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생명체인 수염고래 (baleen whale) 은 사실 아주 작은 크릴새우나 플랑크톤을 먹이로 삼고 있습니다. 먹이 사슬에 아래에 위치해서 그 양이 매우 많은 먹이를 섭취하는 것이 이렇게 큰 몸집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죠. 수염고래는 이빨 대신 긴 수염으로 이런 작은 먹이를 걸러서 살아가는데 이렇게 물에 있는 먹이를 여과 기구를 이용해 걸러 먹이를 잡는 동물을 여과 섭식자 (filter feeder/suspension - feeding) 라고 부릅니다.
생명의 역사에서 여과 섭식자들은 매우 흔한 존재입니다. 충분한 밀도의 먹이가 있는 생태계에서는 생존을 위한 괜찮은 전략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여과 섭식자의 존재가 캄브리아기에도 존재했다는 증거가 발견되었습니다. 초기 캄브리아기인 약 5 억 2000 만년전에 살았던 타미시오카리스 (Tamisiocaris) 그 주인공으로 이 고대 생명체는 캄브리아기 최상위 포식자 그룹인 아노말로카리스 (anomalocarids) 에 속하는 동물입니다.
(타미시오카리스의 섭식 부속지 One of the fossil feeding appendages of Tamisiocaris.
Credit: Dr Jakob Vinther, University of Bristol )
연구의 주저자인 브리스톨 대학의 야콥 빈서 박사 (Dr Jakob Vinther, University of Bristol) 과 그의 동료들은 그란란드 북부에서 가장 원시적인 절지 동물의 하나라고 생각되는 아노말로카리스의 신종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정확히는 2010 년에 처음 보고된 Tamisiocaris borealis 인데 당시에는 앞쪽 부속지가 발견되지 않았음) 우리에게 친숙한 아노말로카리스의 모습은 입 앞쪽에 있는 긴 부속지를 이용해 먹이를 입으로 가져간 후 이를 큰 이빨로 파괴시키는 무시무시한 포식자의 모습입니다.
(아노말로카리스과에 속하는 Laggania cambria 의 모델. 앞에서 본 것으로 거대한 부속지 뒤에는 크고 강력해 보이는 이빨이 늘어선 입이 존재 Laggania cambria, Anomalocarididae, Mouth; Model in life size (about 60 cm) based on fossils from Burgess Shale (middle Cambrian), Canada; Staatliches Museum fur Naturkunde Karlsruhe, Germany. Foto: H. Zell at wikipedia)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타미시오카리스의 부속지는 아노말로카리스에 대해서 새로운 사실을 알려줍니다. 빈서 박사는 이들이 마치 캄브리아기의 상어와 고래 같은 존재였다고 언급했는데 오늘날의 고래와 상어 처럼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적응 방산을 했던 셈입니다. 즉 최근의 다큐멘터리에서 보듯이 단단한 껍질을 가진 가련한 삼엽충들을 씹어 삼키는 아노말로카리스가 있었던 반면 바다를 유유히 헤엄치면서 작은 플랑크톤을 먹이로 삼는 타미시오카리스도 있었다는 것이죠. 이들은 지금식으로 이야기하면 고래 상어나 수염 고래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것은 5억 2000 만년전의 생태계도 오늘날의 생태계 처럼 꽤 복잡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생명의 진화 능력이 매우 빠르게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한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모두 같은 먹이를 노리는 것 보다는 남들이 안먹는 먹이를 선택하는 것 자체는 진화의 역사에서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것이 5억 2000 만년 전에도 시작되었다는 것은 놀랍습니다.
아마도 이 발견이 캄브리아 시기의 흉폭한 포식자인 아노말로카리스의 인식을 모두 변화시킬 것 같지는 않지만 새로운 복원도에서 타미시오카리스는 다른 동물들과 함께 평화롭게 헤엄치면서 먹이를 먹고 있습니다. 주로 고생대의 괴물로써 묘사되던 아노말로카리스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연구는 Nature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Jakob Vinther, Martin Stein, Nicholas R. Longrich, David A. T. Harper. A suspension-feeding anomalocarid from the Early Cambrian. Nature, 2014; 507 (7493): 496 DOI: 10.1038/nature13010
인터넷 언론을 살펴보면 80cm 괴물 새우라는 내용으로 엉뚱한 기사가 엄청 돌았었지요. 바른 내용이 여기에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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