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국민연금으로 기초 노령 연금 준다 ? 연금 재원 논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대선 공약집 57 페이지 중 '기초 연금 도입' )  


 최근 기초 노령 연금 지급액을 두배로 늘리는 대신 그 재원 중 일부를 국민연금에서 도입한다는 내용이 상당한 논란이 되면서 정치권에서 일단 한발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대로 이야기 하면 이미 박근혜 후보 대선 공약집에 장애인 연금 및 기초 노령 연금을 기초 연금으로 대체하고 도입 즉시 65 세 이상 모든 어르신과 중증 장애인에게 현재의 2배를 지급하겠다고 나와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초 연금과 국민 연금을 통합하기 위해 국민연금법을 개정한다는 내용도 있죠.  


 하지만 사실 공약집 같은 걸 세세하게 읽어보고 투표를 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사실 우리들의 정치 수준이 그렇다고 해야겠죠. 솔직히 읽고나면 투표를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밖에 안드는 비현실적 내용들이지만.... ) 이런 내용이 있는지 모르고 계셨던 분들도 꽤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위의 내용만이면 반발이 그렇게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논란은 여기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예산 중 일부를 국민연금에서 마련하기로 한데서 시작됩니다. 사실 마지막 문구인 '기초 연금과 국민 연금의 통합적 운영을 위한 국민연금법 법률 개정 추진' 이 암시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당시엔 명확하게 이야기 하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아무튼 새누리당 의견대로라면 당장 최소 7 조원 이상이 필요하고 2014 년 이후로는 14 조원정도 매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보건 복지부가 인수위에 제출한 보고서) 에서 예산의 70% 정도는 세금으로 나머지는 국민연금으로 지금하면 어떻겠냐는 안이 등장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논란이 되는 이유는 간단한데 본래 국민 연금은 세금이 아니라 낸만큼 돌려받는 연금이라고 지금까지 강조해왔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연금이라는 개념은 자신이 젊었을 때 내고 나중에 은퇴할 나이가 되었을 때 수령해서 노후 대비책을 세우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연금으로 다른 사람의 노후 자금을 충당하겠다고 하면 반발이 생기는 건 어디에서나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특히 젊은 층이 반발하는 이유는 본래도 국민연금은 2060 년에는 고갈될 상황인데 이런 식으로 다른 곳에 자금을 사용하다 보면 그보다 훨씬 이전에 고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 연금을 납부한 20 대나 30 대는 연금을 내기만 하고 받지는 못하거나 액수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돈이 어디선가 생겨날 순 없는 일이고 누군가 돈을 더받으면 다른 누군가 그 돈을 내던가 아니면 받을 돈을 못받아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겠죠. 따라서 이 내용에 대해서 젊은 층의 반발이 상당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 비용의 일부를 국민연금에서 조달하든 안하든 간에 아무튼 기초 노령 연금 확대는 결국 노인층이 돈을 더 받는 대신 젊은 층이 그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세금으로 해도 대부분 그 돈은 65 세 이하 청 장년층이 부담하기 때문이죠. 세금이든 연금이든 기초 노령 연금 인상은 누군가 돈을 더 내든지 아니면 누군가 덜 받든지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기초 연금 도입의 취지는 공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전부터 나왔던 논란이긴 하지만 실제 경제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던 노령층이 상당수가 생활비 및 자식 양육에 대부분 돈을 사용해 스스로를 부양할 능력이 없어서 여기에 대한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과거에는 당연히 자식이 부양하는 것이 문화로 자리잡았지만 오늘날에는 점차 그런 풍속이 사라지고 있고 미처 노후 대비를 하지 못한 상당수 노인층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너무 많은 사람의 문제가 되고 사회 문제화 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기초 연금 확대는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한국도 나라에서 노후 복지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죠. 또 모두가 늙기 때문에 (그 전에 죽지만 않는다면) 결국 노후 대책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게 마련이고 지금 젊은 사람도 나중에 늙으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됩니다. 이렇게 국민 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최소한이 생계 유지가 가능하게 하는데는 그런 논리가 가능하겠죠.


 하지만 이 논리의 허점은 사실은 지금 젊은 세대가 늙으면 그런 혜택을 받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은 엄청난 속도로 고령화 되고 있어 21 세기 중반에 이르면 전체 인구의 1/3 이상이 65 세 이상이 됩니다. 그러면 부양하는 인구보다 부양해야되는 인구 (65 세 노인인구 + 취직전인 20 대 이하 인구) 가 더 많아지게 됩니다.  




