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의 8 개 행성 가운데 생각보다 탐사가 잘 안된 행성이 바로 수성입니다. 지구에서 아주 먼 거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작고 평범해 보이는 행성에 대해서는 나사는 사실 1975 년 마리너 10 호 (Mariner 10) 를 보낸 이후 2004 년에야 수성에 대한 상세한 관측을 위해 메신저 (Messenger) 탐사선을 보냈을 뿐입니다.
메신저는 2008 년 1월 첫번째 플라이 바이 (flyby) 를 시행한 이후 총 3 회의 플라이 바이를 거쳐 2011 년 3월 18일 수성의 궤도를 도는 인공 위성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 임무 가운데 하나였던 수성 표면의 100% 맵핑을 2013 년 3월 6일 마쳤습니다. 이 시점까지 메신저가 찍은 수성 표면의 사진은 모두 100,000 장에 달할 만큼 방대했다고 합니다. 그전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사진의 대부분은 오래된 마리너 10 호에서 나온 것들이었고 그나마 수성 표면 전체에 40 - 45% 에 불과했었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지구에서 가까운 수성에 대해서 상세한 탐사가 이뤄진 것은 사실 최근의 일이었습니다.
메신저 미션의 데이터를 분석한 과학자들은 과거 수성에 대해서 알려진 과학적 이론 가운데 일부를 수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행성 지질학자인 폴 번 (Byrne, a planetary geologist and MESSENGER visiting investigator at Carnegie's Department of Terrestrial Magnetism) 과 그의 동료들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성이 생성된 이후 수축된 정도가 이전 연구 결과에서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수성은 생성된 이후 작은 크기로 말미암아 내부가 빨리 식으면서 수축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전 마리너 10 호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정한 크기는 약 0.8 에서 3 km 정도였습니다. 다만 이 추정은 앞서 이야기 했듯이 수성 지표의 40 - 45 % 에 불과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기에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행성의 열역학 모델을 생각했을 때 실제로는 후기운석대충돌기(LHB: Late Heavy Bombardment. 약 38 억년전) 이후 약 5 - 10 km 정도 지름이 줄어들어야 했기 때문에 이는 서로 상충되는 결과로 생각되었습니다.
번과 그의 동료들은 메신저의 더 정확한 데이터를 감안해 실제 수성의 수축 정도가 약 7 km 정도에 (오차는 1 - 1.6 km) 달하는 것으로 새롭게 추정했습니다. 이는 이전의 모델과도 잘 맞을 뿐 아니라 수성 전체의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더 신뢰성 있는 결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폴 번은 이 새 결과가 이론과 실측치가 달랐던 과거의 패러독스를 해결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참고로 현재 수성의 지름은 2439.7±1.0 km 으로 지구의 0.3829 배 입니다.
(메신저가 관측한 수성. 은하수를 배경으로 보이는 수성의 모습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Mercury's surface is replete with cliff-like fault scarps. Here, one such scarp, Fram Rupes (image centre), lies near the terminator (the divide between day and night). The Fram Rupes scarp is almost 1.5 km high. Credit: NASA/Johns Hopkins University Applied Physics Laboratory/Carnegie Institution of Washington )
(수성 표면에 보이는 여러 지형들, 특히 주름 같은 능선들의 구조가 보이는데 이 주름의 길이는 540 km 에 달함. This image shows a long collection of ridges and scarps on the planet Mercury called a fold-and-thrust belt. The belt stretches over 336 miles (540 kilometers). The colors correspond to elevation -- yellow-green is high and blue is low. Credit: NASA/Johns Hopkins University Applied Physics Laboratory/Carnegie Institution of Washington)
연구팀은 메신저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표면에서 다양한 지형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수성의 과거를 숨기고 있는 주름 같은 능선들 (wrinkle ridges) 의 상세한 모습이 처음으로 전체가 다 맵핑되었는데 그 길이는 5 마일에서 550 마일에 달하며 높이는 최대 2 마일에 달한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이를 포함해 총 5934 개의 ridges 와 scarps 를 포함한 지형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수성에는 과거는 물론 앞으로도 생명체가 살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행성입니다. 또 인류가 미래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으로 생각되는 행성도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화성에 비해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성은 크기가 작은 행성이 어떤 진화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해서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향후 메신저 탐사선의 데이터 분석이 더 진행되면 우리가 이제까지 몰랐던 중요한 과학적 사실들이 발견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연구는 Nature Geoscience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Paul K. Byrne, Christian Klimczak, A. M. Celal Şengor, Sean C. Solomon, Thomas R. Watters, Steven A. Hauck, II. Mercury’s global contraction much greater than earlier estimates. Nature Geoscience, 2014; DOI: 10.1038/ngeo2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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