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짝짓기에 사용된 공룡 깃털의 증거




(짝짓기 용도의 깃털을 사용하는 깃털 공룡의 상상도. Credit: Sydney Mohr  ) 

 깃털 공룡 (Feathered Dinosaur) 이 다수 발견되면서 새로 생긴 궁금증은 과연 공룡이 이 깃털을 무엇 때문에 진화시켜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공룡들이 하늘을 날 수 없었기에 이 깃털의 목적에 대해서 보온재라는 설이 가장 그럴 듯 하게 (그리고 이들이 온혈 동물이라는) 등장했지만 사실 여기에도 이론은 존재합니다. 실제로는 현대의 조류가 깃털을 한가지 목적으로만 이용하지 않듯이 공룡 역시 깃털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중에서 한가지 생각할 수 있는 용도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깃털을 이용해서 짝짓기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입니다. 일부 수각류 공룡 (특히 벨라키렙토르 등) 들은 매우 시각이 뛰어났을 것으로 보이며 색을 잘 구별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실 이걸 화석으로 확인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가능성은 있을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다양한 색깔을 가진 깃털도 같이 진화시켜 적을 위협하거나 혹은 위장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혹은 짝짓기 용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전에 소개한 깃털이 있는 오르니토미무스  경우 어린 개체에서는 깃털이 빈약한 반면 오히려 성체에서 양팔에 잘 발달된 깃털이 있었다는 점이 주목된 바 있습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70256818 참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 깃털이 보온보다 다른 목적 (예를 들어 짝짓기) 에 사용되었을 가능성 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보온 목적이라면 체격이 작은 어린 개체에서 깃털이 잘 발달되고 성체에서는 그 필요성이 줄어들 텐데 반대로 성체에서 깃털이 잘 발달 (특히 보온과는 별 관계 없는 양팔에)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성체에서만 필요한 짝짓기 같은 용도의 깃털이 아니었겠냐는 추정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새롭게 발견된 증거로 복원한 오르니토미무스. 어린 개체에는 없는 양팔 깃털이 성체에 존재하는 점에 주목  (Credit: Julius Csotonyi) )


 이렇듯 아마도 짝짓기등의 용도로 깃털이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간접적인 추정을 가능하게 하는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최근 앨버타 대학 (University of Alberta ) 스콧 퍼슨 (W. Scott Persons ) 을 비롯한 고생물학자들은 초기 오비랍토르 (Oviraptor) 중 하나인 Similicaudiptery  를 분석했습니다. 이 속에 속하는 공룡은 중국에서 발견된 수각류로 꼬리에 잘 발달된 깃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공룡의 골격 구조등을 볼 때 사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고생물학자들은 이 공룡의 꼬리에 잘 발달된 깃털과 그 배치에 주목했습니다. 이 꼬리 깃털은 나는 용도나 보온 용도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런 것을 진화시킨 이유는 뭔가 그만한 댓가를 지불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이 공룡이 마치 현재의 공작처럼 꼬리를 부채 모양으로 펼칠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은 꼬리 뼈의 골격과 근육 배치를 면밀히 검토한 후 이들이 깃털을 펼치거나 했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많은 근육들이 (근육들은 뼈에 붙어야 하기 때문에 뼈를 연구하면 근육의 분포와 기능을 알 수 있음) 꼬리 아래쪽으로 뻗어 있다는 것은 결국 꼬리에 붙은 깃털들을 펼치거나 모양을 변화시키는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일부 깃털 공룡들이 깃털을 짝짓기 용도로 사용했음을 알려주는 증거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사실 현대의 조류들 상당수도 깃털을 짝짓기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공룡이 깃털을 진화 시킨 이후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그것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용도로 사용했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화석을 통해 그 직접적인 증거를 대기 어려웠을 뿐이죠. 정말 타임머신이라도 나오지 않는 이상 그 당시 공룡들이 정확히 깃털을 무슨 용도로 사용했는지는 100% 확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이 호기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 생각에도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 깃털 공룡들이 짝짓기의 용도로 화려한 깃털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다채롭고 아름다운 깃털을 자랑하는 공룡들이 존재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죠. 과거에 그냥 비늘을 가진 도마뱀 같은 생명체로 생각되던 공룡의 재발견 이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이 연구는  Acta Palaeontologica Polonica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W. Scott Persons, IV, Philip J. Currie, and Mark A. Norell.Oviraptorosaur tail forms and functions. Acta Palaeontologica Polonica, 2013; DOI:10.4202/app.2012.0093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