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139 - 은하 중심 블랙홀의 실제 모습은 ?



 최근에 국내외 언론들을 통해 블랙홀의 실제 모습이라고 주장하는 이미지가 잠시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 이미지는 은하 중심 블랙홀 - 흔히 궁수자리 A* (Sagittarius A* ) 의 실제 모습을 알기 위한 노력들의 하나로 아직 이것이 '블랙홀의 모습' 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의 상세 이미지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잠시 은하 중심 블랙홀 - 거대 질량 블랙홀 (Super Massive Black Hole  SMBH) - 가운데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궁수자리 A* 의 실제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2013 년 1월  221 회 미 천문학회에서 소개된 블랙홀 이미지에 대한 포스터 This crescent-shape image is the best fit to observations of Sgr A*, the supermassive black hole at the center of our galaxy, according to a January 2013 study.  Credit :  KAMRUDDIN/DEXTER ) 


 사실 블랙홀은 그 자체로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블랙홀로 많은 물질이 빨려들어 가면서 우리는 블랙홀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블랙홀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와 이에 관련된 이야기는 이미 이전 포스트에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33444772 ) 간단히 다시 여기서 설명하며 사실 아무 물질도 빨아들이지 않는 블랙홀은 아래 처럼 보일 것입니다. 왜 이렇게 보이는 지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트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33536079 )  



(블랙홀의 컨셉 아트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Alain ) 


 아무것도 빨아들이지 않는 블랙홀은 그 앞에 빛을 내는 광원이 지나갈 때에만 그 존재를 알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중력의 영향으로 빛이 휘면서 일종의 광구를 형성하고 그 안에 완전히 빛이 차단되는 공간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런 블랙홀을 실제로 관측한다는 것을 거리를 생각하면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관측한 블랙홀들은 이런 경우가 아니라 적지 않은 물질이 블랙홀의 사상의 지평면 (Event Horizon) 으로 흡수되는 형태의 블랙홀들입니다. 이전에 몇차례 소개한 대로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블랙홀에 다가간 물질은 조석력의 차이에 의해 잘게 부숴지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소용돌이 모양으로 나선을 그리면서 블랙홀에 가까이 다가서게 됩니다. 


 블랙홀 주변에 이런 물질이 많으면 이른바 강착 원반 (Accretion disk) 을 형성하게 되며 강착 원반과 블랙홀, 자기장의 상호 작용으로 블랙홀의 좁은 사상의 지평면으로 빨려들어가지 못한 물질들은 거대한 제트를 강착 원반의 수직 방향으로 뿜어내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블랙홀 하면 흡수하는 천체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많은 물질이 빨려들어 갈때는 이렇게 강력한 제트를 내뿜는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우리가 알고 있는 은하 중심의 거대 질량 블랙홀 (SMBH) 의 모습은 바로 이런 식입니다. 실제 수천광년에 달하는 아주 강력한 제트를 뿜어내 아주 멀리서도 잘 보이는 은하 중심 블랙홀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M87 은하가 그런 예라고 할 수 있으며 아주 멀리 떨어진 경우에는 퀘이사가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은하의 중심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6.6 ± 0.4) × 109 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 슈바르츠실트 반지름 역시 태양 - 명왕성 거리 보다 더 긴 것으로 생각됩니다. 




(M87 은하의 중심에서 나오는 블랙홀의 거대 제트. 중심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60억배이며, 뿜어져나오는 제트의 크기는 거의 5천 광년이나 된다. 속도도 광속에 근접할 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and ESA. Hubble material is copyright-free and may be freely used as in the public domain without fee, on the condition that NASA and ESA is credited as the source of the material. )


 우리 은하 중심에도 거대 질량 블랙홀이 존재하는데 M87 처럼 거대하진 않지만 그 질량은 태양의 400 만배에 달해 거대 질량 블랙홀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아깝지 않은 크기입니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그 모습을 상세하게 본 일은 없습니다. 지구에서 관측하기에는 은하 중심부의 가스와 밀집된 별들에 가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은 사실 아주 관측이 까다로운 부분입니다. 짙은 안개가 낀 먼 지역인데 건물들이 밀집되어 사실 안쪽을 보기 불가능한 경우를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오랜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우리 은하 중심에 거대 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은하 중심의 거대 질량 블랙홀의 컨셉 아트, 거대한 강착 원반이 구름과 별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구조 Image Credit: NASA/JPL-Caltech)


