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 있어 암의 역사는 아마도 인류의 탄생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고대인 암을 앓았다고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니겠죠. 최근 더햄 대학 (Durhan University) 와 대영 박물관 (British Museum) 의 연구자들은 약 3000 년전의 유골에서 전이암의 증거를 찾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 유골의 주인공은 대략 25 - 35 세 사이의 남성으로 지금의 수단 북부인 아마라 (Amara) 근방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5 번 흉추에 전이암에 의해 뼈가 녹은 병변이 관찰됨. Lytic lesion in the spinous process of the 5th thoracic vertebra. Credit: Image courtesy of Durham University)
악성 종양은 현대 사회에서 매우 흔한 사망 원인 중 하나입니다. 20 세기 이전에는 암보다는 각종 감염성 질환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다른 원인으로 인해서 사망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고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암이 주요 사망원인이 된 것이죠.
그렇다고 해도 20 세기 이전에 암의 유병률이 매우 낮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의심할 바 없이 20 세기 이전에도 많은 이들이 암 때문에 사망했을 것이지만 당시에는 진단을 내릴 방법도 없고 고고학적 흔적을 남기는 경우도 드물어서 잘 발견이 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연구팀에 의하면 이 유골이 지금까지 발견된 전이암의 흔적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 환자의 본래 암이 무엇이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5 번째 흉추 (5th thoracic vertebra) 에 특징적인 전이성 병변에 의해 뼈가 녹은 흔적 (lytic lesion) 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방사선 검사 및scanning electron microscope (SEM) 검사를 통해 팔다리의 뼈와 어깨에도 다발성 골전이가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연조직인 암조직은 잘 흔적으로 남지 않기 때문에 확인이 힘들지만 뼈에 전이된 경우에는 뼈의 변형을 일으키기 때문에 확인하기 용이합니다.
이 유골을 발굴한 연구팀은 이 시기부터 지금까지 나일강에서 유행하는 기생충인 주혈흡충증 (schistosomiasis) 이 암의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기생충 감염은 방광암의 주된 원인이기 때문이죠. 지금도 방광암은 이집트에서 매우 흔한 종양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만 현재 남은 유골 (주로 뼈) 만으로는 100%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유골의 주인공이 살았던 시기 북부 수단 (당시에 누비아라고 부른) 지역은 이집트의 통치 지역이었습니다. 같이 발견된 도자기의 문자를 해독하면 20 왕조 시기 (1187-1064BC) 에 미라화된 유골로 추정됩니다. 이 지역의 건조한 기후와 미라 같은 유체 보존 풍습이 더해져 이 지역에서는 막대한 유골이 발견되는데 흔치 않게 암에 걸린 유골까지 발견된 것으로 보이네요.
누구도 걸리기 원치 않지만 암은 인류의 오랜 동반자 (?) 였습니다. 이 유골은 그것을 입증해주는 사례로 생각됩니다. 이 유골의 주인공이 누구이든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Journal Reference:
- Michaela Binder, Charlotte Roberts, Neal Spencer, Daniel Antoine, Caroline Cartwright. On the Antiquity of Cancer: Evidence for Metastatic Carcinoma in a Young Man from Ancient Nubia (c. 1200BC). PLoS ONE, 2014; 9 (3): e90924 DOI: 10.1371/journal.pone.00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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