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절대 영도 vs 음의 온도 ?




 최근 Science 에는 매우 흥미로운 제목의 논문이 올라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음의 절대 온도 (Negative Absolute Temperature for Motional Degrees of Freedom) 라는 제목으로 연구자들이 음의 온도를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것은 절대 온도 0 도 이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음의 온도라는 의미입니다.  


 일반적으로 절대 온도 (Absolute Temperature) 0 도는 섭씨 - 273.15 도 혹은 화씨 -459.67 도로 환산되며 열역학 법칙에 의해서 이보다 더 낮은 온도는 가능할 수 없습니다. 물론 절대온도 0 도 역시 달성할 수 없는 영역으로 간주됩니다. 아무리 에너지를 빼앗아서 낮은 온도를 만들어도 그 원자들에게는 아주 약간의 에너지는 존재할 수 있으며 열역학의 관점에서 이는 절대 온도 0 도 보다 더 높은 에너지를 가진 상태, 즉 더 뜨거운 상태입니다. 대부분 이 내용을 과학 교과 시간에 들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음의 절대 온도가 가능할 수 있을까요. 



(절대 온도 0 도는 섭씨 단위로는 -273.15 도 입니다. 따라서 섭씨 0 도는 절대 온도 273.15 도 (273.15 K) 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뮌헨의 루드비히 막시밀리언 대학 ( Ludwig-Maximilians University Munich ) 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양자 광학팀 ( Max Planck Institute of Quantum Optics  ) 의 연구자들은 협력해서 일종의 음의 켈빈 온도 (negative Kelvin Values) 를 가진 원자 가스를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아는 절대 영도 의 개념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왜 절대 영도 보다 낮은 온도는 불가능한지에 대한 위의 설명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음의 온도라는 것은 사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온도와는 다른 의미입니다. 


 연구팀은 절대 영도 근처의 극도로 낮은 에너지 상태에서 입자들의 독특한 상태를 만들었습니다. 일단 연구자들은 100000 개의 원자를 수 나노 켈빈 (nanokelvin : 1 나노 켈빈은 절대 영도에서 10 억분의 1 켈빈 높은 온도) 으로 냉갹했습니다. 나노 켈빈이라는 온도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극저온으로 1 K 즉 영하 - 272.15 도 라고 해도 이보다 10 억배나 따뜻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절대 온도보다는 더 높죠.


 그 후 연구자들은 이 원자들을 진공 챔버에 두고 레이저 및 자기장을 이용해서 그 움직임을 파악했습니다. 즉 극저온에서만 일어나는 특이한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움직임이 발견되었습니다. 즉 입자들이 볼츠만 분포 (Boltzmann distribution) 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던 것입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입자들은 볼츠만 분포에 따라 낮은 (혹은 안정한) 에너지 상태를 선호하며 일부만이 높은 에너지 상태에 분포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입자들은 반대의 분포를 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즉 대부분이 높은 에너지 상태에 있으려고 하고 일부만이 낮은 에너지 상태를 선호하는 (...high-energy states are more occupied than low-energy states... (논문 중) ) 특이한 현상이 발견된 것이죠.  


 비록 이 입자들이 실제로는 절대 온도 보다 높은 에너지 상태에 있지만 그럼에도 일반적인 입자의 움직임과 분포라는 관점에서는 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음의 온도라고 부를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온도가 올라갈 수록 압력은 증가하게 되는데 이 경우에는 오히려 음의 압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Negative temperatures imply negative pressures...  (논문 중) ) 이는 음의 온도라고 불러도 될 만큼 아주 특이한 현상입니다.  




(일반적인 볼츠만 분포 (왼쪽) 상태의 입자와 그 반대인 음의 온도 상태에서 입자의 분포 (오른쪽) Temperature as a game of marbles: The Boltzmann distribution states how many particles have which energy, and can be illustrated with the aid of spheres distributed in a hilly landscape. At positive temperatures (left image), most spheres lie in the valley at minimum potential energy and barely move; they therefore also possess minimum kinetic energy. States with low total energy are therefore more likely than those with high total energy – the usual Boltzmann distribution. At infinite temperature (centre image) the spheres are spread evenly over low and high energies in an identical landscape. Here, all energy states are equally probable. At negative temperatures (right image), however, most spheres move on top of the hill, at the upper limit of the potential energy. Their kinetic energy is also maximum. Energy states with high total energy thus occur more frequently than those with low total energy – the Boltzmann distribution is inverted. (Credit: LMU and MPG Munich) ) 



 극저온의 세계에서는 초전도 현상처럼 일반적인 상태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특이한 현상들이 발견되곤 합니다. 이 음의 온도라는 현상 역시 마찬가지겠죠. 하지만 이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절대 온도의 법칙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앞서 말한 대로입니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물리학자 울리히 슈나이더 (Ulrich Schneider) 는 인터뷰에서 '아직 이 가스들은 0 켈빈 보다 더 차갑지 않고 반대로 그보다 따뜻하다. (Yet the gas is not colder than zero kelvin, but hotter .... )  라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절대 영도의 벽이 깨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오해 하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비록 앞으로 이 결과를 지지할 수 있는 추가 연구가 있어야 하겠지만 실제로 절대 영도에 가까운 극저온에서 음의 온도와 음의 압력이 발생한다면 우주론 적으로 흥미로운 가설이 발생합니다. 즉 우주가 가속 팽창을 하고 있는데 미래에 우주의 팽창이 극단적으로 커지는 빅 립 (Big rip) 단계에서 음의 압력이 이를 저지할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우주론적 이야기는 매우 복잡하고 어렵지만 아무튼 앞으로 흥미로운 내용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내용은 Science Jan. 4 issue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S. Braun, J. P. Ronzheimer, M. Schreiber, S. S. Hodgman, T. Rom, I. Bloch, U. Schneider. Negative Absolute Temperature for Motional Degrees of Freedom.Science, 2013; 339 (6115): 52 DOI:10.1126/science.1227831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