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 년 spacewatch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미국의 천문학자 제임스 스코티는 대략 천왕성 궤도에 근접해서 공전하고 있는 지름 수백 km 의 대형 소행성을 새로 발견했습니다. 이 소행성은 외행성의 궤도에서 공전하는 천체인 켄타우로스 (Centaurs) 중에서 가장 큰 것 가운데 하나로써 키론 (Chiron) 등과 함께 천왕성 궤도 안쪽에서 천왕성 공전 궤도에 근접하는 천왕성 근접 소행성 (grazing Uranus) 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켄타우로스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트 참조 http://jjy0501.blogspot.kr/2013/07/160-centaurs.html)
이 소행성의 명칭은 키론의 아내인 그리스 신화의 님프 샤리클로 (Chariclo) 의 이름을 따서 10199 Chariklo (영어식 발음은 '커리클로'에 가까운 듯) 라고 명명되었으며 최근까지 관측을 통해 대략 지름이 230 - 250 km 수준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럽 남방 천문대 (ESO) 의 과학자들이 최근 우연한 관측을 통해 이 소행성이 고리 시스템 (ring system) 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지금까지 고리를 가진 것으로 관측된 천체 중에서 가장 작은 것입니다.
(고리를 가진 소행성 커리클로의 상상도 Chariklo is a comet-like miniature planet located between Saturn and Uranus. It has a diameter of 250 km and new observations show that there are two rings of ice particles and pebbles. This is the first time such a small celestial body with rings has been observed. Credit: Lucie Maquet )
(커리클로 (좌측), 명왕성 (중앙), 달 (오른쪽) 의 상대적인 크기 비교. 소행성 중에서는 큰 편이지만 다른 행성이나 왜행성에 비해서는 매우 작은 편 Released into the public domain (by the author) )
(Artist's impression of ring system around asteroid Chariklo. Source : ESO)
(First ring system around asteroid Credit: ESO)
커리클로는 원일점이 18.66 AU 이고 근일점이 13.08 AU 에 달해서 사실 작은 고리가 있다고 해도 이를 현재의 관측 기술로 발견하는 매우 어렵습니다. (공전 주기는 약 63 년) 지구에서 수십억 km 떨어진 지점에 있는 어두운 천체니까 말이죠. 하지만 우연히 커리클로가 다른 별 앞을 지나는 순간을 포착한 ESO 의 천문학자들은 흔치 않은 장면을 포착했습니다.
이 소행성이 주변에 거느린 천체가 아무것도 없다면 별빛은 한번만 가리게 될 것입니다. 만약 위성이 한개 있어서 우연히 별빛을 가리는 경우 별빛은 2 회 가리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위성 대신 고리를 지니고 있다면 ? 별빛은 정확히 같은 위치에서 한번씩 더 가리게 됩니다. (즉 총 3 회) 공전궤도가 동일한 2개의 위성도 있을 수는 있지만 라그랑주 점을 고려하면 위성 - 소행성 - 위성이 일직선상에 놓이게 될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희박하기 때문에 이 경우 가장 자연스런 설명은 고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커리클로가 2013 년 6월 3일 별 UCAC4 248-108672 앞을 지날 때 지구에서는 남미에서 관측이 가능했습니다. 칠레에 있는 ESO 관측소를 비롯해서 다수의 망원경이 이를 관측했는데 위에서 설명한 방식의 별빛의 가림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두번째 동영상에서 2 분 이후) 이 별빛의 가림 현상을 파악한 과학자들은 이 고리가 적어도 2 개의 독립된 고리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첫번째 고리는 커리클로의 중심에서 391 km 떨어져 있으며 그 폭은 7 km 정도입니다. 두번째 고리는 첫번째 고리와 9 km 정도 간극이 있으며 대략 위치는 커리클로 중심에서 405 km 정도이고 폭은 3 km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멀리 떨어진 천체에 얇은 고리를 간접적인 방법으로 관측에 성공했다는 것은 매우 드문 케이스입니다. 목성, 해왕성, 천왕성은 모두 고리를 가지고 있지만 모두 망원경이 아니라 탐사선을 이용해서 관측된 경우입니다.
그런데 행성에 비해 턱없이 작은 소행성에 어떻게 고리가 생성될 수 있었을까요. 이에 대해서 아직 천문학자들은 확실한 답을 알고 있지는 못합니다. 다만 행성과 비슷하게 주변에서 다른 천체와의 충돌이 그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소행성에 위성들이 있고 그것이 서로 충돌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만약 탐사선을 이 소행성에 보낼 수 있다면 위성을 발견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번 관측 결과는 생각보다 작은 천체에서도 고리 시스템이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과연 태양계의 다른 천체들에도 고리가 있을까요. 다음으로 가능성이 높은 천체는 아마도 복잡한 위성 시스템을 지닌 명왕성일 것입니다. 탐사선인 뉴 호라이즌스가 곧 명왕성에 도달하면 아마도 고리의 존재 유무를 알 수 있겠죠. 아무튼 30 여년전 만해도 고리를 가진 천체는 토성 하나뿐이었는데 이제는 태양계 안에서도 고리의 존재가 그렇게 드물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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