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 랭커셔 대학 (University of Central Lancashire (UCLan) ) 을 비롯한 국제 천문학 연구 팀의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우주에서 단일 구조로는 가장 거대한 구조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번에 발견된 것은 거대 퀘이사 그룹 LQG (Large Quasar Group) 으로 사실상 거대 질량 블랙홀 (Supermassive Black hole) 들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집합체라고 해서 서로 오손도손 모여 있는 것은 아니고 사실 서로 수억 광년씩 떨어져 존재합니다.
( 어두운 부분은 보다 많은 퀘이사가 그리고 붉은 십자는 적은 수의 퀘이사가 있는 부분이며 이들은 우주의 다른 주변 지역에 비해 더 많은 퀘이사들이 모여 있음 The coloured background indicates the peaks and troughs in the occurrence of quasars at the distance of the LQG. Darker colours indicate more quasars, lighter colours indicate fewer quasars. The LQG is clearly seen as a long chain of peaks indicated by black circles. (The red crosses mark the positions of quasars in a different and smaller LQG). The horizontal and vertical axes represent right ascension and declination, the celestial equivalent of longitude and latitude. The map covers around 29.4 by 24 degrees on the sky, indicating the huge scale of the newly discovered structure. (Credit: R. G. Clowes / UCLan) )
이들은 천구상에서 29.4 도에서 24 도에 이르는 엄청난 부분을 차지합니다. 우리가 항상 보는 하늘의 일부가 될 만큼 큰 구조라고 할 수 있죠. 실제 크기는 거의 40 억 광년 정도 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발견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위해서 간단히 퀘이사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고 그 후에 우주 원리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퀘이사는 멀리 떨어진 은하의 은하 중심 블랙홀로써 여기에 막대한 물질이 빨려들어갈 때 제트 등의 형태로 엄청난 물질과 에너지가 방출되기 때문에 아주 멀리서도 관측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전에 포스트에서 여러 차례 설명했듯이 블랙홀 안쪽으로 막대한 물질이 흘러들어갈 때 이 물질들은 블랙홀 주변에 나선의 거대한 강착 원반을 형성하면서 소용돌이 처럼 빨려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이 물질들이 너무 많은 경우 한꺼번에 사상의 지평면으로 사라지지 못하고 상당 부분 강착 원반과 수직으로 존재하는 아원자 제트의 형태로 방출되게 됩니다. 블랙홀이지만 밝게 빛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되는 것이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http://blog.naver.com/jjy0501/100133661000 참조 )
(퀘이사 ULAS J1120+0641 의 상상도. 이 퀘이사는 초기 우주에서 가장 밝은 퀘이사 중 하나로 거대 블랙홀이 그 정체이다. )
퀘이사의 존재가 은하 중심의 거대 블랙홀이라면 모든 은하에 퀘이사가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어느 정도 물질을 공급할 수 있을 만큼의 은하여야 합니다. 또 일단 퀘이사 상태가 되더라도 블랙홀이 막대한 물질을 빨아들이고 나면 결국 물질의 양이 줄어들어 덜 밝게 빛나게 되므로 지구에선 관측이 불가능해 집니다. 따라서 우주 초기 아주 많은 물질이 흘러들어간 거대 블랙홀 만이 퀘이사로 지구에서 관측됩니다.
퀘이사가 퀘이사로 관측될 수 있는 시기는 1000 만년에서 1 억년 수준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기준으로는 긴 시간이지만 우주나 은하의 나이로 보면 짧은 순간이며 극히 일부 은하 중심 블랙홀만이 지구에서 퀘이사로 관측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주에서 사실 드문 존재인 퀘이사이지만 한가지 원칙에 의하면 이들은 우주 전체에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 원칙이란 우주 원리 (Cosmological Principle) 입니다. 이 원칙은 한 마디로 우주는 전체적으로 볼 때 균일하며 지구의 관측자는 우주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천동설에서는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며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행성들이 공전합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구가 특별히 우주의 중심이 되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으며 그냥 우주의 다른 곳과 동일한 장소일 뿐입니다. 따라서 지구에서 통하는 물리 법칙은 우주 어디서나 통할 것이며 우주의 한 곳은 다른 곳과 크게 봤을 때는 다르지 않습니다. 국소적으로 보면 어딘가에는 지구가 있고 어딘가에는 거의 진공 상태로 아무것도 없더라도 국소적인 물질의 분포 차이는 전체적인 통일성과 균등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LQG (73 개의 퀘이사로 구성) 은 최하 14 억 광년, 최대 40 억 광년의 넓이에 퀘이사가 한 곳에 몰려있는 구조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주의 거대 구조는 12 억 광년 정도 되는 크기의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이 결과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물론 이 결과가 정말 우주 원리를 위배하는 것인지는 앞으로 추가 연구가 계속 필요합니다. 어쩌면 관측 기술의 한계로 인해 퀘이사의 밀도를 잘못 측정했을 가능성도 있으니 말이죠. 따라서 계속해서 추가 관측이 필요합니다. 결론이 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단 기존의 관측 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는 이를 검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 한편으로 어쩌면 그냥 우주 자체가 우리가 생각한 것 보다 더 크기 때문에 나타나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우주는 우주 전체가 아니라 관측 가능한 우주 (Observable Universe) 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즉 우주 전체의 극히 일부만이 현재 지금 우리가 관측 가능한 부분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생각보다 큰 우주 구조 (Cosmological Structure) 가 존재할 가능성을 과연 배제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튼 향후 연구 결과에 의해 현대 물리학과 우주론의 중요한 가정인 우주 원리를 수정해야 하는지 아닌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 결과를 두고 우주 원리가 수정되야 한다는 것은 성급한 결론입니다. 우선 측정의 정확성 및 추가 관측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Roger G. Clowes, Kathryn A. Harris, Srinivasan Raghunathan, Luis E. Campusano, Ilona K. Sochting And Matthew J. Graham. A structure in the early Universe at z ∼ 1.3 that exceeds the homogeneity scale of the R-W concordance cosmology.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January 11, 2013 DOI:10.1093/mnras/sts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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