one 에 이어 이 회사는 다시 512 qubit 컴퓨터인 D-wave two 를 공개했는데 이 컴퓨터는 2013 년 나사와 구글, 그리고 USRA (Universities Space Research Association) 이 협력해서 건설한 양자 인공지능 연구소 (Quantum Artificial Intelligence Lab at the NASA Advanced Supercomputing Division at Ames Research Center in California) 에 판매되었습니다.
(구글과 나사의 D-Wave Two 컴퓨터 )
구글이 이 컴퓨터를 사용해본 결과 확실히 몇가지 연산에 있어서는 기존의 컴퓨터보다 훨씬 빨랐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생각만큼 빠르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IBM 과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팀은 이 컴퓨터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해 앞서의 의문점을 제기했습니다. 아마도 문제는 '이것이 양자 컴퓨터' 라고 부를 수 있는 확실한 테스트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흑백 TV와 컬러 TV 처럼 누구나 보고서 구분이 가능한게 아니라는 것이죠.
다시 2014 년 2월 28일 Nature Physics 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D-Wave One 이 연구팀이 양자 몬테 카를로 ("quantum Monte Carlo") 라고 부른 모델에 부합되게 반응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그냥 속도가 빠른 기존의 컴퓨터에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죠. 이들의 연구는 다시 양자 컴퓨터가 맞다는 쪽입니다.
그런데 이렇듯 D-Wave 양자 컴퓨터들이 수난을 당하는 이유는 사실 양자 컴퓨터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양자 컴퓨터든 아니든 현재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보다 100 배 1000 배가 빠르다면 글자 그대로 혁명으로 여겨질 것이고 여기 저기서 이 컴퓨터를 사겠다는 주문이 폭주할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구글이 공개한 벤치마크 결과는 이 컴퓨터가 설령 양자 컴퓨터라고 할 지라도 아직 초기 단계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D-wave 측은 2015 년에 1024 큐빗 컴퓨터를 내놓을 계획인데 더 많은 큐빗을 사용할 수록 연산 능력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한 만큼의 성능이 나와주는지 아닌지가 이 컴퓨터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IBM 을 비롯 양자 컴퓨터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했던 기업과 대학들이 또 다른 경쟁 모델들을 내놓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진짜 의심의 여지 없는 성능을 지닌 양자 컴퓨터가 일반화 되는 것은 언제일지 궁금합니다.
참고
http://www.pcworld.com/article/2094380/ibm-questions-the-performance-of-dwaves-quantum-comput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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