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6 년은 헬리 혜성 (Halley's Comet) 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1986 년은 마침 헬리 혜성이 태양을 등지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바람에 지구에서 관측하기 만만치 않았습니다. 사실 2000 년간 가장 좋지 않은 위치에서 관측할 수 밖에 없었죠. 당시 헬리 혜성은 가장 밝을 때도 4 등급 수준으로 대부분의 도시에서 보기 힘들었고 대기가 맑은 날의 광공해가 없는 교외지역에나 혹은 망원경으로 관측이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76 년 주기 혜성을 보기 위해서 망원경을 들고 야외로 나갔고 실제 본 사람도 꽤 되었죠. 그리고 당시에 아주 많은 과학적 관측도 가능했습니다. 헬리 혜성은 15 X 8 km 정도의 더러워진 눈덩이 같은 혜성으로 방출되는 가스의 80% 는 수증기, 17% 는 일산화 탄소, 3% 는 이산화탄소였으며 기타 미량 원소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순수하게 이런 원소로만 구성된 건 아니고 더러워진 눈송이라는 표현처럼 표면이 덮힌 지역들이 있었습니다.
(1986 년 헬리 혜성 접근 시의 사진 Kuiper Airborne Observatory, C141 aircraft April 8/9, 1986, New Zealand Expedition )
(ESA 의 Giotto 위성이 찍은 헬리 혜성의 핵. 더러워진 눈송이의 모습이 보인다 Credit : ESA )
헬리 혜성이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쉬운 일이었지만 1996 년에서 1997 년 사이 지구에서 아주 잘 관측된 헤일 밥 혜성 (Comet Hale Bopp) 이나 2007 년 남반구에서 잘 보였던 맥나우트 혜성 (Comet McNaught), 2011 년의 러브조이 혜성 (Comet Lovejoy) 처럼 간간히 잘 보이는 혜성들이 등장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2013 년 다시 두개의 혜성이 지구에서 관측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2011 년 등장했던 러브조이 혜성. ISS 에서 찍은 사진으로 주로 남반구에서 잘 보였음. 가장 밝을 때는 금성 수준으로 (-4 등급) 대도시에서도 관측이 가능 NASA/Dan Burbank )
(2007 년 등장했던 맥나우트 역시 남반구 특히 호주에서 육안으로 도시에서 관측이 가능했음. 가장 밝을 때는 -5.5 등급으로 최근 40 년 동안 등장한 것 가운데 가장 밝았던 혜성. 사진은 시드니에서 찍은 것. Laurent Deruaz / Deruaz at en.wikipedia )
(헤일 밥 혜성. 두개의 꼬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음 Philipp Salzgeber released the pictures under CC-BY-SA-2.0-AT )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잘 보이는 혜성이 등장한 적이 없었는데 판스타스 혜성 (PANSTARRS : 관측 망원경 시스템 이름임. 현재 까지 명칭은 C/2011 L4 ) 의 경우 2013 년 3-4 월에 동아시아에서 관측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혜성으로 0 등급에서 -4 등급 정도로 밝게 빛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혜성의 예상 밝기는 사실 태양에 근접하기 전까지는 100% 예측이 불가능함. 앞서 이야기 했듯이 순수하게 얼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양이 증발하게 될지 사전에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 혜성은 2013 년 3월 5일 지구에 가장 근접하지만 그 위치는 1.09 AU 정도로 충돌 우려는 없습니다. 태양에 가장 근접하는 것은 2013 년 3 월 10 일로 가장 밝을 것으로 예상되는 밝기가 - 4 등급 (거의 금성 수준) 이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실제 밝기는 기다려 봐야 알 수 있습니다.
헤일 밥 혜성은 워낙 혜성 자체가 크고 아주 오랜 기간 (18개월) 동안 지구에서 관측이 가능해서 당시 국내에서도 그 사진을 찍었던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맨눈으로도 잘 보일 정도의 밝은 혜성은 경험하기 힘들었죠. 판스타스 혜성은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육안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예측으로는 2013 년 3-4 월에 밤하늘이 청명하면 오랫만에 한국에서 맨눈으로 혜성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 궤도상 판스타스 혜성은 우리나라에서 볼 때 지평선에서 많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관측 조건은 아쉽게도 아주 좋지는 않을 것 같다고 합니다. 아마도 도심에서는 밝은 조명과 건물들에 가려 잘 안보일 가능성도 있어서 사람들에게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실망할 필요가 없는게 다음 혜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2013 년 연말에는 아이손 혜성이라고 불리는 C/2012 S1 (ISON) 이라는 더 거대한 혜성이 접근할 예정입니다. 특히 이 혜성은 2013 년 11월 28 일 태양에 0.012 AU (약 180 만 km) 까지 접근해서 많은 물질을 증발시킬 예정이라 큰 꼬리를 가진 대혜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예상되는 최대 밝기는 보름달 수준인 - 13 등급이지만 태양에 너무 가까이 접근했을 때는 오히려 태양의 강한 빛에 가려 관측이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아이손 혜성이 만약에 큰 꼬리를 만들게 되면 한국에서도 용이하게 관측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 녀석은 아마도 긴 꼬리를 높은 고도까지 뻗을 가능성이 높아서 판스타스 혜성보다 훨씬 잘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쩌면 도시에서도 그냥 육안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아이손 혜성은 21 세기 초반의 가장 큰 대혜성이 될 후보로 손꼽히고 있는데다 태양에 아주 근접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추정된 혜성의 크기로 봐서 완전히 파괴되거나 핵이 조각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좀더 정밀한 관측이 필요하긴 하지만 말이죠.
혜성 사진을 찍으려는 분들이나 혜성을 눈으로 관찰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2013 년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한국에서도 잘 보이도록 큰 꼬리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이 혜성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자세한 정보가 들어오는데로 추가적으로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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