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의 라그랑주 점에는 목성과 같은 공전 궤도에서 안정적으로 공전하는 소행성들인 트로이 소행성군 (Trojan asteroid) 이 존재합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소행성은 헥토르 (624) Hektor 로 목성의 L4 지점에서 목성과 거의 비슷한 공전 궤도를 안정적으로 공전하고 있습니다. 비록 트로이 소행성들이 대부분 어두운 소행성들로 지구에서는 작은 점으로 밖에 보이지 않지만 천문학자들은 헥토르가 이전부터 좀 이상하게 생긴 소행성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헥토르의 크기는 대략 370 X 200 km 정도인데 2006 년 천문학자들은 레이저 유도 항성 적응 광학 (Laser guide star Adaptive Optics (AO)) 기술을 이용해 10 m 구경 켁 망원경으로 마치 땅콩 모양으로 생긴 외형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트로이 신화의 주인공 중에 한명인데 땅콩 모양이라니 좀 이상하지만 더 재미있는 것은 헥토르 주변을 약 12 - 15 km 크기의 작은 위성이 공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위성은 대략 600 km 이내에서 3 일 정도 주기로 헥토르 주변을 공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헥토르와 그 위성의 개념도 Artistic representation of the Trojan system showing the large 250 km dual shape Hektor and its 12 km moon. Credit: H. Marchis & F. Marchis )
SETI 의 과학자들은 지난 8 년간의 관측 결과를 토대로 이 독특한 시스템의 기원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헥토르는 그 크기에도 불구하고 매우 어두워서 관측이 쉽지 않지만 위성의 공전 궤도가 헥토르의 생성 기원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합니다.
SETI 의 칼세이건 센터의 과학자 마티자 척 (Matija Cuk) 은 위성의 궤도가 헥토르의 자전과 비교해서 매우 타원형이고 뒤틀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헥토르의 자전 주기는 가장 빠른 편으로 7 시간 이내에 한번 자전을 하는 속도입니다. 그런데 가까운 위치에서 공전하는 위성의 공전 주기는 헥토르의 자전과 별개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를 설명할 가장 좋은 가설 가운데 하나는 비슷한 공전 궤도를 도는 두개의 소행성이 충돌해 하나의 소행성을 생성했으며 위성은 그 과정에서 떨어져 나간 천체라는 가설입니다. 이 이벤트가 최근에 있었다면 위성의 궤도가 이상한 것이 설명됩니다. 트로이 소행성들은 목성과 공전 궤도를 공유하기 때문에 태양을 기준으로 비슷한 공전 궤도를 돌고 있습니다. 이를 달리 이야기 하면 마치 비슷한 속도로 같은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와는 달리 두 소행성은 중력으로 서로를 끌어 당길 수 있습니다. (물론 두 자동차 사이에도 중력이 작용하긴 하겠지만 질량이 낮기 때문에 자동차의 속도나 지구 중력과 비교했을 때 이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죠) 그러면 둘이 충돌해서 산산조각 나는 대신 마치 아령이나 땅콩 모양의 새로운 소행성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소행성을 contact binary 라고 부르는데 216 클레오파트라 같은 소행성이 대표적입니다.
확실히 이와 같은 가설은 현재 헥토르의 모습을 쉽게 설명해주긴 하지만 더 정확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세밀한 관측과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여기에 대해서 정말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아예 정밀 탐사를 위한 우주선을 보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당장에는 어려울 것 같아 보이네요. 아마도 실제 탐사선을 보내서 헥토르를 관측하면 더 신기한 것 (예를 들어 여러개의 위성 시스테이나 심지어 고리) 들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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