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테니스 공만한 뇌를 지닌 거대 공룡




  우리가 흔히 공룡이라고 부르는 멸종된 고대 생명체들은 사실 매우 다양하게 적응 방산한 생명체였습니다. 그 중에는 닭만한 크기부터 100 톤에 가까운 초대형 육상 생명체까지 매우 다양한 종류가 공존했는데 각각의 생존 전략이나 생태학적 위치가 모두 달랐습니다. 


 그 중에서 용각류 (Sauropoda) 공룡 역시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특히 거대한 네발 초식 공룡들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용각류는 용반목 (Saurischia  도마뱀 골반을 닮은 공룡) 용각아목 (Sauropoda) 에 속하는 공룡들로 우리에게 친숙한 브라키오사우루스 (Brachiosaurus), 디플로도쿠스 (Diplodocus), 아파토사우루스 (Apatosaurus) 등이 속해있습니다. 이들은 흔히 공룡 영화에서 거대한 다리와 긴꼬리, 그리고 긴 목으로 풀이나 나뭇잎을 뜯어 먹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용각류 공룡들이 수십톤에 달하는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매우 작은 뇌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유명하지만 사실 정확한 크기를 측정하는 일은 지금까지 그다지 쉽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생각보다 용각류 공룡들의 두개골은 완전하게 화석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뇌를 담는 머리뼈의 작은 (?) 부분이 완전하게 보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았습니다. 


 최근 Fabien Knoll (: Departamento de Paleobiologia, Museo Nacional de Ciencias Naturales, Consejo Superior de Investigaciones Cientificas, Madrid, Spain ) 을 비롯한 고생물학자들은 7000 만년전, 백악기 후기에 살았던 용각류 공룡 엠펠로사우루스 (Ampelosaurus) 의 두개골 화석을 CT 이미징 기법을 이용해서 분석했습니다. 이 공룡의 두개골 화석 가운데 작은 뇌를 담는 부분이 다행히 무사했기 때문에 고생물학자들은 비교적 정확한 크기를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엠펠로사우루스와 이번에 확인된 뇌의 상대적 크기 Though the plant-eating dinosaur Ampelosaurus was among the largest to walk the Earth, it was equipped with a puny brain.
CREDIT: O. Sanisidro. ) 


(3D 로 재구성된 엠펠로사우루스의 뇌의 모습  Despite being the fruit of a long evolution, the brain of the plant-eating dinosaur called Ampelosaurus sported was tiny, shown here in a 3D reconstruction. 
CREDIT: O. Sanisidro. ) 



(엠펠로사우루스의 복원도. 이 공룡은 Osteoderm (뼈판/뼈피부) 가 등에 잘 발달되어 있음.    Released into the public domain (by the author). ) 



 그 결과 대략 15 미터 길이의 용각류 공룡의 뇌가 사실 8 cm 보다 더 크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보고했습니다. 이들의 뇌는 사실 테니스 공만한 크기였습니다. 지금의 코끼리보다 훨씬 거대한 공룡이 이런 작은 뇌로 몸을 지탱하고 움직였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현재 이 공룡들이 어떻게 움직였고 얼마나 지능이 우수한지 알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민첩하고 머리가 좋은 공룡은 아니었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 이 공룡이 속한 티타노사우루스 (Titanosaurus) 류 공룡들 - 예를 들어 아르젠티노사우루스 (Argentinosaurus) - 의 뇌 역시 거대한 크기에 비해 매우 작았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뇌가 작다고 해도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고 번성하는데 문제가 없었기에 그렇게 진화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죠. 인간이 몸집에 비해 큰 뇌를 진화시킨 것도, 용각류 공룡들이 상대적으로 작은 뇌를 진화시킨 것도 모두 그에 맞는 생존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엠펠로사우루스는 주로 유럽에서 번성한 용각류 공룡으로 이번에 분석된 표본은 2007 년 스페인에서 마드리드 - 바로셀로나 구간 고속 전철 건설을 하던 도중 발견된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철로가 깔리기 전에 발견되어 응급으로 발굴된 이 화석 표본에 완전한 뇌의 모습을 알 수 있는 두개골 화석이 들어있었습니다. 이 연구는 PLoS ONE 에 기재되었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Knoll, F.; Ridgely, R. C.; Ortega, F.; Sanz, J. L.; Witmer, L. M. (2013). Butler, Richard J. ed. "Neurocranial Osteology and Neuroanatomy of a Late Cretaceous Titanosaurian Sauropod from Spain (Ampelosaurus sp.)". PLoS ONE 8: e54991. doi:10.1371/journal.pone.0054991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