(OECD 에서 나온 노령화 추세에 관한 통계 20 - 64 세 인구를 분모로 하고 65 세 이상을 분자로 했을 때 2010 년에 한국은 OECD 국가 중 3번째로 부담이 적지만 2050 년에는 2 번째로 부담이 커지게됨. 이것 만으로도 80% 에 근접해서 부양해야 하는 인구와 부양하는 인구가 비슷해 보이지만 0세에서 20 세 사이 인구, 그리고 20 세 이상인데 취직을 하지 않은 인구까지 포함시켜 보면 부양해야 하는 인구가 사실 부양 인구보다 더 커지는 구조)  


 이런 상황을 전제로 놓고 보면 결국 처음 한동안은 세금을 올리고 국민 연금에서 재원을 가져다 쓴다 처도 (아니면 국채를 추가 발행하거나) 지금 30 대가 65 세 이상이 될 때 쯤에는 기초 노령 연금이나 국민 연금이 정상적으로 운용되기 힘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지금 젊은 세대는 그냥 돈만 내고 받지는 못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국가 부채는 크게 증가되어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입니다. 이점은 기초 노령 연금을 대폭 인상하지 않더라도, 국민 연금을 그대로 두더라도 마찬가지 입니다. 다만 기초 노령 연금을 2배로 인상하면 그 시기는 앞당겨 지겠죠.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게 만만치 않다는 게 큰 문제 입니다. 이미 저출산은 시대적인 트랜드로 자리잡았고 결혼 및 육아에 드는 만만치 않은 부담과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로 인해 이 추세가 극적으로 반전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이전 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 http://blog.naver.com/jjy0501/100159302549 )  2012 년을 기준으로 복지 혜택을 더 확대하지 않더라도 2030 년 이후에는 노령화에 의한 세수 감소와 기본 지출 증대, 공기업 부채 등으로 말미암아 국가 부채가 GDP 의 100% 를 넘어서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재원 확보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복지성 지출을 대폭 증액할 경우 수십년 이후 한국 역시 디폴트 위기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 복지 혜택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여기에 소요될 예산과 재원 조달 방식은 지금처럼 주먹 구구식으로 하는 것은 반대 입니다. 세금 + 국민 연금으로 예산을 조달하려는 안을 냈다가 반발이 심하니까 일단 후퇴하는 식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은 정말 웃기지만 슬픈 일이라고 할 수 있죠. 어디선가 돈이 생겨나지 않는 이상 누군가 받는 혜택에 대해서 누가 지불할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재원 조달 방법에 대해서는 두리 뭉실하게 넘어간 후 이 방법 저 방법 간보기 식으로 계획을 진행한다면 기초 연금이 되든 안되든 미래에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단순히 국민 연금을 다른 예산으로 전용한다고 해서 찬성 / 반대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법이 없다면 모든 사업은 중단해야 마땅하고 사업을 꼭 추진 하려면 현실성 있는 재원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또 한가지 드는 생각이라면 그리스와의 비교인데 그리스가 공공 서비스와 복지 혜택을 포함한 지출을 대폭 늘리면서 세수는 확보하지 못해 결국 국가 디폴트 상황으로 내몰린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그리스 위기에서 국내 여론은 '한국은 그리스와 다르지 않느냐, 국가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단결했다' 식이었지만 지금 되가는 모양세는 그리스가 과거 했던 일을 한국에서도 반복하는 모양입니다.


 그리스는 공공 부분을 지탱할 민간 부분이 아주 왜소한데다, 지하 경제의 규모가 OCED 국가 중 가장 큰 편이었고 자영업 비중이 높아 세금을 걷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는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복지 및 공공 지출을 크게 늘렸고 결국 지출이 항상 수입을 초과해 파국을 맞이하게 된 중요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반면 스웨덴의 경우 막대한 사회 보장 제도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누가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었습니다. 국민들이 높은 세금을 감당하고 필요하면 일부 복지 혜택을 줄이므로써 스웨덴은 복지 제도와 건전 재정을 동시에 달성했습니다.   