 사실 궁수자리 A* 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1974 년 이었습니다. 최초의 관측부터 지금까지 대부분의 관측은 가시광 영역 보다는 전파 망원경이나 적외선, X 선 등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이유는 앞서 이야기 한데로 이 은하 중심 블랙홀이 은하 중심부에 밀집된 별과 가스 구름 속에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은하 중심의 벌지 (Bulge) 라고 부르는 부위는 많은 가스와 별들이 존재하며 특히 블랙홀 주변에는 블랙홀에 거대한 중력에 이끌린 가스 구름과 별들이 존재합니다. 


 이전 포스트 ( http://blog.naver.com/jjy0501/100168735039 ) 에서 한번 언급했듯이 은하 중심 블랙홀 주변에는 이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별들과 가스가 존재하며 이들은 26000 광년 떨어져 있어 그 안쪽을 직접 관측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하지만 점차 관측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전보다는 많은 사실들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거대 질량 블랙홀의 강착 원반을 직접 본다는 것은 아직까지 무리한 일이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블랙홀 안쪽으로 많은 물질이 흘러들어갈 때 나오는 X ray 를 관측하거나 주변의 별, 가스의 움직임을 관측하는 정도였습니다.



(이전에 소개한 NuSTAR 가 관측한 은하 중심의 X ray 이미지.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물질들은 강착원반에서 마찰력에 의해 가열되어 섭씨 100 만도 까지 온도가 올라가며 이 때 X 선을 내놓는다. 이 X 선은 가스구름을 뚫고 관측하기 용이하다.  Credit : NASA) 


 이 은하 중심 블랙홀에 한가지 재미있는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는데 그것은 G2 라고 알려진 지구 질량의 3 배 정도되는 가스 구름이 은하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가스는 최근 연구에서 지금 블랙홀의 강착 원반을 향해 접근 중이라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만약 이 가스가 상당 부분 블랙홀의 강착원반으로 들어가게 되면 블랙홀이 수십년간 더 많은 에너지를 내놓으면서 관측을 용이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고 그냥 스쳐지나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무튼 만약 흡수된다면 천문학자들에게는 진짜 어떻게 블랙홀이 물질을 흡수하는지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으며 그 시기는 대략 2013 년 중후반으로 생각되어 이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은하 중심 블랙홀에 접근하는 G2 가스 구름 (붉은색)   Credit : ESO ) 


 이런 새로운 현상들은 우리에게 은하 중심 블랙홀에 대해서 더 상세한 내용을 알수 있게 해주겠지만 그 자체가 제일 앞에서 언급한 블랙홀 자체의 모습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 블랙홀은 26000 광년이나 떨어져 있으며 짙은 구름에 가려 있어 가시광으로 보기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2020 년 이후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전히 가시광으로는 볼 수 없지만 대신 전세계적인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 망원경의 네트웍을 만들어 하나의 거대 전파 망원경을 만든다면 해상도를 높여 구체적인 강착원반 및 제트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될지 모릅니다. 이 망원경은 Event Horizon Telescope 라고 불리는데 은하 중심 블랙홀의 예상되는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인 0.08 AU (태양 지름의 17 배) 까지 분해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여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으나 현재까지 연구 결과를 종합해 위에 보이는 조악한 형태의 이미지를 구축한 것입니다. 따라서 저 위에 있는 사진이 블랙홀의 실제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비록 가시광 사진이 아니라 전파 망원경 결과를 재구성한 이미지라고 해도 우리가 직접 강착원반의 실제 모습과 그 안쪽의 사상의 지평면 부분까지 직접 측정이 가능하다면 이 역시 엄청난 진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Gillesson, S; Genzel, Fritz, Quataert, Alig, Burkert, Cuadra, Eisenhauer, Pfuhl, Dodds-Eden, Gammie & Ott (5/1/12). "A gas cloud on its way towards the supermassive black hole at the Galactic Centre". Nature 481: 51–54. doi:10.1038/nature10652

Ghez, A. M.; et al. (12 March 2003). "The First Measurement of Spectral Lines in a Short-Period Star Bound to the Galaxy’s Central Black Hole: A Paradox of Youth". The Astrophysical Journal 586 (2): L127–L131. Bibcode 2003ApJ...586L.127G. doi:10.1086/374804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