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년 초 우크라이나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Viktor Fedorovych Yanukovych )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혁명으로 실각한 이후 크림 반도의 정세는 요동치고 있습니다. 크림 지역에 러시아 군이 증강되고 크림 자치 공화국이 러시아와의 합병을 준비하는 한편으로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와 서방측은 이에 반발하면서 신냉전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판입니다. 이글을 쓰는 시점에서 앞으로 이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 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크림 반도의 역사에 대해서는 간략히 적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간단한 포스트를 준비했습니다. 편의상 경어는 생략합니다.
1. 고대의 크림 반도
크림 반도에 최초 살았던 민족이 어느 민족이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확실한 것은 이 지역이 위치상 교통의 요충지라서 여러 민족들이 접근하기 쉬웠다는 점이다. 일단 흑해에서 튀어나온 듯한 이 반도는 남쪽에서 보면 바다에서 접근이 용이했다.
동쪽과 서쪽의 경우 육지와 완전히 붙어 있지는 않은데 적어도 동쪽은 육지와 매우 가까워 사실상 그 안에 흑해 같은 또 다른 독립된 바다를 만들었으므로 이를 아조프 해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안쪽에는 돈강의 하구가 있었다. 크림 반도의 동쪽 역시 러시아의 주요 강, 특히 드네프르 강을 통해서 러시아 내륙과 연결되는 통로였다. 북쪽은 아주 좁아지는 육지로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되어 있다. 면적은 26100 ㎢ 로 남한 면적의 대략 1/4 정도 이다.
(2014 년 크림 반도의 지정학적 지도. 2 번 이라고 적힌 붉은 색이 크림 반도 Geopolitcs of South Russia, according with the CIA facts books. Spiridon Ion Cepleanu at wikipedia )
오늘날 크림 반도를 떠올리면 잘 상상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이 크림 반도에 도시라고 부를 수 있는 주거지를 처음 건설한 것은 바로 그리스인들이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게 그리스의 폴리스들 가운데는 아주 적극적으로 해양 무역에 뛰어든 도시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이 반도는 남쪽에서 바다로 접근하기 용이하다. 이들은 지중해 각지역에 자신들의 거점과 도시를 만드는 것은 물론 흑해 주변에서 나는 여러 산물을 교역할 수 있는 거점을 크림 반도에 건설했다.
그리스 인들은 크림 반도를 타우리나 타우리카 (Taurica 혹은 Tauric Chersonese, Tauris 로도 부름. Chersonese 는 반도라는 뜻. 그리스어 표기인 Ταυρικὴ Χερσόνησος 는 타우리 반도라는 뜻 ) 라고 불렀는데 로마 역시 비슷한 표기를 사용했다. 그리스 인들이 크림 반도에 도시를 건설한 것은 최소한 기원전 5-7 세기 이전으로 지금도 크림 반도의 가장 중요한 항구인 세바스토폴이 있는 자리에 도시를 건설한 것도 사실 그리스인이 최초였다.
그리스인들은 항구로써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이곳에 케르소네수스 (Chersonesus Χερσόνησος) 라는 도시를 건설했느데 아마도 고대 그리스인이 흑해 연안에 건설한 고대 도시 가운데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외에도 기원전 5 세기 이후로 크림 반도와 그 인접한 지역에는 하나 둘씩 그리스 식민지들이 건설되기 시작한다.
(흑해 연안의 그리스 식민지들 Map showing Ancient Greek colonies on the northern coast of the Black Sea. http://en.wikipedia.org/wiki/File:Ancient_Greek_Colonies_of_N_Black_Sea.png )
이들은 점점 반독립적인 성향이 강해지더니 마침내 자신들끼리 경쟁을 벌여 독립적인 왕국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아조프해의 입구에 해당되는 케르치 (Kerch) 해엽은 과거에 보스포러스라고 불리웠는데 여기에 건설된 왕국들은 시메리안 보스포러스 (Kingdom of the Cimmerian Bosporus) 왕국이나 혹은 보스포러스/보스포란 왕국 (Bosporan Kingdom) 라고 불리웠다.
다소 기록이 확실치 않은 기원전 5 세기 경의 아르카에낙티데 왕조 (Archaeanactidae dynasty) 가 참주 스파르토쿠스 (Spartocus) 에 의해 기원전 438 년 쯤 붕괴된 후 이 지역에는 스파르토쿠스 왕조 (Spartocid dynasty) 가 약 기원전 110 년까지 존재했다. 이들은 물고기, 곡물, 노예 등의 산물을 그리스의 도시들과 교역하면서 번성했던 것 같다. 그리고 고고학적 증거에 의하면 이들은 스키타이인들과도 밀접한 교역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왕국은 폰투스 왕국의 야심가 미트리다테스 6 세 (Mithridates VI) 에 합병되어 한동안 폰투스 왕국의 일부가 되었다가 결국 로마 제국에 의해 정복당했다. 폰투스 왕국의 과거 부분은 대부분 로마 제국의 일부가 되었으나 로마 제국에서 다소 멀리 떨어져 군단을 보내기 애매했던 구 보스포러스 왕국 지대는 기원전 63 년부터 서기 341 년까지 로마의 위성 왕국이 된다. 이 왕국의 마지막 왕 티베리우스 줄리우스 레스쿠포리스 6세 (Tiberius Julius Rhescuporis VI) 은 고트족의 왕 에르마나릭 (Ermanaric) 에 의해 살해당하고 왕국도 정복되었다.