 한국은 스웨덴식을 꿈구지만 실제 나타나는 모습은 그리스를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나라는 지하 경제의 규모가 크고 자영업 비중이 높은데다 조세 저항 역시 만만치 않아서 높은 세금을 대부분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상태입니다. 아마도 그것이 박근혜 당선인이 세금 인상을 공약에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겠죠. (덧붙여 야당의 세금 인상안이라는 것도 추가 지출 증가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은 수준입니다. 즉 세금을 많이 올리면 국민들이 싫어한다는 사실을 정치권에서도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죠)  


 이글을 쓰는 2013 년 1월을 기준으로 미래에 기초 연금이 과연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긴 힘듭니다. 다만 공약을 있는 그대로 추진하려 한다면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없던 일로 하자니 비난 여론이 부담 될 상황이라 그야말로 진퇴 양난에 놓인 셈이죠. 특히 한국이 급속한 노령화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한번 노령 연금을 늘려놓을 경우 그 소요 예산이 급증할 텐데 (사실 기초 노령 연금이 현행 그대로라고 해도 마찬가지지만 이걸 늘리면 더 심하게 예산이 급증할 상황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공약을 세웠다는 게 현 시점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전에도 언급했듯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정치권만 탓하긴 힘듭니다. 그런 공약을 내건 정치인을 뽑아준 건 국민이거든요. 문제는 후보로 나선 사람들이 내건 공약들이 대개 그렇다는 것이죠. 누구를 뽑아도 현실성 있는 공약을 내세울 가능성이 낮다는 게 지금 한국 국민들이 당면한 문제 같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100 테슬라급 자기장 도달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에서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자기력선의 밀도를 나타내기 위해 단위 면적당 자기력선의 수를 표시하는 단위인 테슬라 (T) 가 있습니다. (1T = 1Wb/㎡  웨버 (Wb) 는 자속의 단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MRI 의 경우 1.5 - 3 테슬라급의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지만 과학 연구용으로 이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90 테슬라급 자기장에 이어 이번에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는 100 테슬라급인 100.75 T 를 실현 했다고 합니다.   이를 구현한 것은 18000 파운드 (8.16 톤 정도) 의 코일과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할 1200 메가줄 (Megajoule) 급 모터 제네레이터등의 설비입니다.  (   The 1,200-megajoule motor generator that powers the magnetic pulse.  )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Quantum Phase transitions and new ultra high field magnetic states Electronic Structure determination Topologically protected states of matter  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수 T 급 MRI 만 해도 자기장의 힘이 엄청난데 100 T 라니 엄청난 자기장이네요. 이는 지구 자기장 세기보다 200만배 강력한 (물론 좁은 범위에서 작용하는 자기장이라 지구 전체...

고대 양서류 이야기 (2) - 악어를 닮은 거대 양서류들

  페름기에는 다양한 양막류가 진화해서 앞서 소개한 육상형 템노스폰딜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양서류는 본래 자신의 서식지인 물과 습지에서 여전히 번성을 누렸습니다. 당시에는 악어류 같은 대형 양서형 파충류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는 여전히 양서류의 몫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비교적 간단히 다뤘는데, 오늘은 여기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Yes 24:  http://www.yes24.com/24/goods/58772859 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977867160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4877825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0447988&orderClick=LAG&Kc= 인터파크 :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prdNo=279593764&sc.saNo=003002003&bid1=search_auto&bid2=detail&bid3=prd_img&bid4=001 영풍문고:  http://www.ypbooks.co.kr/book.yp?bookcd=100843205&gubun=NV ...

이빨이 다시 진화한 개구리

  ( CT scans of Gastrotheca guentheri skulls revealed what appeared to be identical rows of teeth on both the upper and lower jaws, which researchers later confirmed through dissection. Credit: Florida Museum/Daniel Paluh )  개구리는 2억년 전 진화 과정에서 이빨을 잃어버리고 큰 턱과 혀를 이용해 곤충 같은 작은 먹이를 잡아 먹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파충류나 포유류 같은 다른 사지류와의 경쟁에서 밀려 양서류가 쇠퇴하고 멸종하던 시기에도 개구리는 여전히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이빨이 없는 덕분에 큰 혀를 발사하기 편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이빨이 없으면 종종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씹는 대신 삼키기 때문에 음식을 씹을 수 없다는 점은 문제되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달아나려는 먹이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개구리는 이빨 같이 보이는 엄니 (fang)을 지니고 있으나 이는 사라진 이빨이 다시 난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 진화한 것입니다.   이는 돌로의 법칙 ( Dollo's Law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퇴화한 부분이 다시 생겨나지 않으며 대신 필요하면 다른 부분이 진화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가미가 사라진 사지 동물은 다시 물에 들어온다고 해도 아가미가 다시 생기진 않습니다. 대신 고래처럼 폐가 커져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법칙엔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남미에서 발견된 멸종 위기 개구리 중 하나인 구엔터 유대류 개구리 ( Gastrotheca guentheri, Guenther's marsupial frog, dentate marsupial frog)는 완전한 형태의 이빨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대류 개구리라는 명칭은...