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미니 투구게 ? - 긴꼬리투구새우 (Triops longicaudatus)




 

 긴꼬리투구새우 (Triops longicaudatus) 의 사진  Photograph taken by Dominik Tomaszewski fromhttp://mytriops.com/  ) 



 그 생김새가 마치 투구게를 축소해 놓은 것 처럼 생겨서 미니어처 투구게라고 불리는 긴꼬리투구새우 (학명 Triops longicaudatus, 영어로는 longtail tadpole shrimp, American tadpole shrimp, rice tadpole shrimp ) 는 사실 투구게와는 직접적인 유연관계는 없습니다. 긴꼬리투구새우는 배갑목 (Notostraca)  투구새우과 (Triopsidae) 에 속하는 길이 5 cm 내외의 작은 민물 갑각류이고 투구게 (Tachypleus tridentatus ) 는 검미목 (Xiphosurida) 투구게과 (Limulidae ) 에 속하는 몸길이 60 cm 정도의 바다 갑각류입니다. 



(긴꼬리 투구새우는 매우 작은 민물 갑각류로 대개 5 cm, 커도 7.5 cm 를 넘지 않음  Credit : Micha L. Rieser; Edit by Waugsberg (color adjustment, a little sharpening)  ) 



(몸구조는 머리, 가슴, 배로 되어 있음   This work has been released into the public domain by its author, Crustaceanguy at the English Wikipedia project. This applies worldwide.  ) 



(참고로 보는 투구게의 모습. 잘못 알면 긴꼬리 투구새우가 자라면 투구게가 되는 걸로 오해할 만큼 비슷하게 생겼음   http://en.wikipedia.org/wiki/File:Limulus_polyphemus.jpg  ) 


 생김새 외에도 긴꼬리 투구새우는 우연의 일치치곤 기묘한 공통점이 존재하는데 바로 둘 다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점입니다. 투구게는 거미나 전갈 같은 생물들과 더 유연 관계가 있는데 무려 4 억 5000 만년전 후기 오르도비스기 (Ordovician, 고생대의 두번째 기) 에 이미 그 화석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긴꼬리 투구 새우의 경우 이보다는 덜 오래된 과로 그 조상에 해당되는 생물이 석탄기쯤 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한개의 종 Triops longicaudatus  만 두고 말하면 7000 만년전 발견된 종과 현재의 종이 거의 모양에서 차이가 없는 동일한 종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긴꼬리 투구새우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생물종의 하나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투구게와 더불어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점도 동일합니다. 


 이렇게 긴꼬리 투구새우가 오랜 세월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이든 먹는 잡식성과 아주 다양한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독특한 생식 전략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긴꼬리 투구새우는 유성 생식과 무성 생식 모두다 가능합니다. 수명은 30 -90 일 정도로 매우 짧은 편이지만 대신 대부분 무성 생식을 통해서 빠른 속도로 증식이 가능합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개체군들이 암컷 혹은 수컷으로 성별이 꽤 편향된 것도 특징입니다. 


 성체는 환경 변화에 약해도 알의 경우 두꺼운 껍질을 가지고 있어 수년 동안 냉동이나 건조등 주변 환경 변화에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지내다가 적당한 환경이 조성되면 다시 부화할 수 있습니다. 일단 한 개체만 부화하면 그 다음에는 스스로 번식이 가능해서 곧 군체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수많은 대멸종을 견디고 살아남은 것으로 보입니다. 서식 범위 역시 광범위해서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아시아 대륙, 아메리카 대륙 등에 널리 분포합니다.   


 먹이는 그야말로 뭐든지 다 먹는데 조류, 유기물, 원생동물, 모기 유충, 기타 곤충, 그리고 자신의 동족도 잡아먹을 수 있습니다. 특히 물이 고인 웅덩이나 논에서 잘 서식하며 다리를 이용해 흙을 휘젓고 다니면서 잡초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해충의 유충을 잡아먹는 특징 때문에 친환경 농법에서 사용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즉 인간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갑각류이지만 사실 인간은 이 갑각류에 유용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사용하는 농약에 쉽게 죽기 때문이죠. 


 한국에서는 2005 년에 농약 사용으로 개체수가 줄어들어 멸종위기 2 급 판정을 받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친환경 농법에 사용되면서 서식지가 보호되고 있습니다. 경남 산청군 산청읍에 있는 유기 재배 시범단지에는 이미 9 년째 계속 긴꼬리 투구새우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생존력이 강한 만큼 쉽게 멸종되지 않을 갑각류라고 하겠습니다. 또 번식이나 키우기가 쉬워서 애완용으로 사육하시는 분들도 꽤 됩니다. 




 아마 트리옵스라고 검색창에 입력하거나 긴꼬리 투구새우로 입력하면 키트에 넣어서 파는 경우도 흔히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알의 상태로 장기간 보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마치 완구류처럼 판매도 가능하죠. 식용으로 사용되진 않지만 수온만 잘 맞춰주면 작은 투구게 같은 녀석들이 헤엄치거나 모래를 휘젓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도 살짝 관심이 가지만 사육은 잘못해서 곧 폐사할까 걱정되긴 하네요.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