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정부의 재정 적자가 2008 년 이래 처음으로 1 조 달러 미만으로 줄어들었다고 뉴욕 타임즈 등 외신이 미 재부무 자료를 인용해 발표했습니다. 미 연방 정부 회계 년도 2013 년 (FY 2013. 2012 년 10월에서 2013 년 9월까지) 연방 정부 재정 적자는 약 6800 억 달러로 전년도인 FY 2012 의 1 조 1천억 달러 대비 약 4200 억 달러 규모가 감소한 것입니다. 이미 17.3 조 달러 부채 한도에 도달한 미 연방 정부로써는 한숨 돌릴 수 있는 소식인 셈이죠. 사실 이 재정 적자 규모는 작년부터 예상된 것이기는 합니다.
(2001 - 2013 년 사이 미 연방 정부 재정 적자 (파란색) 와 부채 증가 (붉은색) The source data for the file is the CBO Historical tables (deficits) and U.S. Treasury Direct (debt)./ http://en.wikipedia.org/wiki/File:U.S._Total_Deficits_vs._National_Debt_Increases_2001-2010.png )
사실 재정 적자 (US federal government Budget deficit) 가 1 년에 1 조 달러 이상이라는 것 자체가 정상인 상황이라곤 할 수 없겠죠. 한 때 미국의 재정적자는 유로존의 화약고라는 그리스와 비슷한 수준이고 스페인보다 더 심한 수준이었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된 시점인 2011 년에도 연방 정부의 재정 적자는 1조 2960 억 달러로 GDP 대비 8.7% 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예산 삭감과 경기 호전에 의한 세수 증대로 2012 년에는 GDP 대비 7% 인 1 조 900 억 달러 수준까지 감소했으며 2013 년 회계 년도에는 마침내 1 조 달러 아래로 감소해 GDP 대비 4.1% 까지 감소했습니다. 사실 유로존이 재정 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맞출 것을 요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것도 적은 액수라곤 할 수 없지만 그전에 비해서는 상당히 감소한 것은 사실입니다. 사실상 5 년 만에 1 조 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이죠.
재정 적자 폭 감소의 배경을 살펴보면 우선 민주 - 공화 양당간의 오랜 줄다리기 끝에 재정 지출을 줄인 것이 큰 이유 중에 하나로 뽑히고 있습니다. 특히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고 아프간에서도 철수를 준비하면서 해외 비상 작전 (Overseas Contingency Operations) 비용이 감소하고 사정없는 예산 삭감과 병력 감축이 이어지면서 (물론 앞으로도) 국방 예산이 점점 감소해서 미국의 재정 부담을 줄어주고 있습니다. 대신 그 만큼 미국의 군사적 파워가 좀 감소하는 문제가 있지만 말이죠.
(2001 - 2014 년 회계 년도 사이 국방 예산 규모. 2013 년과 2014 년은 예측치. 붉은 색으로 표시된 해외 비상 작전 (Overseas Contingency Operations) 예산이 점차 감소한 것을 주목. 파란색으로 표시된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예산 증가 폭도 줄어들었는데 이는 줄줄이 사업을 취소하고 무기들을 퇴역시키고 병력을 감축하므로써 달성된 것임.
This chart shows trends in annual (fiscal year) defense spending from 2001 through 2014. The 2013 and 2014 are estimates. The annual base defense budget increased from $287B in FY2001 to $527B by FY2014, a 4.8% compound annual growth rate, excluding supplemental funding directly attributed to the wars in Iraq and Afghanistan and certain other expenses related to the "War on Terror."
The chart shows three series of data:
- DOD base + 2% inflation: The 2001 base level of spending assuming it kept pace with inflation, which averaged 2% during the period.
- Increase in DOD base: The increase in the base level of spending above the 2% inflation adjustment.
- OC or Overseas Contingency Operations: Funding mainly for the Iraq & Afghanistan wars.
So the base spending is the first two statistics.
FY 2012 에 미 국방부 (Department of Defense) 예산은 6510 억 달러 였습니다. 기타 국가 보훈부 (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 예산이 1240 억 달러, 국토 안보부 (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예산이 470 억 달러였는데 이를 모두 합친 국방 관련 예산은 총 8220 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FY 2011 대비 280 억 달러 (3.3%) 감소한 것입니다.
국방 관련 예산은 시퀘스터의 영향으로 FY 2013 년에는 계획 이상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이며 FY 2014 년에는 더 감소해 각종 주요 사업들이 줄줄이 칼질을 당할 예정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는 U-2 나 A-10 같은 오랜 노장들을 퇴역 시키는 것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4/03/Fate-of-U2-A10-OH58.html 참조)
시퀘스터는 국방 분야는 물론이고 국방부분에 맞먹거나 더 거대한 연방 정부의 의료 부분 지출을 삭감해 FY 2013 의 재정 적자 규모를 줄였다고 합니다. 각 섹터에서의 기여도에 대한 구체적인 항목은 아직 확정 통계가 안나온 듯 하지만 재정 적자 규모가 대략 6800 억 달러 수준까지 (그런데 생각해 보면 700 조원 이상) 감소한 또 다른 이유는 세수가 증대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2012 - 2013 년 미국 경제가 그 전과 비교해서 회복세를 탔기 때문이죠.
마지막은 매우 바람직한 뉴스인 것이 경제가 호전되어 저절로 세수가 증대되고 국가의 부채 부담이 줄어드는 것 만큼 좋은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재정 적자가 줄어들더라도 꼭 써야 할 예산을 삭감해서 주는 것과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실업률이 줄고 소득이 늘어서 세금을 많이내니까 재정 적자가 줄어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 입니다. 물론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증액과 일부 세제 혜택을 줄인 것도 한가지 이유긴 하지만 말이죠.
좀 다른 이야기긴 합니다만 최근 미국은 부채 한도를 1 년간 유예 하는 방식으로 부채 한도인 17.3 조 달러의 한도 이상으로 돈을 빌리는 협상을 마무리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미봉책이라고 할 수 있고 (물론 당장에는 11 월 중간 선거 때까지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정치권의 의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FY 2014 과 이 이후에도 미국의 연방 정부 부채는 계속 증가할 수 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부채 한도는 어차피 증액하든지 아니면 다른 국가들 처럼 차라리 없애 버리는 것이 더 좋겠지만 정치적으로 괜찮은 무기이므로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미국 연방 정부의 부채 증가 속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뉴스는 일단 경제 참가자들에게는 모두 나쁘지 않은 소식입니다. 앞으로 다른 경제적인 시련이나 혹은 뜻하지 않은 전쟁이 발생하지만 않는다면 연방 정부 부채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까지는 커지지 않을테고 그렇다면 투자자들이나 소비자들 모두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셈이니까요. 하지만 미래는 항상 알 수 없는 것입니다. 10 여년 전만 해도 (당시엔 재정 흑자도 달성했음) 이렇게 연방 정부 재정 적자가 연 1 조 달러 미만으로 줄었다고 기뻐할지는 상상도 못했으니 말이죠.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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