2. 중세의 크림 반도
로마 제국이 붕괴 된 중세 시대의 크림 반도는 한마디로 힘있는 부족들은 한번씩 다 쓸고 지나가던 지역이 된다. 그 최초는 고트 족이었으며 이후에는 훈족 (376 년) 이 이 지역을 점유했다가 이후 4 세기에서 8 세기 사이에는 불가르 족이 이 지역을 차지했었다. 8 세기에는 다시 카자르 족 (Khazars) 10 세기에는 키에프 러시아 (루시), 그리고 9-13 세기에는 비잔틴 제국과 쿠만족 (킵차크 족 Kipchaks/ Kuman) 차례로 크림 반도의 일부나 혹은 전체를 장악하기에 이른다.
그 중에서 비잔틴 제국은 이곳에 군관구제라고 번역되는 테마 (Thema/Theme) 를 건설했다. 이 지역에 건설된 테마는 케르손 (Cherson) 이라고 불렸는데 크림 반도의 전체를 다 장악한 건 아니라도 교역의 거점인 케르소네수스 등의 주요 도시는 장악하고 있었다. 케르손 테마는 대략 830 년대에 건설되어 흑해의 주요 무역 창구 역할을 했다. 비록 980 년대에 크게 케르손이 크게 파괴되긴 하지만 사실 이 테마는 놀랍게도 1204 년 4 차 십자군에 의해 비잔틴 제국이 와해되었을 때까지 존재하다 그 파편인 트레비존드 제국에 일부가 되었다.
(비잔티움 제국의 테마. 다만 제국의 영토는 수시로 약탈을 당했다가 수복하는 식으로 변경이 심했기 때문에 이 지도는 정확하지 않은 부분도 있음. The Byzantine Empire and its provinces (themes) at the death of Basil II in 1025 AD http://en.wikipedia.org/wiki/File:Byzantine_Empire_Themes_1025-en.svg )
사실 고대의 크림반도는 그리스와 로마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지역이었다. 그리고 9 세기 이후에는 비잔티움 제국이 여기에 테마를 건설했다. 그러나 10 세기 중반에는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기원이 되는 키에프 루시 (Kiev Rus : 영어식으로는 키에프 러시아라고 부름) 의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키에프의 스비아토슬라프 1 세 (Sviatoslav I Igorevich) 는 크림 반도의 동쪽을 점령하기에 이르고 그 이후 러시아의 시조로 여겨지는 블리디미르 대공 (Vladimir Sviatoslavich the Great) 은 비잔티움 제국이 차지했던 케르소네수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지금의 세바스토풀) 을 점령한 후 이곳에서 988 년 기독교로 개종하게 된다. 이는 러시아 역사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사건으로 지금 이곳에는 성 블라디미르 대성당이 건설되어 있다.
(성 블라디미르 대성당 (사진에서 오른쪽) 과 그 주변에 발굴 중에 잇는 케르소네수스 유적 Dmitry A. Mottl at wikipedia )
13 세기 이후 비잔티움 제국이 해체 상태에 이르자 과거 비잔티움 제국의 거점지역에는 베네치아와 제네바의 상인들이 대신 들어오게 된다. 이들은 지중해에 자신들의 거대 무역 네트워크를 건설했는데 심지어 크림 반도에도 그 거점이 건설되게 된다. 물론 비잔티움 제국이 몰락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크림 반도의 양옆에 있는 드네프르 강과 돈강은 편리한 수로를 제공했으므로 무역선이 오고 가기에 편리했는데 이탈리아 상인들은 일단 그 입구인 크림 반도까지만 진출했다.
중세시대에 이 지역은 지금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여러 특산물이 거래되던 지역이었는데 특히 그 중에서도 노예의 주요 공급지이기도 했다. 여기서 팔려나간 노예들은 저 멀리 이집트에 용병으로 팔리기도 했는데 이들은 이집트에서 맘루크라는 노예 용병으로 성장해 아예 이집트 자체를 지배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57703152 참조)
고대와 중세의 크림 반도는 현재의 크림 반도와는 별로 연관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근세 크림 반도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되어 있는 부족이 15 세기 크림 반도에 진출하게 된다. 그들은 크림 타타르 족으로 크림 한국 (Crimean Khanate) 라고 흔히 불리고 있다. 현재 크림 반도에 있는 인종 가운데 러시아, 우크라이나계 다음으로 많은 인종이기도 하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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